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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김아중 안티는 그바보 제작진이다

 


<그바보>가 시작된 후 김아중에 대한 비난이 많았다. 김아중 캐릭터는 분명히 문제가 있긴 하다. 하지만 김아중 혼자 작품을 말아먹고 있는 건 아니다. 1~4회를 보면 김아중, 황정민 캐릭터가 모두 문제가 있었으며, 근본적으로는 작품 자체가 문제를 내장하고 있었다.


다행인 건 4회에서 드라마가 살아났다는 거다. 1회에서 황정민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2~3회는 침체기로 들어갔었다. 이때 <시티홀>이 원톱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지난 4회에서 <그바보>는 드라마의 매력이 살아났다. 그것은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그 기대에 성공적으로 부응하려면 두 주연의 캐릭터가 살아나야 한다. 그리고 작품 자체의 활력도 살아나야 한다.


여기선 김아중 캐릭터의 문제를 지적하고, 황정민 캐릭터의 문제는 다음 글에 다루도록 하겠다.



<그바보>가 시작될 당시 ‘황정민이 얼마나 보통 사람같아 보이며, 김아중이 얼마나 슈퍼스타 여신처럼 보이느냐가 향후 이 드라마의 폭발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었다. 이것이 핵심이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 설정이 분명해졌을 때 드라마에 힘이 생긴다.


김아중을 보고 입이 쩍 벌어져야 한다. 그 미모 때문에든, 그 화려함 때문에든. 공주 수준이어선 안 된다. 김아중은 여신처럼 보여야 한다. 그래야 김아중을 둘러싼 주변 상황에 생동감이 생긴다. 또, 황정민이 김아중 앞에서 벌벌 떠는 것에도 설득력이 생기며, 황정민에게 김아중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에 시청자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낼 수 있다.


<노팅힐>에서 휴 그랜트의 일상 속으로 줄리아 로버츠가 진입할 때, 그것은 마치 마법과도 같았다. <스타의 사랑>에서 후지와라 노리카는 여신 그 자체였다. 그런 여신이 일반인인 초난강의 집에 갔을 때, 또 직장동료와 만날 때 그들이 기절초풍하는 모습에 시청자도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거꾸로 그런 여신과도 같은 스타가 일반인에게 마음을 빼앗겨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재미의 요인이 됐다. 이 모든 건 기본적인 설정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반인의 세계로 강림한 여신’. 이 설정이 그 모든 해프닝과 놀라움을 이끌어내는 근원이었다.


<그바보>에서 김아중은 일반인들이 황송해할 정도의 대스타가 아니라, 그저 참하고 순수한 동네 처녀처럼 보였다. 게다가 2,3회에선 주로 ‘죽상’을 하고 있었다. 착하고 순수한 동네 처녀가 죽상하고 있는 모습에서 인간미를 느낄 순 있겠으나, 폭발적인 판타지를 느낄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극중 인물들과 시청자가 동시에 김아중에게 경이로움을 느끼며,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을 만큼 그 캐릭터를 동경하도록 해야 한다. 김아중은 화려해야 하며 구름 위의 선녀처럼 비현실적이도록 눈부시게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구질구질한 황정민의 일상과 극명히 대비되며 드라마에 활력이 생긴다.



- 사고는 제작진이 치고 욕은 김아중이 먹고 -


<스타의 사랑>에서 후지와라 노리카를 보며 호들갑을 떠는 초난강 직장 동료들의 모습은 큰 웃음을 선사했었다. 또 그런 호들갑이 거꾸로 여주인공인 후지와라 노리카를 명실상부한 대스타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했었다.


사실 사람이 예쁘면 얼마나 예쁘겠나. 정말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여쁜 동네처녀와 미모의 스타는 한끝 차이일 수 있다. 어떤 여자 연예인이 그를 모르는 시골 동네에 갔다고 생각해보라. 사람들은 호감은 보이겠지만 심드렁할 것이다. 그런데 그 여자 연예인을 둘러싸고 수천 명의 팬클럽이 괴성을 질러대고, 수십 명의 스텝이 그 여자를 따라다니고, 엄청난 플래시가 터져대는 대소동을 뒤늦게 본다면?


그때부터 동네 사람들은 그 여자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여기며 어려워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녀가 말 한 마디라도 걸어오면 황송해 할 것이다. 이렇게 같은 여자라도 주위에서 얼마나 설레발을 떨어주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거다.


<스타의 사랑>에선 후지와라 노리카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그런 역할을 하며 시청자에게 그녀의 위상을 세뇌시켰다. 그러면서 초난강 직장 동료들의 호들갑은 웃음까지 줬다.


<그바보>는 김아중을 그저 혼자만 세워 둘 뿐이다. 옆에서 받쳐주는 설정이 없다. 자가용 한 대. 매니저 한 명. 그뿐이다. <환상의 커플>에서 환상적인 코미디를 선보였던 ‘공실장’도 제대로 못써먹고 있다. 이러니 김아중의 캐릭터도 죽고 작품도 밋밋해지는 것이다.


팝스타의 기록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열광하는 팬들과 매스컴, 별처럼 반짝이는 플래시 세례에서 느껴지는 흥분과 동경 때문이다. 그런 것이 하나도 없이 일상의 소소한 모습만 나온다면 작가주의 기록물은 될지 몰라도 재미는 줄 수 없다. 락스타의 공연 기록물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열광하는 관객의 모습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통해 락스타가 더 위대해보이고, 그 쇼가 더 화려하게 느껴진다. 그런 것 없이 락스타 혼자 서 있는다면 대부분 ‘찌질’해보일 것이다.


그런데 김아중한테는 아무 것도 만들어주지 않고 있다. 이렇게 썰렁하게 만들어놓고 김아중더러 혼자 알아서 모두 남성이 동경하는 톱스타임을 시청자에게 납득시키라고 하는 것은 제작진의 직무유기다.


사실 김아중이 자체발광으로 여신처럼 보이기는 힘들다. 이건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는 기본적인 조건이다. 그렇다면 스타를 보고 놀라는 사람들, 천진난만한 스타(여신은 못 되도 요정처럼은 보이는), 설레발 떠는 직장동료들 같은 우스꽝스런 설정을 더 많이 배치해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또, <스타의 사랑>은 촬영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계속 이어나가면서 후지와라 노리카가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주지시켰다. 반면에 <그바보>에서 김아중은 항상 집안에 썰렁하게 있을 뿐이다. 이러면 일반인과 뭐가 다른가? 그런 일반인을 왜 밤하늘의 별처럼 ‘그저 바라보기만’할 정도로 숭배한단 말인가? 납득이 안 된다.


작품이 이렇게 몰아갔는데 욕은 김아중이 다 먹고 있다. 제작진이 김아중 안티군단을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김아중을 썰렁한 집안에서 매니저와 죽상하고 있는 불쌍한 처녀가 아닌, 화려한 대스타이며 생동감 있고 역동적인 인물로 만들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