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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중국 누리꾼 김치 도발, 해도 너무 한다

 

구독자가 무려 1400만 명 이상이라는 중국의 요리 유튜버가 김치를 중국 음식인 것처럼 소개해 논란이다. 배추김치를 담가 찌개처럼 끓여먹는 영상을 올리면서 ‘Chinese Cuisine(중국 요리)’, ‘Chinese Food(중국 음식)’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는 것이다 

이러면 외국인이 영상을 보고 원조가 중국이라고 오인할 수 있다. 개인영상이지만 요즘은 개인영상이 웬만한 정식 매체 기사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시대다. 기존 매체보다 개인방송을 더 신뢰하는 사람들도 많다. 구독자 1400만 명은 엄청난 숫자다. 업로드 하룻만에 조횟수가 192만 회에 달했고 댓글이 2만 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 정도면 국제적인 파장까지 생길 수 있다 

당연히 한국인들이 반발했고 해당 영상에 반박 댓글을 달았는데, 여기에 대해서 중국 일부 누리꾼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사건이다 

김치가 한국 음식이라는 걸 모를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김치는 한국의 상징처럼 통용되는 단어여서 한국음식이라는 걸 모르기가 힘들다. 특히 요리 유튜버라면 더욱 주요 국가의 전통음식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김치와 불고기 정도는 기본 상식으로 아는 게 정상이다. 이런데도 중국 음식이라는 태그를 달았다는 건 일부러 도발한 거라는 의심을 살 만하다. 

최근 중국 일부 누리꾼들이 한국 문화를 중국 것으로 만들려 한다. 얼마 전엔 한복 논란이 있었다. 중국 게임사의 한복 아이템을 두고 일부 중국 누리꾼이 '한복은 중국의 전통 의상인데 게임사가 이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다'는 말도 안 되는 비난을 가했다. 그러자 중국 게임사는 '중국 기업으로서 우리의 입장은 항상 조국(중국)과 일치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며 한국 누리꾼이 한복 문제로 비판한 것을 문제 삼고, '국가의 존엄성을 수호한다'면서 한국 서비스를 중단해버렸다. 

정말 황당한 사건인데, 해당 게임사가 중국내 누리꾼들을 의식해 애국주의 마케팅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을 잃는다 해도 중국 누리꾼들의 환심을 사는 게 더 큰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중국 누리꾼들의 말도 안 되는 애국주의에 영합하는 기업들이 생겨난다. 얼마 전 중국의 한 택배 회사가 방탄소년단 상품 배송을 거부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중화권 아이돌들이 잇따라 애국선언을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일 것이다. 

중국의 일부 10~20대 누리꾼들이 이런 애국주의 광풍을 주도한다고 알려졌다. 대체로 내륙에 거주하는 이들인데, 성장기에 중화주의 교육을 받으며 고도성장하는 조국에 자부심을 키운 반면 개방된 서구문화는 많이 접하지 못해 맹목적인 애국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알려졌다. 이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자 거기에 영합하는, 중국식 국뽕마케팅까지 가세한다. 김치를 중국요리라고 올린 유튜버도 그 자신이 애국주의 세력이거나 아니면 애국주의 마케팅을 시도한 것일 수 있다. 한복이 중국옷이라고 홍보하는 유튜버도 나타났다고 한다. 

어이없는 문화침탈이다. 어떻게 이웃나라의 전통문화를 자기들 전통으로 만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중국은 무수히 많은 전통문화를 가진 나라다. 그렇게 많은 것을 가진 나라가 이웃 작은 나라의 문화까지 탐내는 모습을 보이는 건 볼썽사납다. 한복과 김치는 과거 중국 사극에서 아예 다뤄지지도 않았었다. 신경 쓰지 않다가 최근 한류 드라마에서 좋아 보이니까 탐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여 가져가려는 태도는 우악스럽기만 하다. 

그럴수록 중국의 국격이 하락할 것이다. 중국이 아무리 문화대국을 자처해도 이런 식이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 양 옆에 강대국이 있는데 한 곳에선 구침략세력의 후신이 발호해 망언을 일삼고, 다른 곳에선 문화침탈이 나타나니 우리 입장도 참 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