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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베바, 무한도전, 황금어장 등 올해의 대중예능 프로그램

 


1. 베토벤 바이러스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2008년 10대 히트상품에 대중연예 부문은 모두 3개를 진입시켰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와 ‘리얼 버라이어티’, 그리고 ‘기부’였다. 단일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건 <베토벤 바이러스>가 유일하다. 그럴 정도로 드라마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2008년도엔 <베토벤 바이러스>가 단연 돋보였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이른바 ‘베바’ 열풍을 일으켰다. ‘똥덩어리’와 강마에는 인터넷 공간에서 무한히 패러디됐다. 국민들은 이 드라마를 보며 희망을 얻기도 했으며, 강마에의 독설에선 통쾌함을 느꼈다. 클래식 바람을 불러오기도 했다. 주부들을 모처럼 통속극이 아닌 ‘웰메이드’형 미니시리즈 앞으로 불러 모으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작년에 놀라운 연기를 펼치고도 연말 시상식 때 배용준에게 밀려났던 매니아형 배우 김명민은 이 드라마를 통해 ‘국민 연기 본좌‘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2. 무한도전,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부활한 <무한도전>과 추격자 <1박2일>, 그리고 신참자 <패밀리가 떴다>는 리얼 버라이어티 3각 편대를 이루며 한국 예능계를 맹폭했다. 주말만 지나면 이 세 프로그램을 다룬 기사와 인터넷 게시물이 봇물을 이뤘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팬들도 열정적으로 경쟁하며 리얼 버라이어티 붐을 형성했다.


 생소했던 단어인 리얼 버라이어티는 이제 일상어가 됐고,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도 이 리얼 버라이어티 편대에 속속 합류했다. 그리하여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대가 열렸다. 이제 과거식 예능은 설 자리를 잃었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새 시대의 황제로 등극했다. 이경규는 <라인업>으로 왕좌를 이어가려 했으나 낙마했다. 세월은 무서웠다.


3. 황금어장


 <황금어장>은 ‘리얼’과 ‘독설’의 시대에 어울리는 토크쇼 포맷을 제시했다. 처음엔 가볍게 웃자고 시작했으나 이젠 대한민국 대표 토크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무릎팍도사는 무릎팍도사대로 라디오스타는 라디오스타대로 존재감이 확실하다.


 무릎팍도사가 강호동을 살린 건지, 강호동이 무릎팍도사를 살린 건지 헷갈릴 정도로 이 둘은 동시에 성공했다. 무릎팍도사가 아니었다면 강호동은 아직까지 그 재능을 의심 받았을 것이고, 강호동이 아니었다면 무릎팍도사가 그렇게 성공할 수 있었겠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연예계 밖의 출연자들이 나오면서 이젠 국민 토크쇼로 성장했다.


 라디오 스타의 성공은 더욱 극적이다. 처음 등장했을 땐 어수선하기만 했었다. 하지만 이젠 무릎팍도사에 밀리지 않는 코너가 됐다. 김국진은 이 코너를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윤종신이라는 예능 늦둥이도 탄생시켰다. 라디오 스타는 <명랑히어로>로 버전업되면서 토크쇼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여기에 이경규가 둥지를 틀면서 기사회생했다.


4.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줌마렐라’ 열풍을 일으켰다. 당하던 아줌마의 부활과 복수는 <조강지처클럽>같은 통속극에 항상 나오는 소재이지만,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그것이 가장 돋보였다. 그 중심엔 물론 최진실이 있었다. 최진실은 여기에서 그녀 생애의 마지막 투혼을 펼쳤다. 일부러 수술하러 갔을 때 오줌 참는 모습은 불후의 명연기였다. 2008년 <맘마미아> 열풍 등으로 이어진 줌마렐라, 복고, 아줌마의 부흥을 대표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이라 하겠다.


5. 개그콘서트


 <개그콘서트>는 2008년 막판에 되살아나며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제국에 복속되지 않은 코미디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개그콘서트>의 분전이 없었다면 리얼 예능 일색의 단조로운 2008년이 됐을 뻔했다.


 김병만, 신봉선, 윤형빈 등이 <개그콘서트>의 부활을 이끌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연말에 빛나는 이는 안상태다. 안상태의 ‘나안~’으로 시작하는 개그는 수차례 코너를 옮긴 끝에 결국 빛을 봤다. 오랜만에 개그 프로그램에서 국민 유행어가 탄생한 쾌거였다.


 경제위기만 아니었으면 2008년의 회고가 좀 더 즐거웠을 뻔했다. 올해의 유행어라고 할 수 있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똥덩어리‘는  독설코드와 줌마렐라코드가 결합돼 폭발했다. 똥덩어리라고 속 시원히 내뱉는 통쾌함과, 그 똥덩어리가 클래식연주자 정희연으로 거듭나는 감동이 국민을 움직였다. 하지만 경제위기는 문화계도, 국민들도 모두 ’똥덩어리‘같은 처지로만 내몰고 있다. 2009년엔 문화계와 국민들이 줌마렐라처럼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까?


 나안~, 그저 재밌게 살고 싶을 뿐이고! 그런데 세상이 점점 팍팍해질 뿐이고! 정치사회경제가 안정되지 않으면 문화도 재미없어질 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