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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야심만만 손태영 눈물없어서 좋았다

 

손태영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악플과 루머의 여왕이다. 손태영이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그녀에 대한 기사만 걸리면 무조건 악플이 달린다.


이번 주 <야심만만2>에 손태영이 나왔다. 토크쇼에 연예인들이 나와 뭐라고 말을 하면, 그것을 인용한 기사들이 반드시 뜬다. 언제나 그렇듯이 손태영의 발언도 기사화됐다.


별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기사도 아니었는데, 거기에도 악플들이 달렸다. 왜 그렇게까지 한 사람을 미워하는 걸까?


한때 한국의 네티즌들은 문희준 욕하는 것을 국민스포츠처럼 생각했다. 문희준은 누구나 씹어대는 국민의 껌이었다. 하지만 그가 군대를 다녀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도 욕을 안 한다.


그렇게 죽일 것처럼 욕을 해대더니 한 순간에 잠잠해진 것이다. 이건 애초에 욕을 할 실질적인 이유 자체가 없었다는 걸 의미한다. 그냥 대중에게 찍힌 것이다. 재수다. 군중에게 일단 찍히면 누구나 별 생각 없이 돌을 던지게 된다. 의례히 달리는 악플은 그런 돌의 성격을 지녔다.


그러다 어떤 계기, 혹은 시간이 흐르면 대중은 그 사람을 잊고 다른 사람을 찍는다. 다시 돌팔매질을 시작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악플을 배설해대면서 스트레스를 풀 때, 당하는 한 사람에겐 수많은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응축된다.


가수 유니는 악플에 시달리다 결국 목숨을 끊었다. 최진실의 죽음도 악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준은 자신을 악의적으로 비웃는 동영상을 제작했던 사람을 끝까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가해자는 쉽게 잊어도 피해자는 그 한이 평생 동안 간다.


요즘 네티즌은 손태영을 욕하고, 권상우를 비웃고, 이 부부의 결혼생활에 흠집 내는 것을 하나의 스트레스 해소 스포츠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선 줄줄이 터지는 증오댓글과 루머들을 설명할 수 없다.


마이클 잭슨이 아이를 베란다에서 들어 올린 것을 두고 수많은 사람들이 비난했다. 하지만 마이클 잭슨이 죽자 그 비난들은 한 순간에 사라졌다. 그저 사람들은 욕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자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꼬투리가 됐다.


이번 <야심만만2>의 손태영도 그렇다. 여러 포털에서 손태영이 아이에 관한 질문을 받고 잠시 머뭇거린 것에 대한 악플을 봤다. 그건 손태영에게 결혼생활에 충실하지 않은 바람난 여자라는 캐릭터를 처음부터 덮어씌워 놓고, 그것에 갖다 댈 구실만을 눈에 불을 키고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갑자기 질문을 받으면 사람이 적당한 표현을 생각하느라 잠시 생각할 수도 있게 마련이다. 실제로 <야심만만2>에서 그 장면은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런 장면까지 악플의 소재로 동원할 정도로 손태영 욕하기를 네티즌이 즐기는 것이다.


<야심만만2> 방영 이후에 손태영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언플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웃긴다. 이미 설명했듯이 토크쇼에서 연예인이 어떤 말을 하면 관례적으로 언제나 기사화되어왔다. 특히 손태영은 최근 결혼불화설이라는 루머를 겪었기 때문에 그녀와 권상우의 결혼생활은 매체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기사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정도의 악플은 사실 양반이다.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는 악플도 많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한 인간을, 한 부부를 집요하게 증오할 수 있을까? 소름이 끼친다.


최근 방영된 <신데렐라맨>의 경우도 그렇게까지 욕먹을 드라마는 아니었다. 평균적인 수준 이상의 완성도였으며, 권상우의 연기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권상우에겐 악플공격이 가해졌고 작품은 평가절하 됐다. 이렇게 대중이 작정하고 사람을 끌어내리는 모습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손태영이 토크쇼에 나온다고 해서, 최근 겪은 루머와 집요한 악플을 생각할 때 눈물부터 떠올렸다. 하지만 <야심만만2>에서 손태영은 밝아보였다. 다행이다. 자신의 연기력도 담담하게 객관화하는 모습은 성숙해보이기도 했다.


손태영이 연기를 못하는 건 사실이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상처가 되겠지만, 인정하고 에너지를 원망이 아닌 노력에 쏟으면 인생에 그리 크게 그림자 질 일도 아니다. 결혼생활에 대한 악플도, 무시하고 둘이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다. 손태영에게 필요한 건 자신을 ‘객관화’하는 능력과 악플을 ‘개무시’할 수 있는 힘인 것이다. 손태영의 밝은 모습에서 그런 힘이 느껴지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그나저나 우리 네티즌들, 사람 잡는 걸로 스트레스 푸는 악취미는 언제나 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