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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2NE1, 김종국의 등장이 실패인 이유

 

지난 주에 2NE1이 직접 2NE1의 구설수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사가 나왔다. 열애설 등에 대한 얘기도 있었지만, 인터뷰 기사의 첫머리는 단연 <생방송 인기가요>에서의 데뷔 무대 논란이었다.


다른 가수들이 3분 이내의 시간을 할당 받는데 반해, 2NE1은 6분에 달하는 긴 시간을 소비했으니 특별대우 아니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2NE1은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을 처음 듣고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지 못한 소리를 듣더라도 어차피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었고, 많은 시간이 주어진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단순히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


2NE1의 데뷔과정 전체의 맥락 차원에서 논의할 점도 당연히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들이 공식적으로 등장한 그 쇼의 내용만을 다룬다.


그 쇼는 분명히 실패했다. 잘못된 등장이었다. 그 쇼로 인해 구설수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까지 나온 것이 그것을 방증한다.


위의 기사에선 시간을 문제 삼고 있다. 남들은 3분인데 왜 2NE1만 6분이냐. 이런 얘기다. 하지만 시청자는 시간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어떻게’에 있었다. 2NE1이 어떤 방식으로 등장했는가. 이들의 데뷔쇼가 실패한 것은 바로 이 ‘어떻게’에 원인이 있었다.


2NE1은 시간이 많이 주어진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2NE1이 태만해서 쇼가 실패했다는 말인가? 이것도 그렇지 않다. 열심히 하고 안 하고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어떤 내용을’ ,‘어떤 구도’ 속에서 열심히 보여주느냐에 문제의 핵심이 있었다.


그날의 쇼는 잘못된 내용, 잘못된 방식, 잘못된 구도를 보여줬다. 만약 차후에 다른 신인가수들이 같은 내용의 쇼를 보여준다면, 설사 시간을 3분으로 줄이고, 3배 더 열심히 한다고 해도 같은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다른 신인들을 위해서라도 문제를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 김종국의 등장이 실패인 이유 -


<패밀리가 떴다>에서 김종국은 레드카펫을 펼쳐놓고 왕자마마로 등장했다. 이것이다. 이 간단한 것이 김종국의 등장이 실패한 핵심적인 이유다.


만약 김종국이 수수한 청년으로 등장해 구박도 받고 정도 붙이고 하며 캐릭터와 관계를 발전시켜 나갔다면 등장했을 때의 비난이 그렇게 크진 않았을 것이다. 김종국은 등장했을 때 잘못된 구도를 잡았고(왕자마마 납시오), 그후 캐릭터도 잘못 잡음으로서(람보공익 천하장사) 수렁에 빠졌다.


수수한 바보처럼 등장한 전진은 시청자의 경계심을 무장해제하며 별다른 잡음 없이 <무한도전>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에 김종국이 등장할 때는 유재석을 비롯한 모든 멤버들이 그를 떠받들었다. 당시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까칠했던 이효리도 김종국에게만은 다소곳한 소녀처럼 굴었다. 왕자마마 수준도 아니고 예능황제의 귀환 같은 구도를 형성했던 것이다.


그것은 시청자의 기대를 지나치게 부풀렸다. 동시에 거부감과 경계심도 부풀렸다. <패밀리가 떴다>라는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 마치 김종국을 띄워주기 위해 동원된 것처럼 비친 것도 패착이었다. 김종국이 그 엄청난 기대를 충족시켜 준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처음부터 정상에서 출발했으니 그다음부턴 내리막이 있을 뿐이었다. 최근에 있었던 등장 구도 중에 최악이었다고 할 만하다.


- 2NE1의 등장도 김종국의 등장과 같았다 -


2NE1은 데뷔쇼의 구도에 문제가 있었지만 본격적인 가수활동은 아직 시작도 안했으므로 가수로서 수렁에 빠졌다고 할 수는 없다. 어쨌든 데뷔쇼가 실패한 것만은 분명한데, 그 이유는 바로 김종국의 등장이 실패였던 이유와 정확히 일치한다.


6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열심히 안 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6분 동안 그들이 정말 열심히 보여줬던 쇼의 내용이 김종국의 등장 구조와 같았던 것이다.


2NE1이 신인가수로 등장해 선배들의 노래 중 적당한 것 하나를 부르고, 연이어 자신들의 노래까지 소화하고 들어갔으면 그들의 데뷔무대가 6분이라도 그렇게 튀지 않았을 것이다.


2NE1은 김종국이 이례적으로 등장했던 것처럼 대단히 이례적으로 등장했다. 별도의 인트로 영상을 만들어 노래를 부르기 전에 상영했던 것이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 인트로 영상 자체가 이미 튀었는데 게다가 그 내용도 문제였다.


인트로 영상은 상당히 장중한 음악과 함께 2NE1을 신화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바로 이어진 건 평범한 여자아이들의 발랄한 무대. 인트로 영상의 기대치를 완전히 부수는, 그야말로 ‘깨는’ 장면이었다. 최악의 구성이었던 셈이다. 인트로 영상에 기획사의 욕심이 너무 들어갔다.


황제나 대장군의 등장을 예고하는 ‘빵빠레’를 울려놓고 다른 사람이 등장하면 누구라도 ‘에게?’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잘못된 구도는 그 속에 있는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기대치란 건 그렇게 무섭다. 2NE1뿐만이 아니라 향후 다른 가수들이 등장할 때도 기획사의 과욕으로 이런 쇼를 구성하면 모조리 실패할 것이다.


지나친 욕심과 조급증으로 처음부터 왕자마마, 황제, 공주마마로 들이대려 해선 안 된다. ‘마마’가 되는 것은 시청자가 보고 결정할 일이다. 가마 타고 빵빠레를 울려대며 자기가 알아서 마마로 등장한 사람은 거부감과 경계심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안영미 말대로,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 이글은 2NE1의 데뷔쇼가 실패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를 다루는 글이지, 가수 2NE1이 실패했다는 글이 아닙니다. 오해하시는 분들은 본문을 다시 잘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