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 음악 칼럼

박명수 몸개그 모처럼 웃겼다


 

<무한도전> 봅슬레이 편에서 박명수가 모처럼 웃겼다. 그동안 박명수는 남을 보조하는 역할만 했었다. 자기가 주체적으로 상황을 만들어가는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일본에 가더니 사람이 달라졌다. 2009년을 맞는 각오인가?


이번에 방영된 <무한도전>에서 웃기는 상황은 거의 박명수가 주도했다. 대표적인 것이 달리기 시합의 상황이다. 그냥 그저 그랬을 수도 있는 달리기 시합이었는데 갑자기 박명수가 옷을 벗으면서 상황이 웃기는 쪽으로 급진전됐다. 내복은 원래 웃기는 패션이지만 박명수의 내복은 유난히 웃겼다.



박명수가 일단 내지르자 전 멤버가 모두 내복 바람으로 달렸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선 게임을 물리도록 봐서 웬만한 자극으론 웃기지도 않는다. 게임 중에서도 가장 식상한 게임 방식인 달리기 게임을 폭소탄으로 폭주하도록 만든 건 박명수의 몸개그였다.


일이 되려고 그랬는지 남자 내복 아랫도리 가운데 터진 부분도 유독 박명수의 내복만 웃기는 모양새로 벌어졌다. 유재석도 웃기려고 바싹 당겨 입었지만 박명수같은 태는 나지 않았다.




박명수는 과거에 김연아 편에서도 달리는 모습만으로도 웃긴 ‘은총 받은 몸개그 적합 체형’임을 과시했었다. 이번에 체형, 맵시, 동작, 마인드 모두 전혀 변하지 않은 몸개그 적합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결혼 후에 뭔가 나태해진 것 같다는 인식을 안겨줬던 박명수다. 박명수가 프로그램을 ‘날로 먹으려 한다’는 비난이 많았다. 귀찮아하는 표정이나 퉁명스러운 말투 때문에도 그렇고, 실제로 박명수가 웃기는 상황을 주도하는 경우를 찾아보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2008년은 박명수가 지금의 위치 이상으로 ‘용’이 될 수 없음을 확인한 한 해였다. 1인자 MC로의 도약은 실패했다. 그리고 점점 더 수동적인 위상으로 약화됐다. 이젠 박명수에게 그리 대단한 웃음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무한도전>에서 박명수는 적극적으로 상황극을 만들어갔다. 그것도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던지는 방식이었다. 결혼한 후 몸 쓰는 것에 귀찮아하는 티가 역력했었지만 이번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성공했다.



아침 운동을 하러 나가서도 박명수가 뜬금없이 눈사람이랑 씨름을 하는 바람에 웃기는 상황이 펼쳐졌다. 박명수가 눈사람과 놀기(?) 시작하자 곧 노홍철이 뒤를 받쳤다. 박명수는 눈사람 머리를 떼어내 자기 머리로 받는 투혼(?)을 발휘하기까지 했다. 그동안 소극적이고 나태해졌다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하기에 충분한 액션이었다.


점심 게임 씬에서도 박명수가 몸을 던져 웃기는 상황을 만들었다. 뜨거운 라면을 손으로 집어먹고 들판의 눈을 덥석 들어 먹었다. 웃기려고 몸을 던지는 것이 역력했다. 그리고 웃기는 데 성공했다. 다른 멤버들은 모두 박명수를 보며 웃는 데 바빴다. 박명수가 이렇게 ‘웃음의 중심‘이 된 건 꽤 오랜만에 보는 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년을 마감하고 2009년을 맞는 박명수의 결기를 느꼈다. 한 물 같다는 비난에 독기로 정면대응하겠다는 결기. 웃기기도 했거니와, 신년부터 몸을 던지는 ‘큰형님’ 박명수의 모습은 그 자체로 국민에게 선물이었다. 뭐랄까 다시 한번 정신 바짝 차리고 달려들자는 격려 같았다고나 할까?


- 봅슬레이 편의 희망 -


일본은 팀별로 봅슬레이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국가 전체에 달랑 대표팀용 2개밖에 없다는 것이 <무한도전>에 방영됐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제력 차이가 이런 데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요즘 ‘노란토끼’라는 말이 유행이다. 일본의 엔 자본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번에 겪은 외환위기도 엔 자본과 관련이 있다. 이번에도 엔 자본 채무 때문에 한국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엔 자본이 한국의 자산을 접수하려 대대적으로 내습할 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만연해있다. 봅슬레이 인프라에서도 일본의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무한도전>에선 그런 일본을 우리가 ‘악’으로 눌렀다는 내용도 방영됐다. 훨씬 늦게 시작했고 인프라는 아예 없다시피 하지만 봅슬레이 월드컵에 우리는 출전하고 일본은 탈락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경제위기는 금융위기이면서 경쟁력위기이기도 한다. 경쟁력위기는 우리가 일본의 기술력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결정적이다. 그래서 대일무역 적자가 쌓이고 그것이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지는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외환위기의 단초가 된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빨리 산업화를 시작했다. 이것이 양국의 경쟁력 차이를 만들었다. 봅슬레이에도 그런 격차가 있다. 그러나 우리 봅슬레이 대표팀은 그 간격을 ‘악’으로 따라잡았다는 내용이었다. 2009년, 의기소침한 한국인에게 작은 희망을 주는 메시지다.


가장 많은 부담을 지고 있으며, 동시에 퇴출위협에 시달리는 우리 사회의 등뼈인 40대. 그들에게도 박명수의 ‘악으로’ 투혼이 희망을 줬다. 우리 국민들이 박명수처럼 결기 있게 2009년을 맞으면, 노란토끼들에게 우리 봅슬레이 대표팀처럼 먹히지 않을 수 있을까?


전혀 논리적이지도 않고, 아무런 근거도 없지만, 어쨌든 이번 <무한도전>은 뭔가 2009년 희망의 메시지가 된 듯한 느낌이다. 희망이 현실이 되면야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희망만으로도 볼 만한 오락 프로그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