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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먹칠당한 이하늘이 불쌍하다

 

최근 <천하무적 토요일>은 희대의 ‘얍삽함’을 선보였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간 당일에 방송을 강행한 것이다. 결국 호랑이(무한도전)가 사라진 산중에서 왕노릇 비슷하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시청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해 인기 프로그램의 반열에 오른 거다.


어떤 사람들은 전대통령이 돌아갔다고 해서 모든 예능이 결방하는 건 또 다른 전체주의가 아니냐고 한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어떤 마을에서 어른이 돌아가셨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밤에 어떤 집에서 풍악을 울리며 잔치를 열었다. 물정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 잔치집에 몰려들었다. 동네 사람들은 그 집을 타박했다. 이것이 전체주의인가?


아니다. 이건 인간에 대한 예의의 문제다. <천하무적 토요일>은 다른 프로그램이 인간에 대한 예의의 차원에서 문을 닫아걸었을 때 홀로 풍악을 울리며 호객행위를 했다. 결국 성황을 이뤘다. 인륜을 무시한 상행위라 할 만하다. 그 속에 이하늘이 있었다.



- 먹칠당한 이하늘 -


문제는 그 속에서 얼굴을 이용당한 사람들이다. 출연자들은 온 나라가 충격과 애도 속에 잠겨있을 때 TV에서 장난이나 침으로서 이미지가 구겨졌다. 바보가 된 셈이다.


과연 그 출연자들 중에는 노 전대통령의 비극을 애도하는 사람이 없었을까? 그들은 자신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이 비극의 당일에 방영되는 것을 좋아했을까? 이런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출연자 중 한 사람인 이하늘의 당시 심경을 알 수 있는 사건이 오늘 알려졌다. 바로 <천하무적 토요일>이 방영됐던 23일에 있었던 일이다.


그날 DJ DOC는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CYON 비보이 챔피언십 2009' 본선 축하 무대가 예정돼있었다고 한다. 예정된 행사이므로 이하늘과 DJ DOC는 그곳에 갔다. 하지만 노래를 두 곡 부른 후 이하늘은 ‘오늘은 도저히 못 놀아드리겠다’면서 무대에서 내려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주 계획됐던 3개의 행사도 모두 취소했다고 한다. 노 전대통령의 비극 때문이다.


이런 사람을 내세워 비극의 당일에 예능 장사를 한 것이다. 프로그램의 얍삽함이 이하늘의 얼굴에 먹칠을 한 셈이다.



- 이하늘이 불쌍하다 -


무조건 모든 예능 프로그램을 언제까지나 전면 중지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돌아간 당일부터 시작해 최소한 3일 정도는 웃고 떠드는 유흥을 자제하는 것이 인륜에 부합한다. 3일이 지난 후부터는 국민이 예능 프로그램을 선택할 자유를 조금씩 풀어줄 수도 있다고 본다. 왕조시대의 일사불란한 국상하고는 달라야 하니까.


<천하무적 토요일>은 바로 상이 시작된 당일에 방송을 강행한 것이 문제였다. 이건 최악이다. 어떤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공동체가 비극을 당하건 말건, 그 속에서 입지나 넓히자는 장사속 아닌가. 드라마 속에서 악당들은 회사나 국가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언제나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기회로 이용하려 한다. 이것이 한국 드라마 속 악당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것을 비난하는 건 절대로 일부의 주장처럼 전체주의가 아니다.


이번에 이하늘이 공연을 취소한 사건이 알려짐으로서 <천하무적 토요일>이 사실상 출연자의 명예까지 훼손한 셈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본의와 달리 비극의 그날에 어릿광대의 모습으로 TV에 나와야 했던 이하늘이 불쌍하다.


* 제 책이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