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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샴페인 막장예능으로 추락하나

 

샴페인이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엔 현영의 발언이 문제다. 현영은 4일 샴페인에 출연해 아는 동생 이야기라면서 말을 꺼냈다. 이발을 하러 가 구레나룻란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사타구니만 남기고 모두 잘라달라고 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네티즌수사대는 이것이 2008년 10월 SBS 파워FM '2시 탈출 컬투쇼'에서 방송됐던 사연임을 적발해냈다. 남의 사연을 마치 자기 주변의 이야기인 것처럼 방송해 시청자를 속인 것이다.


샴페인 측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현영은 아는 동생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했을 뿐이고, 자신들은 앞으로 출연자의 이야기를 조금 더 알아보고 방송 제작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있을 수 있는 실수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단, 이 사건이 처음일 경우에만 그렇다.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면 실수라고 하기가 힘들다. 그런 점에서 샴페인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 김예분과 김세아 사건 -


불과 몇 달 전에도 샴페인에선 같은 사건이 벌어졌었다. 김예분이 출연해 전직 대통령을 골프장에서 우연히 만나 각하가 아닌 전하라고 불렀다는 사연을 말했는데, 이것도 역시 '2시 탈출 컬투쇼'에서 방영됐던 사연임이 밝혀졌던 것이다.


이 거짓 방송은 당시 엄청난 비난과 함께 제작진의 공식사과, 방통위의 권고 조치로까지 이어졌다. 김예분은 사실상 공중파 퇴출까지 당했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하지만 샴페인 측이 그런 주의를 기울였다는 징후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오히려 출연자에게 최대한 자극적인 이야기를 끌어내 시청률만 올리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두 달 전의 김세아 사건이 그렇다. 김세아는 <샴페인>에서의 발언 때문에 엄청난 비난을 받았고, 역시 공중파 퇴출 비슷한 대중적 징벌이 이어졌다.


당시 김세아는 모 남자 배우가 자신에게 스토킹 유사한 것을 했다며, 그 남자 배우의 명예가 심각한 수준으로 실추되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그 남자 배우가 누구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도록 세세한 정보를 공개했다.


그 남자 배우가 누구인지가 너무나 뻔했기 때문에 언론은 실명까지 적시해 보도했었고, 해당 남자 배우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아주 불쾌하며 김세아의 말이 사실도 아니라는 글을 올렸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수준의 방송이었다. 단 한 순간의 웃음과 시청률을 위해 타인의 명예를 뭉개는 짓이었다. 제작진에게 양식이 있었다면 현장에서 이 이야기를 제지했어야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제작진은 이 이야기를 부추겼다. MC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즐거운 표정이었고, 프로그램은 이미지를 동반한 자막처리까지 해가며 이 수준이하의 폭로전을 만끽했다.


김세아가 이야기를 시작할 때부터 프로그램엔 ‘또다시 강력한 특종예감’이라는 자막이 떠 시청자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제작진이 이 말도 안 되는 폭로극을 주력상품으로 민 것이다. 이런 전과가 있으니 샴페인에 대한 신뢰가 없을 수밖에 없다.




- 자극적이면 그만이다? -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 프로그램의 녹화가 끝난 후 김세아는 아마도 MC와 제작진의 최면으로부터 벗어나 뒤늦게 이성을 되찾은 것 같다. 그녀는 제작진에게 자신이 녹화중에 그 남자 배우에 대해 너무 자세히 말한 것을 편집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매우 놀랍게도, 샴페인 측은 그것을 편집하기는커녕 자극적인 자막으로 강조까지 해가면서 방송에 내보냈던 것이다. 남의 명예가 어떻게 되건 말건! 그 때문에 김세아는 몰상식 방송인의 오명을 썼다. 남자 배우 우스운 사람 되고, 출연 여배우 나쁜 사람 만든 댓가로 얻은 건 샴페인의 한 줌 웃음뿐이다.


이 사건 이후 샴페인은 막장 예능의 대명사가 됐는데 이번에 또 사고가 터진 것이다. 동생 이야기라고 하긴 했지만 현영도 분명히 잘못했다. 제작진이 출연자의 사연을 일일이 검증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샴페인만의 잘못이라고 하긴 힘들다.


하지만 제작진이 사전에 거짓사연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강력히 주지시켰다면 이런 일이 그렇게 쉽게 일어날까?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만 끌어내려고 하면서 다른 덕목엔 소홀한 제작분위기가 출연자의 ‘실수’를 거듭 끌어내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런 분위기는 한국 예능에 만연한 것이기는 하다. 그중에서 요즘 샴페인의 후안무치함이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 몇 번 사고를 겪었으면 특별히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데 그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노력하겠다’는 제작진의 말도 믿을 수가 없다.


현영 사태는 샴페인을 비롯해, 요즘 막 나가는 예능의 사연 자극성 경쟁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 더 이상 신뢰를 잃기 전에 양식을 되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