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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유재석 강호동 천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연말 시상식 시즌 때 최고의 국민적 관심사가 유재석과 강호동의 쟁패가 된지도 어언 몇 해째가 되고 있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국민MC라는 칭호를 듣고 있다. 어떤 무대이건 그 둘이 서는 순간 빛이 난다. 얼마 전 <놀라운 대회 스타킹> 대구 특집이 있었다. 처음 무대엔 붐이 올라왔다. 나름대로 흥분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강호동이 등장하자 열광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갔다. 존재감이 전혀 다른 것이다. <1박2일>에서 출연자들이 어떤 대학에서 즉석 콘서트를 했을 때도 그랬다. 강호동이 뒤늦게 등장하자 그전까지 뭔가 허전했던 무대가 꽉차보였다.


 유재석도 마찬가지다. <무한도전>에서 팀별로 나뉘어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유재석이 어느 팀에 끼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일반인들도 유재석만을 찾는다. 얼마 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박명수가 출연했을 때 그 환호의 정도는 대단했다. 바로 직전에 라이브 무대에선 최고의 명성을 누리는 가수들이 출연했었지만 박명수에게 쏟아진 환호엔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럴 정도로 사람들은 박명수에게 열광했는데, 그 열광은 곧 다른 차원으로 넘어갔다. 유재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유재석에게 쏟아진 환호는 열광 그 이상이었다.


 쇼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스타들보다 MC가 더 스타인 시대, 그리고 그 MC들의 최정점에 유재석-강호동 두 사람이 군림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가히 유-강 천하라 할 만하다.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할 때마다 유재석-강호동의 뒤를 잇는 차세대 기대주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아무도 그 둘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지 못하며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다른 MC들과 유재석-강호동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 다른 MC들의 상대적 몰락 -


 예능의 전성기이므로 예능MC들은 몰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재석-강호동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몰락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나름대로 한국 최고의 MC들을 모았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 대단한 희망>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 프로그램은 김용만, 탁재훈, 김구라, 신정환, 이혁재 등을 모았다. 당대를 주름잡았던 '연예대상MC'들과 2인자 그룹에서 가장 발군인 MC들의 조합이었다. 그들에게 PD는 이렇게 말했다.


 “저라고 왜 유재석, 강호동과 함께 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유재석-강호동과 함께 하고 싶지만 그들은 시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당신들과 프로그램을 한다는 소리다. 최고의 MC들이 한 순간에 2류 취급을 받은 것이다. 김구라는 <절친노트>에서도 ‘유재석이 진행하면 좋겠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이런 말이 방송에 나와도 아무도 이상해하지 않을 만큼 여타의 MC들과 유재석-강호동의 존재감은 확연히 차이가 나고 있다.


 만약 프로그램이 잘 됐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거꾸로였다. 유명 MC들이 모인 <대단한 희망>은 한 달 만에 초토화됐다. 치욕적인 조기종영을 당하고 만 것이다. 그후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신동엽을 불러들였다. 신동엽은 유재석-강호동 천하에서도 나름대로 독자적인 위상을 확보하고 있는 MC였다. 그 신동엽을 추가로 투입하고, 기존의 <대단한 희망> MC들은 물론 예능 늦둥이라는 이하늘까지 더한 <퀴즈 프린스>는 더 처참하게 망했다. <대단한 희망>은 사람들한테 욕이라도 먹었지만, <퀴즈 프린스>는 욕을 먹는 호사(?)조차도 누리지 못했다. 아예 무관심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불황은 양극화를 더 심화시킨다. MC계에도 이 법칙이 적용됐다. 일반적인 MC들이 자리를 아나운서에게 뺏기며 입지가 좁아지는 바람에 유재석-강호동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졌다. 불황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간판급 MC는 이 두 사람이 유일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 둘은 다른 차원의 MC가 됐다.


- 다른 MC들의 모색 -


 유재석-강호동 천하는 무엇에서 비롯됐을까? 그것은 이 둘의 존재감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바로 예능의 격전이 펼쳐지는 주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다.


<무한도전>, <패밀리가 떴다>, <1박2일>인 것이다. 강호동이 진행하는 주말의 <스타킹>은 <무한도전>을 70%선까지 추격하며 선전하고는 있지만 존재감이 강렬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들의 결정적인 대표작은 앞의 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모두 집단MC의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므로 유재석-강호동 천하와 리얼 버라이어티 천하는 동전의 양면같은 관계라고 할 수 있겠다. 리얼 버라이어티 천하가 유재석-강호동 천하를 초래했고, 유재석-강호동 천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천하를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유재석-강호동에 도전하는 여타 MC들은 자연스럽게 리얼 버라이어티에 도전하게 된다. 항상 스튜디오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신동엽은 결국 <퀴즈 프린스>의 실패 후 리얼 버라이어티 <오빠밴드>를 시작했다. 탁재훈, 김구라도 함께한다. 김용만과 신정환은 소녀시대와 함께 <소녀시대의 힘내라 힘!>을 시도했다. 이 두 개의 프로그램은 모두 <무한도전>의 아이디어를 분양받은 것처럼 보인다. <무한도전>의 설정을 빌어 리얼 버라이어티에 도전하는 것은 이미 <1박2일>이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 <무한도전>은 가히 마르지 않는 아이디어의 젖줄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기세다.


 전통의 강호 이경규는 리얼 버라이어티 <라인업>에 도전했다가 쓴 잔을 마셨다. 그는 김국진과 손잡고 새로운 리얼 버라이어티 <남자의 자격>을 시작했다. 여기에서 이경규는 김국진과 캐릭터를 바꿨다. 약한 남자 김국진에게 당하는 설정으로 간 것이다. 이 캐릭터 전환은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유재석-강호동의 아성에 근접할 수준은 아니다. 예능 늦둥이 이하늘은 ‘외인구단’을 이끌고 <천하무적 토요일>이라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시작했다. 여기엔 이휘재도 다른 코너로 가세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향은 없다.


 상대적으로 몰락한 MC들이 저마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통한 재기를 모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유재석-강호동을 위협할 만한 그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주중에서 주말까지 이들의 입지는 그야말로 탄탄하다. 박명수, 길, MC몽, 은지원, 노홍철, 이하늘, 유세윤, 윤종신 등 예능 2인자나 예능 신인들도 이들의 휘하에서 길러지는 형편이다. 현재의 분위기대로라면 유재석-강호동 천하가 흔들릴 가능성은 없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