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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트랜스포머2 본때를 보여야 한다


<트랜스포머2>가 한국을 무시한 것에 대해 극장 보이콧으로 본때를 보이자는 네티즌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에 따라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면 항상 등장하는 애국주의, 민족주의 비난하면서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 또다시 나타나고 있다.


열강에게 무시당해도 허허 웃고 넘어가며 어쭙잖은 국제의식을 자랑해봐야 돌아오는 건 그들의 더욱 강한 무시뿐이다.


한 역사학자는 만약 중국이 아편전쟁 당시에 그렇게 무력하게 허물어질 것이 아니라, 비록 지더라도 대판 붙었다면 그 후 열강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던 적이 있다. 너무나 쉽게 굴종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열강이 중국을 자기들 밥으로 여기게 됐다는 얘기다.


민족적 자긍심, 주체성, 일말의 오만함도 없이 이래도 헤헤 웃고 저래도 헤헤 웃는 나라를 존중해 줄 사람은 없다. 아무리 못사는 나라라 할지라도 자긍심이 있는 국민은 타국의 존경을 받는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자긍심이 있는 나라와 헤헤거리는 나라 중에 어디를 더 존중할까?


- 한국은 분명히 무시당했다 -


지난 9일 오후 <트랜스포머2>의 마이클 베이 감독과 주연인 샤이아 라보프, 메간 폭스가 한국을 방문했다. 24시간 만에 형식적인 행사만 하고 훌쩍 떠나버렸다. 그나마 형식적인 행사라도 제대로 된 게 아니었다.


레드카펫 일정이 늦어지고 결국 허둥지둥 끝을 맺었다. 사전준비 없이 대충대충 급하게 때우려다 발생한 사건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애초에 미국 영화사는 한국 방문 자체를 계획하지 않았다고 함) 공식 기자회견도 제작진이 지각하면서 취재진이 보이콧하는 보기 드문 사건이 발생했다. 레드카펫 사건을 제대로 반성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사건의 모욕감이 큰 것은 이미 한국인이 <트랜스포머>에게 달러를 퍼다 바쳤기 때문이다. 식당에 가서 달랑 5,000원만 내밀어도 융숭한 손님 대접을 받는다. 하물며 <트랜스포머>에 퍼다 바친 돈은 5,000만 달러가 넘는다. 망해가는 한국의 중소기업 수십 개를 살릴 수 있는 액수다.


북미를 제외하고 전 세계 극장가에서 한국이 가장 많은 돈을 <트랜스포머>에 퍼다 바쳤다. 일본보다도 훨씬 많은 액수였다. 그렇다면 인사라도 제대로 해야 할 것 아닌가. 돈 주고 뺨 맞은 꼴이다.


엉뚱하게 인사는 일본이 받아 챙겼다. 나라 차별하나? 일본에선 1박2일에 걸쳐 레드카펫 행사와 인터뷰가 정상적으로, 더 화려하게, 더 정성껏 치러졌다. 물론 인원도 더 많았다. 한국엔 그중 일부만 왔다. 한국이 일본의 들러리 취급을 받은 것이다. 일본에게 절하는데 옆에서 한국이 구차하게 인사를 함께 받은 형국이다.


현재 <트랜스포머2>는 외화로서는 최초로 1000만 관객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웃기는 소리다. 마치 <찬란한 유산>에서 정신 못 차린 이승기가 손님 막 대하듯 한국을 대해놓고 뭘 바라나. 그런 상황에서 제 돈 주고 그 밥 다 먹어주는 손님은 바보다. 


- 본때를 보여야 한다 -


미국 측의 한국무시와 한국 주최 측의 굴종적 혹은 미숙한 태도가 함께 어우러져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생각된다. 이유야 어찌됐건 결론은 하나다.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대내외적으로 그렇다. 즉 미국 제작진과 한국의 관련 업종 사람들에게.


한국인은 무시하면 안 되는 국민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발신해야 차후 같은 대접을 받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서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보다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게 될 것이며, 미국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방한해야 할 지 분명히 고지하게 될 것이다.


1편에서 엄청난 돈을 퍼다 바치고 무시나 당한 다음에 또다시 돈을 퍼다 바치면 한국은 공인된 ‘봉’이 된다. 이번에 똑 부러지게 본때를 보여야 한국에서 대박 친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고맙다고 '제대로' 고개를 숙이게 될 것이다. 돈은 돈대로 바치고, 무시는 무시대로 당하고, 우리가 식민지인가?


이런 상황에서 빗나간 애국주의, 민족주의라고 하는 사람은 3.1운동, 물산장려운동 당시에 살았어도 애국주의 반대 운동을 할 사람들이다. 동양이 서양 열강에 대해 국가적, 민족적 이익과 자긍심을 챙기는 것이 애국주의 혹은 민족주의가 맞지만, 그것은 존중받을 것이지 비아냥거릴 대상은 아니다.


한국시장이 작아서 어쩔 수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시장이 작으면 미국 사람들 안 보면 된다. 자청해서 무시당할 이유는 없다. 오려면 제대로 예를 갖춰서 오고, 무시하고 잠깐 들러서 생색이나 낼 거면 초대도 하지 말고, 올 필요도 없다는 거다.


최소한 이미 우리가 퍼다 바친 돈에 대한 예우는 받아야 한다. 이건 시장크기와 상관없다. 한국인은 결코 무시당해도 헤헤거리는 국민이 아니란 메시지를 분명히 보내야 차후에 이런 스트레스를 안 겪는다. <트랜스포머2> 흥행 성적을 통해 똑 부러지게 말해줘야 한다. 한국인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이건 이미 지나간 일인 <트랜스포머2> 내한 사태를 징계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관계를 정상적으로 맺어나가기 위한 단호한 의사표시다. 미국에 대한 일종의 발언인 것이다.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