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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짝퉁박상민 처벌, 너무 어려웠다

 

일명 ‘짝퉁 박상민’이 드디어 유죄가 확정됐다. 여기까지 정말 먼 길을 걸어왔다. 사건이 터진 건 2007년 9월이다. 그때 짝퉁 박상민이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자 모창가수들이 반발했다. 이를 어떤 언론은 ‘법조계 일부에서도 과연 짝퉁 가수를 검찰이 기소를 했더라도 법원이 이를 처벌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나타내기도’라며 보도했다. 일부 네티즌도 짝퉁이라는 이유로 처벌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했다.


‘부정경쟁방지법’이라는 법률이 적용된 것도 화제가 됐었다. 이 법률은 그 전까지 상품에게만 적용됐었는데 사람에게 적용되기는 처음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니까 사람이 ‘이런 짓‘을 할 경우에 처벌할 법률이 없다는 소리다. 당시 사람들은 상품에게 적용하는 법률을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짝퉁 박상민을 옹호하기도 했었다.


그때 나는 화가 나서 박상민을 옹호하는 글을 쓰기도 했었다. 짝퉁 박상민은 가해자고 박상민은 피해자다. 가해자 처벌이 이렇게 힘든 사회는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짝퉁 박상민을 옹호했던 모창가수들은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 이 사람은 모창가수가 아니었다. 이 사람이 벌인 건 사기극이다. 보통 모창가수들은 나운아, 너훈아, 이런 식으로 자기가 짝퉁임을 공표하고 공연을 한다.


짝퉁 박상민은 그런 식의 예명이 없었다. 그는 그냥 ‘박상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업소에서도 ‘박상민’이 출연한다고 홍보했다. 당시 무대에서는 립싱크를 했다고 한다. 완전히 박상민 행세를 한 것이다.


이 사람이 박상민 행세를 하며 온갖 무대를 돌아다닌 것 때문에 박상민의 상업적 가치는 떨어졌다. 가수가 비싼 출연료를 받는 것은 희소성 때문이다. 단 하나이기 때문에 흔히 볼 수 없고, 쉽게 볼 수 없어서 한 번 보기 위해 비싼 값을 치르는 것이다. 또 가수는 자기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수준이하 무대엔 서지 않는다. 그러나 짝퉁 박상민은 여기저기 출연하며 박상민의 상품가치를 깎았다. 이 때문에 박상민이 당한 피해액이 수십 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알려졌다.


그런 행각이 드러났는데도 그 사람을 처벌하지 말라는 여론이 당시 있었던 것이다. 그때 나는 정말 답답했다. 만약 다른 순수 예술가를 사칭한 사람이 발각됐어도 처벌반대 여론이 있었을까? 사칭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연예인을 그 만큼 우습게 보기 때문이다. 당시 처벌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약 마이클잭슨 공연을 보러 갔는데 가짜가 나와 노래를 불렀어도 좋아했을지 궁금하다.


짝퉁 박상민이 벌인 건 사기극이다. 그런데 당시 이 사건으로 화제가 됐던 건 모방, 패러디였다. 그때 나도 짝퉁 박상민 사건과 관련해 패러디 문화 인터뷰 요청을 받고 답답했었다. 어떻게 사기와 패러디를 구별하지 못한단 말인가. 사회가 제대로 판단을 못하니 가해자도 자신의 잘못을 몰라 계속해서 항고하는 바람에 여태까지 송사가 이어졌다. 박상민은 이중삼중의 피해를 입은 셈이다.


2009년 1월 30일, 대법원에서 짝퉁 박상민의 유죄가 드디어 확정됐다.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 700만 원이 선고된 것이다.


일단 유죄가 확정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라는 애매한 이름으로 달랑 700만 원 벌금형에만 처해진 것은 이상하다. 그 사람이 타인에게 입힌 피해에 비추어 너무 가볍다.


내가 여자라고 치고, 어쩌다 장윤정과 똑같은 외모로 태어나서 장윤정 행세를 하며 립싱크 행사로 몇 년간 돈을 벌다 막판에 몇 백만 원 벌금만 내도 된다면? 취득한 이익에 비해 이건 벌금도 아니다. 박상민이 가해자에게 따로 배상을 받는다고 해도 근거가 애매하기 때문에 가해자는 상당히 남는 장사를 한 셈이 됐다.


그 가해자는 이제부터 박상인 등으로 이름만 바꿔 모창가수로 계속해서 활동하면 그만이다. 피해자가 연예인이라고 이 사건을 너무 경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람을 사칭할 경우에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이 나라에 마땅치 않다는 것도 황당하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할 수 없도록 ‘박상민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요즘 무슨 사건만 터지만 사람 이름 붙여서 법 만들겠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박상민법이야말로 진짜 필요하다. 남을 사칭해도 솜방망이 처벌만 받는 나라라면 정상이 아닌 나라다. 


아무튼 늦게라도 짝퉁 박상민 유죄가 확정된 것을 환영한다. 햇수로 3년째 이어진 송사였다. 당사자가 아닌 나도 시원한데 피해자 박상민이야 오죽 속이 시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