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중사회문화 칼럼

추적60분 이용당하고 말았다

 

추적60분 이용당하고 말았다


이전 글 '추적60분의 비뚤어진 교육관'에서 추적60분 교육개혁 특집 1탄이 사교육을 홍보해 준 셈이라는 시민사회의 지적을 전했었는데, 네티즌께서 사교육업계가 벌써부터 추적60분을 기민하게 이용해 홍보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제보해주셨다.


아래는 그것을 캡쳐한 이미지다.




공교육을 살려보자는 취지의 방송이 오히려 사교육을 더 살려주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을 살리자던 신해철이 사교육 광고에 출연해 사교육을 살려준 것보다 더 황당한 일이다. 신해철은 일개 연예인이지만 추적60분은 한국의 대표적인 교양프로그램 아닌가. 꼴이 더 우습게 됐다.


이런 결과를 예측했어야 했다. 추적60분은 고액 사교육을 당연한 의무로 만들었다. 아무리 모두가 사교육을 당연시한다고 해도 방송을 통해 그것이 강조되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이것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보다 절박한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 보다 큰 사교육비를 불러 올 것이 뻔한 방송이었다.


이런 방송을 통해 공교육이 자극을 받아 잘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공교육의 교사는 죽었다 깨나도 이 프로그램이 제시한 유수의 학원강사들처럼 여러 명의 연구원을 두고 엄청난 물량을 투입해가며 강의를 할 수 없다. 교사들이 이 정도의 물량을 수업에 투입하려면 교육예산이 지금의 몇 배 이상은 불어나야 한다. 게다가 순전히 문제풀이에만 전념해 정상적인 교육을 포기해야만 한다. 사교육 스타강사를 보여주며 공교육 교사를 탓하는 것은 교사더러 죽으라는 소리에 다름 아니다.


또, 이 프로그램에서 이상형으로 제시된 맞춤형 수준별 학습도 공교육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수준별 학습을 하는 순간 그것은 우열반이 되고 일반 학생 쳐내버리기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학원에서의 수준별 교육은 돈을 주고 사는 상품이다. 돈 내면 돈 낸 만큼 제공되는 것이다. 가난뱅이 학생이 학원에 가 수준별학습해달라고 한다면? 비웃음과 함께 쫓겨날 뿐이다.


학교는 절대로 그럴 수 없는 존재다. 학교에서의 교육은 모든 국민에게 공평히 제공되는 것이지, 돈 낸 만큼 제공되는 상품이 아니다. 학교는 그 누구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학원시장에서 배타적으로 거래되는 수준별 교육과, 학교에서 전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시행되는 공교육을 비교하는 것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공교육의 목표는 인간과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고

사교육의 목표는 성적향상이므로

이 둘은 비교할 수 없고,

성적향상의 관점에서 비교하면 당연히 사교육이 우세할 거란 사실을 한국 최고의 비판 프로그램이라는 추적60분이 정녕 몰랐단 말인가?


이 당연한 사실을 무슨 놀라운 발견이라도 되는 양 ‘추적’해서 ‘60분’씩이나 방송을 해댔으니, 사상 초유의 전파낭비였던 셈이다.


추적60분은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성질의 것들인 사교육과 공교육을 성적향상의 관점에서 비교함으로서 교육파탄과 사교육 망국에 단단히 일조했다. 특히 엄청난 물량이 투입되는 재벌형 스타강사를 마치 사교육의 일반적인 모습인양 방송해 사교육에 대한 환상만 더 키워놨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것을 기민하게 홍보로 연결하는 사교육 산업의 순발력에 경의를 표하며, 아무 생각 없이 광고 방송을 해준 추적60분을 개탄한다. 교육개혁 특집 시리즈, 남은 회만이라도 정신 차려서 잘 만들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