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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북한팀의 눈물 그들도 사람이었다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이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는 뉴스다.


피파도 이 소식을 메인 뉴스로 다뤘다. 국제적으로도 그만큼 충격적인 뉴스란 소리다. 하물며 한 동포인 우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북한은 최근 ‘불쌍하고 찌질하고 답답한’ 나라라는 인상을 굳혀왔다. 자기들 안으로만 파고 드는 자폐아같은 인상도 줬다.


월드컵에 진출했다고 해서 나라 사정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축구처럼 활달하고 개방적인 느낌의 종목에서 국제적인 활약을 펼친다는 건 북한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월드컵은 국제적 자본주의 정치, 미디어 상업주의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회다. 북한식으로 말하자면 ‘썩은’ 대회일 것이다. 그런 곳에서 북한이 활동한다는 건 북한이 보다 개방적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박남철은 대회 공식 스폰서인 한국의 삼성 로고가 붙은 푯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조금씩 열리고, 가까워지는 것이다.



- 1966년의 감동 -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본선의 티켓은 총 16장. 이중 15장이 유럽과 남미의 몫이었다.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를 통틀어 단 한 장이 배정됐는데, 그 한 장을 쟁취한 건 북한이었다.


북한은 잉글랜드 월드컵 첫 경기에서 0 대 3으로 대패했다. 상대팀은 소련. 사회주의 종주국을 맞아 ‘쫄았던’ 것일까? 이 조그마하고 볼품없는 동양의 선수들에게 잉글랜드 축구팬은 조롱을 퍼부었다.


하지만 뒤이은 칠레와의 경기에서 북한은 이전의 무기력한 모습을 떨쳐버렸다. 선취골을 뺏기고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종료 직전에 동점골을 성공시켰던 것이다. 북한의 근성이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이에 매료된 영국인들은 북한 선수단 숙소까지 몰려들어 사인을 받아갔다고 한다.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북한은 드디어 이탈리아와 맞붙는다. 1966년 월드컵 북한 대 이탈리아라는 전설적인 경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 경기에서 북한은 마법같은 ‘사다리 전법‘을 선보인다. 작은 신장이라는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기책이었다.



이 사진은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경악과 감동을 주고 있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신체조건의 서양선수들에게 주눅 들지 않고 조직력으로 맞서겠다는 동양의 근성을 상징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후 피파는 점프할 때 동료 선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어 이런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도록 했음)


북한은 놀랍게도 이탈리아를 꺾었다. 달랑 티켓 한 장을 배정받은 제3세계를 대표해 제1세계의 콧대를 누른 것이다. 세계 언론은 대서특필했고, 북한의 투지에 감격한 영국인들은 북한 응원단까지 만들었다. 이탈리아 대표팀은 자국에서 토마토 세례를 받아야 했다.


8강에 진출한 북한은 당시 최고의 선수였던 에우제비오가 버티고 있는 포르투갈과 만난다. 북한은 선취골 3점을 뽑으며 기적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5골을 허용 무릎을 꿇고 만다. 2002년 월드컵에서 박지성이 포르투갈에 일격을 가한 것은 이때의 복수처럼 느껴졌다. 비록 8강에서 좌절했지만 1966년에 북한이 선보인 근성은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 북한팀의 눈물, 그들도 사람이었다 -


본선행이 확정된 후 북한팀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1966년에 선보였던 그 활달한 이미지가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최근 북한의 추락은 눈물겨웠다.


북한은 점점 움츠려드는 것 같다. 세계와 남한은 북한을 점점 더 우습게 보고, 그럴수록 북한은 움츠려들면서 세계로부터 격리된다. 북한의 이미지가 변하지 않으면 세계인의 북한 멸시는 계속될 것이고, 자격지심과 모욕감으로 가득 찬 북한 사람들의 ‘꽁한’ 행태도 계속될 것이다.


이것이 국제적 스포츠 정치의 장인 월드컵 본선에 북한이 44년 만에 등장한 것이 반가운 이유다. 옛날엔 북한을 빨간 뿔 달린 도깨비로 두려워했다면, 요즘엔 헐벗고 굶주리고 뭔가 이상한 사람들의 집단으로 경원시한다.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 별세계 존재같은 느낌이다.

 

월드컵을 통해 북한이 다시 활달하고 자부심 넘치는 근성을 선보이면서 그런 이미지를 쇄신하길 바란다. 그렇게 북한을 보는 시선이 바뀌고, 만족된 자부심으로 인해 북한 사람들의 자격지심이 완화되면 보다 개방적인 대외관계가 가능해질 것이다.


북한 대표팀이 흘린 뜨거운 눈물은 무엇보다 그들도 우리처럼 감정과 열정을 가진 보통 사람들이란 걸 보여줬다. 이런 공감의 경험들을 통해 북한과 우리, 세계 사이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질 것이다.


44년만의 북한 월드컵 진출 소식. 충격적이고 감격적이다. 북한의 선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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