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 특집드라마 <전설의 고향>이 기대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여기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각각일 수 있겠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에게 지적당하는 것이 있다. 바로 CG의 문제다. <전설의 고향> CG에 대한 민심은 아래의 기사 제목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전설의 고향’ 어설픈 CG논란

 차라리 하지 말지 ...‘전설의 고향’ CG 실소

 '전설의 고향' 스토리는 좋았는데...'CG엔 실소'

 ‘한국적 공포지만 CG는 별로’


의욕적으로 투입된 특수효과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이 <전설의 고향> CG에 대한 반응이다. 명색이 드라마 왕국이라는 나라의 납량 특집극인데 이런 정도의 CG밖에 나올 수 없는가라는 한탄도 있다.


이에 대해 KBS의 비정규직(연봉계약직) 사원 해고 사태와 <전설의 고향> CG 질저하 사태가 연관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KBS는 최근 일부 계약기간이 만료된 연봉계약직 사원들의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전설의 고향> 관계자는 “CG 업무를 담당해온 직원의 해고로 전문기술이 부족한 인력이 투입됐다”라고 말했다 한다. 그렇다면 어설픈 CG는 비정규직의 저주였던 셈이다.



- 리얼 공포, 비정규직의 저주 -


<전설의 고향>은 공포의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내용과 상관없이 <전설의 고향> 작품 자체가 공포였던 것이다. 공포도 보통 공포가 아닌 초특급 리얼 공포다.


<전설의 고향>은 당대에 가장 고통 받았던 사람들의 한을 귀신으로 형상화해 공포를 만들어낸다. 조선시대에 가장 고통 받았던 사람들은 당연히 여성이다. 그래서 <전설의 고향>은 ‘아씨’나, ‘계집종’, 혹은 ‘엄마’의 한을 자주 표현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당대에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은 비정규직이다. 이들에게 그 고통이 응축된 순간은 바로 잘리는 순간이다. 이때 한이 발생한다. 그 한이 <전설의 고향> CG에 서려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인가? 몇 백년 전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순간의 한이다. <전설의 고향> 역대 최고의 공포라 할 만하다.



- 우리는 새로운 전설을 만들고 있다 -


비정규직, 노동유연화를 한사코 확산시키려는 사람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단어가 바로 ‘국가경쟁력’이다. 그들은 철밥통 정규직 체제는 결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말한다. 노동자는 그저 일회용 이쑤시개처럼 쓰다 버리는 존재로, 잘릴 공포 속에 벌벌 떨 때 스스로 열심히 채찍질하게 되어 경쟁력이 상승한다고 그들은 말한다.


하지만 드라마왕국의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어설픈 <전설의 고향> CG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 자르는 것 좋아하면 그 분야에 대한 숙련성이 떨어지고, 결국 비웃음을 사는 품질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품질이 떨어지는데 어떻게 기업이 살며, 어떻게 국가경쟁력이 살겠는가?


LG경제연구원은 2008년 보고서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높을 경우 기업 성과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 바 있다. OECD도 비정규직이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했었다. 당연하다 비정규직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말하자면 뜨내기인데 어떻게 그 기업의 일에 몰입할 수 있으며, 숙련성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단 말인가?


OECD는 2008년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비정규직의 급격한 증가가 한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도 했었다. 얼마 전에 일본의 최고급 카메라에 기술적 결함이 생겨 큰 화제를 모았다. 그 원인도 외주 하청, 파견노동 등으로 기존의 노동체제를 흔든 것에 있다고 지적됐었다.


사람 귀한 줄 알아야, 그 사람이 결국 귀한 기술을 익혀 좋은 생산물을 만들게 된다. 그런 사회에선 당연히 ‘한’도 사라질 것이다. 전통적으로 노동자를 귀하게 여긴 독일과 일본은 세계 최고의 기술경쟁력을 갖게 됐는데 반해, 노동자를 하루살이로 대한 미국의 제조업은 지금 붕괴상황이다. 이런 데도 한국은 노동유연화가 국가경쟁력을 올려줄 거라 말하고 있다. 경쟁력은커녕 ‘한’만 생겨날 것이다.


귀한 대접을 못 받은 사람들의 한이 <전설의 고향>의 내용이다. 노동유연화는 노동자를 인간 이하로 여기는 발상이다. 이러다간 비정규직의 저주가 드라마의 CG가 아닌, 한국 사회의 귀곡성으로 엄습할 것이다. 우린 100년 후 한국인이 보게 될 비정규직의 저주라는 전설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마 잘린 비정규직의 마지막 CG에서 귀신이 튀어나온다는 내용도 있지 않을까?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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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람 귀한 줄을 알아야 한다는 말, 전적으로 공감입니다!!요즘 같은 저출산 사태가 온것도 사실 당연한 일이란 생각입니다. 이나라 정치인, 경영자들이 이렇게 사람귀한줄을 모르는데 인구가 한명이라도 더 줄어야 그걸 알게되겠죠.

  2. 저도 정말 공감입니다. 사람 귀한 줄 알아야 한다..
    제품의 소비로 경제가 움직이고 기술력이 국가 경쟁력인 이 시대에 그 기술을 만들어내는 가장 기초인 기술자를 흔드는 것은 국가 경제를 흔드는 것이나 마찬가지 겠지요~
    그러한 기술을 팔고, 관리하는 머리들도 중요하지만 머리만 있고 손발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지요~머리도 손발도 쌩쌩 움직이는 사회... 정말 우리 나라에도 왔으면 좋겠습니다.

  3. 마지막 대목에서 웃고 갑니다 ㅋㅋㅋ
    잘 보았습니다 ^^

  4. 착실이 2009.08.21 22:05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직접 보지를 못해서 모르겠지만,
    글 내용중에 있는 사진을 보니 짐작이 갑니다.
    저런 수준의 CG로 방영을 하다니 KBS니까 가능한 일인가 봅니다.
    시청료가 아깝네요.
    사장부터 낙하산으로 들어오더니 개판인데, 이런 일에 책임지고 빨리 물러나길 기대해봅니다.

  5. 한참 위기를 맞고있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생산직 연봉과 복지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알고 있구요.
    세계 최대의 자동차 기업인 일본의 도요타는 일본 내에서도 노동자들이 노예나 다름없다는
    얘기를 듣고 있는데요
    "전통적으로 노동자를 귀하게 여긴 독일과 일본은 세계 최고의 기술경쟁력을 갖게 됐는데 반해,
    노동자를 하루살이로 대한 미국의 제조업은 지금 붕괴상황이다" - 이 부분 말이에요.
    제가 알고있는 부분과는 많이 다른것 같아서요, 항상 구독해두고 있는데 이번엔 하재근님이
    잘못 짚으신건가요?

    • 님이 잘못알고계신건 아님? 2009.08.22 19:16  수정/삭제 댓글주소

      하재근씨 책에도 독일과 일본이 노동자를 귀하게 여기고 있단 내용이 있었거든요.. 책에 허위사실을 쓸 것같진 않음

    • 하재근씨 책은 100이면 100다 옳다는건가요? 이건또 무슨 권위인가요? ㅋ
      미쿡의 제조업 붕괴사태는 강성노조가 노동 유연성을 경직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그건 나뿐만이 아닐테고.
      난 하재근씨가 과거에도 그렇게 말했는지 묻고싶은게 아니라 성급하게 주장을 내세우기위해 실수를 하신게 아닌지 묻고싶은거임

    •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체제를 말한 것이구요, 선진자본주의 국가중에 미국이 가장 노동의 지위가 열악하다는 건 일반적인 사실이기 때문에 별로 논란의 여지는 없습니다.
      미국 자동차 회사의 문제는 주주자본주의라든가 금융화라든가 국가복지의 미비라든가 등등의 문제가 있지요. 거기에 하청의 문제도 있고....
      미국 제조업 붕괴 사태의 원인이 강성노조 때문이라는 건 완전히 거짓된 선전입니다. 미국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중에 노조가 가장 약한 나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