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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엑스원 해체, 이걸로 끝이 아니다

 

프로듀스조작의 여파로 결국 엑스원이 해체하고 말았다. 오디션으로 선출된 팀이 데뷔하자마자 해체되는 초유의 사태다. 일단 멤버들의 피해가 막심하다. 그 힘든 과정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데뷔조로 선발됐는데 이제 와서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소속사마다 내부사정이 다를 것이다. 일부 회사는 마침 곧 데뷔시킬 팀이 있어서 엑스원 멤버를 바로 합류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일부 회사는 당장 데뷔시킬 팀이 없을 수 있다. 이 경우 곧바로 솔로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멤버는 글자 그대로 연습생으로 돌아가는 셈이 된다. 

애초에 엑스원 활동에 전념하는 기간이 26개월로 예정됐었다. 소속사에선 이 멤버들이 26개월 후에 돌아오는 걸로 전제하고 관련 스케줄을 짰을 것이다. 그러다 지금 덜컥 돌아온다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수밖에 없다.

 

금전적인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가는 멤버들의 정신적인 피해도 막심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유닛 그룹 결성설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렇다 해도 정식 엑스원 활동에 비할 수 없고, 그조차 각 회사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경우 성사여부가 불투명하다. CJ 오디션 조작이 여러 사람의 인생을 바꾼 셈이다. 이 피해를 어떻게 보상한단 말인가? 

팬들의 피해도 막심하다. 당장 공식 팬클럽 가입자들은 가입비부터 환불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이 팬들은 오디션 당시부터 열과 성을 다해 멤버들을 응원했을 것이다. 데뷔 후 짧은 활동기간에도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여 응원활동을 했을 것이다. 앞으로 정식 활동에 대한 기대도 컸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갔으니 그 물적, 시간적, 정신적 피해를 어떻게 산정할 수 있을까? 

CJ는 엑스원 해체로 더욱 신뢰를 잃었다. 그전에 엑스원을 활동을 이어갈 것처럼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해체하고 말았으니 오락가락하는 태도로 팬들을 희망고문한 셈이다.

 

해체 이유는 각 소속사들의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애초에 엑스원 활동을 이어갈 것처럼 이야기하기 전에 각 소속사들의 의견을 제대로 청취했어야 했다. CJ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에서조차 발표를 독단적으로 했다는 의혹이 생긴다. 오디션 조작 그 자체로 이미 신뢰를 크게 잃었지만, 이런 오락가락 졸속 사후처리로 인해 이중으로 신뢰를 잃고 말았다. 

이 상태에서 보상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더욱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CJ 측은 책임지고 보상할 것을 약속했다. 금전적 보상과 함께 향후 활동지원까지 실질적 피해구제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디션에 출연했다 우롱당한 수많은 연습생과, 데뷔까지 했다가 수포로 돌아간 합격팀 멤버들, 조작에 가담하지 않은 기획사, 그리고 수많은 팬들이 당한 피해까지, 이 많은 피해를 어떻게 보상한다는 건지는 불투명하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일이 크게 번졌을 땐 금방이라도 모든 조치가 이루어질 것처럼 이야기했다가, 시간이 지나고 관심이 식으면 흐지브지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오디션 조작 사태 피해자 보상에 대해서도 당연히 그런 걱정이 생긴다. 이 일이 엑스원 해체로 끝나선 안 되는 이유다. 정말 제대로 피해보상이 이루어지는지 앞으로 매체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감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