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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몽골의 아내의유혹 해적질 괜찮다

 

몽골에서 <아내의 유혹>을 무단으로 방영하는 것이 불법적 콘텐츠 유용이라며 ‘씁쓸하다’는 기사들이 최근 나왔다.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지는 모르나, 몽골에서 <아내의 유혹>은 80%에 가까운 시청률을 올린다고 한다. <대장금>이 60% 수준이었다고 하니 대단한 수치다. 장서희가 몽골에선 최고의 한국인 스타로 부상했다고 한다.


‘규제할 수 없어서’, 정확히 얘기하면 돈을 받아낼 수 없어서 문제다라든가, 판권관리가 필요하다라든가 하는 지적들이 나왔다. 그러면서 씁쓸하다는 보도들이 나오는데, 난 하나도 씁쓸하지 않았다. 물론 저작권을 소유한 이해당사자는 씁쓸하겠지만, 한국의 국민으로서는 씁쓸할 일이 아니었다.


- 이익의 문제 -


요즘 이익을 따지는 것이 유행이니 먼저 이익의 차원에서 보자.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엔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해적판이 범람했다. 해적판이라 함은 원본을 그대로 복사해 판다는 의미다. 일종의 지적 재산권 해적질이다. 그래서 누가 이익을 봤을까?


한국과 일본이 모두 이익을 봤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저렴한 해적판을 통해 앞선 문화를 풍부하게 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자란 사람들이 나중에 대중문화 르네상스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선진국의 지적 재산권을 해적질하지 않고 일일이 돈 주고 산다면, 후진국의 젊은이들은 절대로 풍부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없고 문화산업도 발전하기 힘들다. 한국은 해적질을 통해 외화도 절약하고, 경쟁력도 기르고 일석이조의 이익을 본 것이다.


일본은 자국의 문화상품이 한국시장에 공짜로 홍보되는 이익을 얻었다. 자기 돈 써가며 마케팅해야 할 것을, 해적판이 거저 해준 것이다. 물론 당시의 이해당사자는 손해를 봤겠지만, 장기적으로 일본 문화산업 전체는 시장확보라는 이익을 본 셈이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세계대전을 일으킨 이유 중 하나가 ‘시장확보’였던 것만 봐도, 자본주의 경제에서 시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내의 유혹> 해적판도 비슷한 구조다. 몽골은 그런 식으로 저렴하게 문화를 향유하는 이익을 얻게 된다. 마치 과거의 한국처럼. 그렇게 자란 젊은 세대는 몽골의 문화산업을 발전시킬 것이다.


한국은 한국영상물의 가치가 홍보되는 이익을 얻는다. 당장은 손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익이 더 클 것이다. 또,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해 한국 제품 전체의 이미지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으며, 동아시아 주요국 젊은이들이 한국에 친근함을 느끼게 됨으로서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증대되는 이익을 얻는다.


상호간 이익이 증대되는 윈윈게임이니 씁쓸할 일은 전혀 없다.


- 도리의 문제 -


그 다음엔 좀 더 원칙적인 차원에서 도리의 문제로 보자.


원칙적으로 후진국이 선진국의 지적 재산권을 해적질하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


무조건 옳다. 후진국은 해적질을 해야 한다. 독일도 과거에 산업을 발전시킬 때는 영국 제품을 도용했었다. 일본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다. 미국은 영국이 출국을 금지시킨 기술자를 빼내가서 기술을 발전시켰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미국은 지적 재산권을 강화하자고 한다. 한미FTA에도 그런 내용이 들어있다. 후진국이 선진국을 쫓아가지 못하도록 걷어차버리는 짓이다.


한국은 후발주자이면서 그나마 선진국 문턱에라도 다다른 유일한 나라다. 우리가 아직 선진국에게서 빼내올 것도 많지만, 후진국에 나눠줄 것도 조금은 있다. 어느 정도 경제가 발전된 나라라면 돈을 반드시 받아야겠지만, 저개발 국가에게까지 쫓아가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야 직성이 풀린다는 식의 ‘밴댕이 속알딱지’는 추할 뿐이다.


중국 정도면 돈 받아도 된다. 중국은 이미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라고도 말할 수 있다. 중국의 중산층이 대한민국 전체 인구보다 더 많을 것이다. 그들에겐 당연히 돈 받아야 한다. 하지만 몽골한테까지 받아야 하나?


한국의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작가들은 모두 선진 문물을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향유한 해적의 후예들이다. 우리가 그렇게 컸으면 남에게 아량을 베풀 줄도 알아야 한다. 몽골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하면, 기뻐하고 몽골의 문화 발전을 기원해주면 그만인 것이지, ‘씁쓸하다’며 기사를 써댈 필요는 없었다.


후진국이 선진국의 지적 재산권을 해적질하는 것은 통쾌한 일이다. 그래야 지구적 양극화가 조금이라도 해소된다. 모든 것을 일일이 돈 주고 사가라고 하면 선진국-후진국 간 격차는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다.


단지 유감인 것은, 왜 하필 <아내의 유혹>인가. 다른 작품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몽골 국민의 문화적 풍요로움을 위해서나, 한국의 이미지를 위해서나 말이다. 막장 드라마가 양국 간 가교가 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