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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김구라 아직 정신 못 차렸다

 

김구라에 대한 대중감정이 예전 같지 않다. 왜 그럴까? 최근 화제가 된 <명랑히어로> 마지막 방송에서의 아이돌 비하 논란은 그 이유를 짐작케 하는 사건이었다. 오늘 그 사건에 대한 김구라의 인터뷰가 나왔다. “내 발언에 대한 자극적 기사엔 단련이 되어 있다”라고 했다고 한다.


김구라는 또 “허영생과 효연과 관련한 내 발언을 기사화한 것을 봤다”며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 말은 아이돌이 틀 안에 갇혀있는 느낌이란 뜻이었다 ... 자극적으로 보도한 매체들도 있었으나 난 그런 것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이미 많이 단련된 사람”이라 했다고 한다.


자기는 할 만한 말을 했는데 매체와 대중이 너무 지나치게 반응한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김구라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대중은 김구라 말에 대해 오해한 적도 없고, 그 사건은 분명히 김구라가 잘못한 것이 맞다. 김구라의 이런 안이한 인식은 요즘 김구라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가 떨어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 내용이 아니라 태도가 문제였다 -


김구라가 아이돌을 언급하는 것을 보며 대중은 기분 나빠 했는데, 그것은 환관이니 내시니 했던 김구라가 한 말의 내용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김구라의 태도가 문제였다. 김구라는 이것을 깨달아야 한다.


SS501 멤버들과 출연진이 아이돌 그룹에서 인기가 없는 멤버는 불안을 느낄 것이란 말을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김구라가 ‘영생이는 왜 안 데리고 나왔어?’라며 치고 나왔다.


그러면서 ‘영생이’와 소녀시대의 ‘효연’ 이야기를 했다. 김구라가 장기로 삼는 ‘없는 사람 실명토크’였다. 김구라는 항상 B급 연예인들의 실명을 마구잡이로 거론하며, 자신이 그러는 것은 그들을 위하는 일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때도 자신의 ‘영생이’ 타령이 허영생을 위한 일이라고 당연하게 여기는 투였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당혹스러워하는 데도 계속 사람 이름을 거론했다.


김구라가 너무 막 나갔다. 네티즌이 김구라의 독설과 막말에 환호한 것은 그가 약자 입장에서 강자를 씹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네티즌은 통쾌함을 느꼈다. 하지만 어느새 김구라는 강자 입장이 됐다.


그러면서 자신이 언급만 해줘도 그에게 이로운 일이라면서 남의 명예와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남의 이름을 언급한다. 마치 <개그콘서트>에서 안영미가,


“내가 불러주기만 해도 영광인 줄 알아 이거뜨라~”


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안영미는 가장 재수 없는 사람을 극단적으로 묘사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 캐릭터가 현실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웃는 것이 아니라 불쾌해한다. 김구라가 그 선을 넘고 있다.


- 선을 넘은 실명토크 -


김구라는 보통 양배추 같은 개그캐릭터들을 입에 올린다. 그런 연예인들은 설사 망신스러운 일이라도 방송에 언급되는 것 자체가 이익일 수 있다. 그러므로 김구라가 그들의 이름으로 실명토크를 할 때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허영생과 효연의 이름을 우습게 언급하자 논란이 됐는데, 그것은 이들이 개그캐릭터가 아닌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아이돌은 어떤 식으로든 노출만 되면 그만인 연예인이 아니다. 아이돌은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부러 노출을 자제하기도 한다.


개그형 연예인은 많이 노출될수록 좋은 것이지만, 아이돌은 노출 이전에 가치유지가 가장 중요한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김구라는 그들을 방송 상에서 궁상스러운 이미지로 만들어 가치를 훼손했다. 방송 중에도 김구라가 허영생을 보내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실이었다. 여기에 대중이 불쾌함을 느낀 건 당연했다.


그렇게 남을 깔아뭉개면서, 내가 언급해주는 게 다행인 줄 알라는 것은 오만이다. 시청자는 이런 강자의 오만을 싫어한다. 게다가 이번엔 그런 대중의 문제지적마저 자신은 단련돼있다며 우습게 흘려버렸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김구라에 대한 호감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사람들이 김구라를 좋아했던 건 그가 낮은 위치에서 사람들을 대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점점 높은 위치에서 사람들과 프로그램을 굽어보는 캐릭터로 변하고 있다. 동료 개그맨이 아닌 아이돌까지 마구 ‘씹어 돌린 건’김구라의 판단력에 적색경보가 켜졌다는 신호다.


대중의 호감을 유지하고 싶다면 한 걸음 아래로 내려와야 한다. 지금처럼 오만하게 굽어보는 캐릭터로 가면서 동시에 막말까지 난사한다면 사람들은 점점 김구라로부터 등을 돌릴 것이다. 대체로 아이돌 비하 논란은 팬클럽이 잘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이번엔 김구라의 잘못이 맞다. 김구라는 이 사건을 우습게 넘길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