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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샤이니 1위 난닝구의 준동

 

우리나라에는 샤이니라는 가수가 있다. 이렇게 소개하는 것은 상당수의 국민들이 샤이니가 뭔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가수가 있다. 그 가수가 컴백을 했단다. <뮤직뱅크>에서 첫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그날 대뜸 1위가 됐다!


이 거짓말같은 사건이 이번 주 <뮤직뱅크>에서 벌어진 일이다. 참고로 <뮤직뱅크>는 지상파 방송사의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임을 표방하고 있다.


거기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가수의, 게다가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아예 제목도 모르는 노래가 1위를 한 것이다. 이게 뭔가? 차트가 장난인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런 식이면 <뮤직뱅크> 간판을 내리고 아예 ‘SM뱅크’라고 이름을 바꿀 일이다. SM기획의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이 돌아가면서 1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방신기가 뭔가를 내놨을 때 즉시 1위를 할 가능성도 99.9%로 보인다.



- 팬클럽, 니들이 고생이 많다 -


2위를 한 씨야&다비치&지연의 여성시대는 음원과 방송부문에서는 샤이니에 앞섰으나, 샤이니가 음반점수에서 압도적이었다. 샤이니는 음반점수 이외에 시청자선호도도 더 높았다. 이 두 부문의 우위를 바탕으로 1위를 한 것이다.


샤이니 팬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컴백 시기에 맞추어 음반을 ‘미친듯이’ 사재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시청자선호도도 팬클럽이 선호도 조사기관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람들은 <뮤직뱅크>의 차트 집계 방식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현재 <뮤직뱅크>의 차트 집계 방식은 이렇다.


디지털 음원(60%)+음반 판매(15%)+방송횟수(15%)+시청자선호도 (10%)


어떤 사람은 음반 판매 비중이 너무 낮은 것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사람은 음반 판매 부문을 아예 빼라고도 한다.


디지털 음원 비중이 너무 높으면 단순하고 자극적인 노래들만 유리하다. 진짜 음악은 사라진다. 그렇다고 음반 판매 비중을 늘리면 이번 샤이니 대뜸 1위 사태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인 것이다.


팬클럽의 집단행동이 한국 대중음악판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 부모님들이 피땀으로 벌어 준 용돈이 우리나라 대중음악계를 말아먹는 극약으로 전용되고 있으니 통탄이 절로 나온다.


지금처럼 패거리의 집단적 행패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선 차트집계 방식을 어떻게 바꿔도 항상 왜곡이 발생할 것이다. 깡패집단이 할거하는 마을에서 마을 운영구조를 아무리 바꿔봤자 말짱 도루묵인 것과 같은 이치다.



- 정치판 난닝구를 닮아가는 아이들 -


한국인은 누구나 정치판을 욕한다. 한국 정치판은 보스-가신으로 이루어진 전 근대적 체제였고, 지방 정치판의 난맥상은 현재 <시티홀>이 잘 보여주고 있다. 국회가 국민과 따로 논다는 지적도 옛날부터 있어왔다. 왜 그럴까?


맹목적인 몰표와 조직투표가 횡행했기 때문이다. 때만 되면 묻지마로 찍어주는 사람들. 그리고 조직으로 관리되는 집단의 힘. 멀쩡히 투표를 하니까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인데 몰표와 조직투표는 민주주의를 내용적으로 무력화했다. 그 결과가 민심과 유리된 정치판이고, 정치인에 대한 냉소가 난무하는 현 상황이다.


그렇게 국민 일반이 정치로부터 등을 돌릴수록 조직표와 맹목적 지지표의 힘이 커져서 정치가 더욱 민의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그 꼴 보기 싫어서 국민이 정치판에 더욱 신경 끄고, 그러자 조직의 힘은 더 강해지고, 이런 악순환이 한국의 역사였다.


팬클럽이 이 짓을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다. 팬클럽이 조직적으로 기획사별로 헤쳐모여를 하며 위력을 과시하고, 각종 차트와 시상식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할수록 국민은 가요판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그 결과 팬클럽의 힘은 더 강력해지고, 국민은 더욱 멀어지는 악순환인 것이다.


정치판에서 조직의 힘을 막장적으로 표현하는 단어가 ‘난닝구’다. 고래고래 악을 써대고 상대를 위협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당사에 난입해 힘으로 여론을 제압하는 행태를 일컫는 말이다. 지금 팬클럽이 딱 난닝구스럽다.


난닝구가 준동할 때는 백약이 무효다. 몇몇 패거리가 할거하는 과점적 상황이 되고 일체의 다양성과 개혁적 요구는 무력해진다. 패거리를 뒷배로 둔 사람은 레드카펫을 밟으며 1위에 오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눈물 섞인 라면을 먹다가 스러져가는 구도에서 역동성이 생길 수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상파에서 가요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 같다. 가요 순위가 아니라 패거리 싸움판 아닌가. 왜 다른 가수들이 대형 기획사 아이돌의 들러리 노릇을 해야 하나? 차라리 지상파 프로그램은 음악적 다양성을 원칙으로 한국음악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육하는 역할을 하고, 국민과 상관없는 ‘그들’만의 순위 싸움은 케이블TV 정도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 하여튼 팬클럽, 니들이 정말 고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