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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유이의 눈물, 연예인의 상처?

 

유이가 박재정과 함께 한 <우리 결혼했어요> 첫 출연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가 포털 메인에 뜬 것을 보고 기분이 나빴다. 속이 뻔히 보이는 쇼를 했다고 지레짐작을 한 것이다.


난 원래부터 유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 결혼했어요> 출연도 탐탁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첫 회부터 ‘눈물’이라니. 너무 노골적으로 들이대는 것 아닌가? 이런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아마 기사제목만 보고 프로그램을 안 본 분들 중에, 유이가 박재정과 설정된 사랑 놀음을 하는 가운데 쇼로서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라고 오해한 이들이 꽤 될 것이다.


문제의 <우리 결혼했어요>를 나중에 봤더니 전혀 그런 눈물이 아니었다. 두 출연자의 사랑 놀음과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완전히 돌발적으로, 뜬금없이 터진 눈물이었던 것이다. ‘쇼’가 아니라 ‘진실’에 가까웠다.



- 정곡을 찔렸을까? -


유이가 박재정과 타로카페를 찾은 것이 사태의 발단이었다. 점카페상담은 사실 현실세계에서도 재미로 하는 일이지 여기에 진지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은 없다. 이건 현실도 아니고 예능프로그램에서 촬영 중에 벌인 이벤트이므로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이었다.


처음에 남녀의 궁합과 관련된 얘기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그저 웃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우연히 친구, 외로움 등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유이가 갑자기 진지해졌다. 정말로 속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느냐고 하자, 유이는 없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가상결혼 이벤트 차원에서 타로카페 상담을 갔다가 눈물을 흘린다는 게 말이 되나? 이건 유이의 심리가 상당히 연약한 상태라는 걸 의미하고, 상담내용이 그중에서도 특히 약한 고리를 콕 찍었다는 걸 의미한다.


사람은 약한 고리를 건드리면 툭 터진다. 갑자기 눈물을 흘리거나, 갑자기 정색을 하며 화를 내는 것이다. 평생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았던 어떤 사람이, 멀쩡히 잘 있다가 어머니 얘기를 하며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오빠밴드> 몰카에서 김정모는 ‘불안감‘과 ’무명으로서 받았던 상처‘를 찔리자 진심으로 서럽게 울었다. 웃자고 하는 예능 촬영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유이도 그런 지점을 찔렸던 것 같다.


그것은 ‘외로움’이었다. 유이는 연습생 생활을 하느라고 친구가 없다고 했다. 유이 개인의 성격과도 연관이 있겠지만, 어쨌든 현재 기획사에서 연예인을 준비하고, 혹은 유이처럼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들이 인간적인 교우관계를 가지기 힘든 조건에 처해있다는 걸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조건이 열악해져도 어떤 사람은 거기에 잘 적응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 연예인들은 왜 잘 부서지나 -


종종 대중문화 관련 인터뷰를 하는데 그동안 이런 내용을 상당히 많이 질문 받았다.


‘연예인은 왜 자꾸 자살을 하는가?’

‘연예인은 왜 자꾸 우울증에 걸리는가?’


내가 연예인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알 리야 없으나, 대체적인 구조로 보면 연예인은 울화가 쌓일 수밖에 없는 조건에 있다. 연예인은 유리감옥에 갇힌 구경감 신세다.


모두가 그를 지켜본다. 오해와 억측이 난무한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쏟아지는 오해와 억측에 일일이 대응할 수도 없고, 설사 대응한다고 해도 대응하면 대응할수록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진흙탕이 되어간다. 결국 그 피해는 얼굴 없는 다수가 아닌 연예인에게 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말을 할 수도 없다. 불과 얼마 전에도 윤종신이 자기 입장을 밝혔다가 안 밝힌 것만 못한 꼴을 당했었다.


게다가 연예인은 어디 가서 허튼 짓을 할 수도 없다. 긴장을 풀 수가 없는 것이다. 조금만 긴장을 풀고 표정관리를 소홀히 하면 바로 건방지다는 입소문이 돈다. 더구나 인터넷 시대다. 소문은 빛의 속도로 퍼진다. 무섭다. 답답하다. 와중에 미래도 불안하다. 구조적으로 속에서 울화가 쌓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떡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해결책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1차적으로 친구를 가져야 한다고 답한다. 속에 쌓인 것을 다 털어버릴 수 있는 친구. 그 앞에선 긴장 풀고 깽판 칠 수도 있는 친구. 이런 친구만 있어도 울화의 상당부분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유이에겐 그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유이와 같은 조건에 처한 상당수의 아이돌에게 공통된 현실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면 정신적으로 약해진다. 이번에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눈물이 툭 터진 것은 그런 상태를 나타내는 징후로 보인다.


비난과 억측과 오해가 난무하는 웹진 편집장 중에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들은 금방 화를 내거나, 술자리에서 툭하면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때 그 억울함과 ‘꼬장’을 받아줄 사람이 없다면? 그들은 화병이 날 것이다.


연예인은 그것보다 더 답답한 신세다. 점점 더 많은 연예인 지망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며 연예계에 투신하고 있다. 그들은 외롭지 않을까? 유이의 눈물에서, 연예인의 진면목이 잠시 드러난 것 같아 쓸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