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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명카드라이브 댄서 지율 왜 밀렸나?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쇼음악중심> 명카드라이브 무대를 보면서다. <무한도전> 듀엣가요제로 제시카도 대호감으로 돌아섰고, 노래도 좋고, 하여 박명수와 함께 하는 명카드라이브의 무대를 기다려왔다.


병마를 이기고 돌아온 박명수와 제시카의 무대를 기분 좋게 봐줄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돼있었다는 말이다. 설사 조금 실수가 있고 미흡하더라도 좋게 봐줬을 것이다.


하지만 좋게 봐줄 수가 없었다. 왜?


화제가 됐던 댄싱팀의 지율이 가장자리로 갔기 때문이다. 처음에 지율이 안 보이길래 이상했다. 어? 제시카에게 누를 끼친다고 밀어버렸나? 설마. 그렇게 대놓고 하려고. 보는 눈이 얼마인데. 하지만 혹시... 이런 생각들이 드는 상황에선 즐거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혹시 내가 착각하는 거 아냐? 원래 이랬었나? 그것을 확인하려고 <무한도전>을 다시 찾아보기까지 했다. 찾아보니 분명히 아니다. 원래는 지율이 제시카 왼쪽 뒤편에 서있었다. 그래서 툭하면 화면에 잡혔던 것이다. ‘그래도 널 사랑해~’하기 전에 제시카 바로 옆에 서있던 것도 지율이었다.



그런데 <쇼음악중심> 무대에선 지율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왼쪽 가장자리로 갔다는 걸 자세히 보고 알았다. 이제 제시카와 지율이 함께 잡히는 일은 없어졌다. 제시카는 방해물 없이 빛날 수 있게 됐다. 제시카의 빛을 가리는 ‘빽댄서’가 가장자리로 사라졌으니까. 이게 뭔가.


‘얘들아 인생은 다 이런 거야~ 세상이 만만치 않단다~ 억울하면 스타 되던지.‘ 무대에서 이런 환청이 들려왔다.


- 따뜻하지 않았다 -


속사정은 알 수 없다. 겉으로 보이는 구도, 이미지와 속사정은 전혀 다른 경우가 이 세상엔 정말 다반사다. 나도 많이 겪어본 일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인간세상의 조건이다.


연예인은 그 조건 속에서 이미지를 팔아서 사는 존재다. 대중은 연예인의 이미지를 향유하는 것이지, 그의 진실을 이해하는 건 아니다. 이미지는 구도가 만든다. 그러므로 언제나 중요한 건 구도다. 구도가 망가지면 안 된다.


이유가 어찌됐건 주목받았던 댄서가 가장자리로 간 건 최악의 구도를 초래했다. 당사자가 부담스러워서 스스로 원했을 수도 있고, 혹은 당일 컨디션이 나빠서 아무 생각 없이 자리를 바꿨을 수도 있다. 이런 미묘한 일은 설사 당사자들의 말을 직접 듣는다고 해도 그 실체적 진실을 온전히 알기가 힘들다.


어쨌든 속사정과 상관없이 겉으로 보이는 건 ‘감히’ 스타의 스포트라이트를 나눠가졌던 댄서가 옆으로 치워진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런 구도에서 어떻게 스타의 미소를 보고 기분이 좋을 수 있다는 말인가. 제시카의 미소가 밝으면 밝을수록 더 불편해졌다.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좀 더 세심한 판단을 했어야 했다. 어떤 이유로든 섣부른 자리이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원래의 배치를 지키도록 했어야 했다. 그랬으면 시청자는 즐겁고, 제시카는 대인배 되고, 모두가 윈윈이다.


만약 제시카가 지율을 조금 더 부각시켜주고, ‘언제나 뒤에서 고생만 하는 댄싱팀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한 마디만 했으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제시카는 국민소녀가 됐을 것이다. ‘따뜻한 배려’, 유재석이 국민MC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아닌가. 앞으로 무슨 구설수에 올라도 면책특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것을 살리지 못했다.


<무한도전> 듀엣가요제의 취지가 뭔가? 어두운 가요계에 따뜻한 불을 밝히는 것이다. 그래서 호평 받았다. 타이거JK같은 뮤지션을 조명한 것도 찬사를 받았다. 그런데 명카드라이브의 무대에선 스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그렇지 않아도 어두운 댄싱팀을 밀치는 구도를 형성하고 말았으니, 패착도 이만저만한 패착이 아니다.


그 구도는 따뜻함을 느낄 수 없도록 했다. 보통사람, 힘없는 사람, 상대적으로 음지에 사는 약자에 대한 애정, 배려, 그런 따뜻함 말이다. 그런 것 없이 오직 스타의 환한 모습만 부각되는 무대. 남을 밀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의 아름다운 미소.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노파심에서 강조하면, 이글은 누굴 비난하는 글이 아니다. 구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잘못된 구도가 형성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대중을 상대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구도에 예민해야 한다. 이번 일을 교훈삼아 다음부터는 좀 더 세심하길.


* 이글이 억측이라는 비난이 많은데, 이글은 무언가 내막을 추측하는 글이 아닙니다. 내막이 어찌됐든 겉으로 드러난 구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지요. 그리고 댄싱팀이 스스로 원했다고 해도 그런 걸 스스로 원할 만큼 위계의식이 팽배하다는 것을 이 무대가 보여줬다는 얘기가 되므로 아픔이 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