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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스키점프 金 김현기의 눈물겨운 사연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스키점프 불모지인 한국의 김현기 선수가 중국 하얼빈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한다. 봅슬레이 메달만큼이나 놀라운 성과다.


워낙 비인기 종목이어서 몰랐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나라 대표팀은 6년 전인 2003년에도 금메달을 땄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에도 아무런 지원은 없었다. 이번에 금메달을 딴 우리 스키점프 대표팀엔 돈이 없어 찢어진 경기복을 입은 선수도 있었다고 한다.


이미 우리 스키점프 대표팀을 소재로 한 영화가 올 여름 개봉을 목표로 제작되고 있었다. 하정우, 김지석 등이 주연이다. 영화는 비인기종목이지만 열정을 가지고 몰두하는 선수들을 그린다고 한다. 영화 제작 중에 그 소재가 된 선수들이 금메달을 딴 것이 드라마틱하다.


김현기 선수의 인터뷰가 CBS에서 방송됐다. 막상 실상을 듣고 보니, 아무리 비인기종목이라지만 너무 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대한민국에 스키점프 훈련을 할 수 있는 경기장은 한 곳밖에 없는데, 인공눈 지원이 안 돼 대표팀이 겨울에 훈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정말로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이 떠오르는 현실이다.


한국에서 실전 훈련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전지훈련을 여유있게 나갈 형편도 아니었다고 한다. 그렇게 지원이 없다보니 옷값까지 아끼느라 국제대회에 한국 대표팀이 찢어진 옷을 입고 출전했다는 것이다. 한 벌당 60만 원하는 경기복이 일 년에 열 벌 정도 필요한데, 우리 대표팀은 일 년에 한두 벌밖에 못 샀다고 한다.

 

현재의 대표팀 네 명 중에 두 명은 실업팀을 찾지 못해 다음 대회 때부턴 단체전에 아예 출전도 못할 지경에 처했다. 김현기 선수의 경우는 그간 연봉이 360만 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막노동이나 인형탈 아르바이트 등 부업을 전전하며 선수생활을 했단다.


김현기 선수는 최소한 대한민국 스키점프 대표팀이 유지라도 될 수 있게 2명의 실업팀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것과, 훈련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호화로운 선수생활도 아니고 최소한의 생존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세계대회 메달을 따냈다. 정말 기적이다. 하지만 국가가 무관심하면 기적은 글자 그대로 일회적인 기적으로 끝날 것이다. 결코 반복될 수 없는 우연으로.


지난 올림픽 때 연예인들의 이벤트 비용으로만 억대를 지원했던 대한민국이다. 그 연예인들은 온갖 매체가 주목하는 ‘섹시’한 존재다. 반면에 스키점프팀은 나만 해도 우리나라에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을 만큼 관심에서 소외된 존재였다.


국민의 주목과 관심을 받는 사람들에겐 어차피 좋은 환경이 따라온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지원이다. 만약 연예인 응원단 비용의 극히 일부만 지원됐더라도 한국 대표팀이 찢어진 경기복을 입는 수모는 겪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부문들이 방송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다. 교양프로그램 대학살이 진행되는 중이다. 국가가 그런 프로그램을 지켜주기 위해 방송공공성을 뒷받침한다는 소식은 없다. 오히려 인기 있는 드라마예능만 더욱 대우 받게 될 민영화 이야기만 들린다.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해 눈물겨운 선수생활을 한 김현기 선수의 사연은 그런 현실을 떠올리게 했다. 여기서도 국가는 없었다. 국가는 인기 있는 드라마예능 출연자들의 응원단 이벤트만 지원했을 뿐이다.


돈이 없어 찢어진 경기복을 입는다는 한국 대표팀의 사연이 1960년대가 아닌 21세기에 나온 것이 정말 놀랍다. 마침 오늘 9시 뉴스는 돈이 없어 지역 공부방 아이들이 끼니 걱정을 하고 있다는 사연을 전하고 있었다.


우리 국가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황당한 건 정부가 지금 더욱 재정을 줄이려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면 나중에 국가가 정책방향을 바꿔 소외종목, 소외국민을 대대적으로 지원하려고 해도 돈이 없게 된다. 소외된 사람들이 얼마나 더 헐벗고 굶주려야 정신 차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