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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네이키드뉴스 패망이 말해주는 것

 

상당한 화제를 모았던 네이키드 뉴스가 한 달 만에 망했다. 네이키드 뉴스는 출범 당시 폭풍처럼 비난을 양산했었다. 하지만 많은 우려와는 달리 네이키드 뉴스는 아무런 사회적 반향도 일으키지 못하고 순식간에 문을 닫고 말았다.


애초부터 난관을 무릅쓰고 길게 사업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차하면 정리하고 튀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더라도 인기를 끌고 수익전망이 확실하면 이렇게 빨리 ‘먹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흥행전망이 극히 부정적인 것이 조기정리의 이유로 보인다. 왜 그렇게 참패했을까?


네이키드 뉴스는 벗은 여자도 보고 뉴스도 듣고, 즉 님도 보고 뽕도 딴다는 컨셉이었다. 하지만 ‘님’도 없었고 ‘뽕’도 없었다. 그 정도 벗은 것으로 흥분할 만한 남성들도 많지 않았고, 뉴스는 지나치게 수준이하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뉴스를 열심히 보는 사람들은 사회이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반면에 성인컨텐츠를 돈을 내가면서까지 열심히 보는 사람들은 화끈한 쇼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애매한 뉴스와 애매한 노출로는 이 둘 중 어느 쪽도 만족시켜 줄 수 없다. 물론 노출도 보통 노출이 아니라 뉴스앵커의 노출이니 그건 섹시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네이키드 뉴스 출연자들은 처음부터 벗고 시작했으므로 뉴스 앵커가 아니라 싸구려 성인물 배우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런 사람들의 적당한 노출은 아무런 자극도 주지 못한다. 진짜 앵커가 벗어야 충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앵커가 벗더라도 그 충격은 한 순간일 뿐이다. 컨텐츠 자체의 한계, 즉 화끈한 쇼가 아닌 벗은 여자가 정지된 자세로 그저 그러한 뉴스를 전해주는 것은 금방 식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아나테이너의 몰락 -


한때 아나운서에겐 최고 예능스타에 버금가는 스타성이 있었다. 그들이 예능프로그램에 나올 때마다 화제가 양산됐었다. 연예인들은 이상형을 아나운서라고 밝히기 일쑤였다.


그런데 아나운서들이 아예 예능 전업을 선언하고 예능계에 투신하자마자 아나운서들의 인기는 급락했다. 아나운서가 예능에서 인기를 끈 것은 그들이 아나운서였을 때뿐이었다. 전업 예능인이 된 후에 그들은 더 이상 아나운서의 신비감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저 수많은 예능인들 중의 한 명일 뿐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예능인으로서 화끈한 모습을 보여줬던 것도 아니다. 아나운서라는 꼬리표를 계속 머리 위에 이고 있었다. 살벌한 전장에서 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어정쩡하게 품위를 지키는 모습. 이도저도 아닌 모습은 실망과 식상만을 안겨줬다.


아나운서가 예능인이 된 그 최초의 순간에 발생한 충격, 그것으로 인한 화제성 이후엔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이었던 것이다. 아나운서에겐 컨텐츠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네이키드 뉴스에도 컨텐츠가 없었다. 그저 벗으면 어떻게 되겠지. 아무리 남자가 짐승이라지만 이건 남자를 너무 띄엄띄엄 보는 기획이다. 남자들도 흥분할 만한 조건이 됐을 때만 흥분한다. 남자는 무조건 벗기만 하면 흥분하는 파블로프의 개가 아니다.


- 중요한 건 컨텐츠! 섹시는 그 다음 -


무작정 벗고 ‘나 섹시해요’라고 한다고 해서 쉽게 성공하는 게 아니란 얘기다. 애매한 컨텐츠 가지고 대뜸 벗고 들이댔던 네이키드 뉴스 출연자들이 싼티를 느끼게 함으로서 아무런 자극을 주지 못했던 것처럼, 섹시 하나만으로는 섹시한 자극조차 줄 수 없다.


가요계에서도 섹시전략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예 섹시만을 전면에 내세운 걸그룹도 종종 등장한다. 그런데 섹시 걸그룹이 빅스타가 되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다. 노출의 계절인 이번 여름 걸그룹 대전의 승자도 섹시코드가 배제된 2NE1이었다.


2NE1은 자신들만의 컨텐츠로 승부했다. 이런 노력 없이, 벗으면 자동적으로 성인 남성이 좋아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곤란하다. 그런 컨셉으론 쇼프로의 병풍노릇을 하며 군부대나 만족시켜주다가 끝날 뿐이다.


섹시코드를 내세운 그룹이라고 해도, 오히려 더 그럴수록 최고의 컨텐츠를 장착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실력을 보여줘야 그들이 특별한 존재가 되고, 그래야 그들이 방송심의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적당히 노출해도 그를 섹시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네이키드 뉴스처럼 고만고만한 컨텐츠만 가지고 무작정 벗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싸구려처럼 보이면 아무리 노출해도 섹시한 느낌을 줄 수 없다. 싸구려가 아님을 증명할 길은 자신들만의 컨텐츠를 갖추는 길이다. 섹시코드는 그 다음에야 작동할 수 있다.


무작정 섹시를 내세우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네이키드 뉴스가 다시금 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