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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애프터스쿨 유이의 위태로움과 제시카의 사례

 

유이의 위치가 조금은 불안하다. 너무 빨리 떴고, 너무 높이 올라갔다. 그런데 그것을 받쳐줄 내실은 부족한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선 내실을 채우며 길게 갈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유이에겐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유이에 대한 깨방정 기사들이 난무하는 바람에 전혀 몰랐던 애프터스쿨 멤버 유이의 이름을 외우게 됐다. 이효리를 잇는 차세대 섹시퀸이라는 둥, 제2의 손담비라는 둥 깨방정이 들불처럼 일어나 궁금증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도대체 유이가 누구이며 어떤 매력이 있단 말인가?


눈여겨 본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이목을 장악할 만한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유이의 화제성은 계속 상승했다. <무한도전> 듀엣가요제 특집에서 애프터스쿨 다른 멤버들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로 유이에게 단독샷이 집중되는 것을 보면서 유이가 떴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뜬 건 확실한데,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 이것이 불안하다.



- 유이의 매력 -


나로선 유이의 인기를 아직 공감할 수 없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 유이의 매력은 아마도 이런 것들로 보인다.


‘시원시원한 기럭지 + 튼실한 바디라인 + 폭발적인 무대 퍼포먼스’


춤 출 때의 에너지를 타고 난 것 같고, ‘튼실함과 기럭지’를 겸비한 바디라인은 한국인에게선 보기 힘든 것이었다. 한국의 여자 연예인들은 기럭지가 우월할 경우 몸이 성냥개비 같거나, 춤이 뻣뻣하다.


예전에 김옥빈은 비욘세의 허벅지가 부럽다고 했었다. 한국 여성은 그런 바디라인을 갖기가 힘들다. 유이의 바디라인은 그런 느낌을 줬다. 소녀들의 귀여움만 보던 한국 남성들에게 그 바디라인은 충격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폭발적인 춤까지!


이것이 유이 신드롬의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춤추는 무대에서 벗어나 예능 패널 자리에 앉아있는 유이는 답답해보였다. 활기도 매력도 느낄 수 없었다.


유이는 사전에 준비된 액션을 펼치는 모습을 롱샷, 풀샷으로 잡았을 때 가장 빛나보였던 것이다. 자연스러운 클로즈업은 오히려 유이의 광채를 깎아먹었다.



- 제시카의 교훈 -


그렇게 유이를 인식하고 있던 차에 유이가 <선덕여왕>에 고현정 젊은 시절로 나온다는 뉴스가 나왔다.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치렁치렁한 사극 의상으로 몸을 감싸고 클로즈업 속에서 연기력이라는 끼를 선보여야 하는 자리가 과연 유이에게 맞는 걸까? 그것도 경험삼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당대 최고 화제작의 최고 화제 캐릭터였다. 너무 빠른 시험이었다.


결국 <선덕여왕> 출연은 유이에겐 악수가 됐다. TV에 무조건 많이 나온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한번을 나와도 준비된 멋진 모습으로 나오는 것이 유이에게 이롭다.


그러더니 이젠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한단다. 이것도 불안하다. 준비된 퍼포먼스 속에서 카리스마를 발휘하던 유이가, 자연스러운 일상과 클로즈업의 세계 속에서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유이에 대한 환상만 깨질 가능성이 있다.


제시카는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매력을 보여주지 못해 오히려 이미지만 나빠졌다. 그런 제시카의 이미지가 역전된 것은 <무한도전>에서 완벽하게 준비된 무대 퍼포먼스를 펼치고 나서다. 때론 무의미한 잦은 노출보다 준비된 한 방이 더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우결>이 아직 방영되지 않았으므로 결과를 속단할 순 없지만, 현 시점에서 유이가 예능에서 뭔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인지도는 넓어지겠지만 거기서 끝일 수 있다. <우결>에 이어 이 예능 저 예능 찾아다니며 무대의 꽃 역할이나 하다가, 스쳐지나간 한때의 화려한 바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유이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사람들을 ‘후덜덜’하게 만든 유이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 즉 ‘기럭지와 바디라인과 폭발적인 무대 퍼포먼스’를 과시할 수 있는 그녀만의 컨텐츠를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해서 완벽한 무대를 보여줬을 때 제시카의 한 방 이상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성공을 얻게 되면 눈부신 아우라가 생겨, 차원이 다른 존재감이 형성된다.


조급하게 여기저기 무작정 출연해봐야 이미지만 빨리 소모될 수 있다. 유이는 지금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때가 아니라, 철저히 기획된 카리스마를 체득해갈 때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준비된 한 방의 컨텐츠를 올해 안에 공개하는 것. 그것이 유이가 타고난 신체적 자산과 그것으로 인한 현재의 스타성을 가장 잘 활용할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