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에서 복병이 나타났다. 바로 스타발굴 프로젝트라는 <슈퍼스타K>다. 지난 주말에 이 프로그램이 시청률 5%를 돌파했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라 5일에 걸쳐 그동안의 방영분을 찾아봤다.


케이블TV에서 시청률 5%는 대단한 기록이다. 게다가 순간 시청률의 경우 7%까지도 넘어섰다고 한다. 이 정도면 프로그램에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대단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뜻이다. 도대체 어떤 프로그램이길래? 그래서 그동안의 방영분을 찾아봤던 것이다.


찾아본 결과, 역시 이유가 있었다. 단순히 노래만 부르고 당락이 갈리는 차원이 아니었다. <슈퍼스타K>엔 힘이 있었다. 요즘 리얼버라이어티가 인기다. <슈퍼스타K>야말로 최고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고, 그 속엔 다양한 요소가 버라이어티하게 깔려있었다. 리얼버라이어티가 줄 수 있는 재미의 모든 것을 주는 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


- 열정과 눈물, 그리고 웃음 -


여기엔 무엇보다 진심이 있다. 참가자들은 장난이 아니었다. 심사하는 사람들도 장난이 아니었다. 진심은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하는 기본적인 토대가 된다. 참가자들이 진심으로 보여주는 건 열정이었다. 그들의 열정은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였다.


또, 참가자들은 절박했다. 하지만 심사는 냉정했다. 이것은 긴장감과 안타까움을 만들어냈다. 참가자들이 절박하지 않았으면 긴장도 안타까움도 없었을 것이다. <전국노래자랑>은 그런 절박함이 없기 때문에 긴장감도 없고, 별다른 안타까움도 없다. 하지면 여기선 워낙 절박함이 느껴져 예선에서부터 각본 없는 드라마가 속출했고, 가장 최근엔 구슬기의 눈물이 이슈가 됐다.


또, 여기엔 캐릭터가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는지, 캐릭터의 향연이었다. 캐릭터는 리얼버라이어티의 필수 요소다. 막연한 등장인물은 감정이입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캐릭터가 있어야 시청자의 마음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한 점에 잡아둘 수 있다.


캐릭터가 형성하는 것은 이야기다. <슈퍼스타K>에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야기가 있었다. 프로그램은 단순히 노래하는 모습만 보여준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사연을 부각시켜, 캐릭터와 이야기를 축조해나갔던 것이다.


이야기야말로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핵심적인 장치다. 이것이 없으면 그저 건조한 경연장에 불과하다. <슈퍼스타K>는 참가자들의 아픈 사연과 오디션 장면을 교차편집하면서 이야기의 힘을 극대화했다. 가정폭력의 희생자, 트랜스젠더, 기획사로부터 착취당했던 지망생, 장애인 등 가히 인간극장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웃음이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심사위원들과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웃음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해프닝들. 이것 또한 리얼버라이어티의 중요한 구성요소다.


- 우연, 감동, 안타까움 -


본선에서 참가자들은 우연에 의해 팀장과 팀이 갈리고, 선곡이 되며, 인간일 수밖에 없는 심사위원들의 불합리한 판정에 의해 당락이 갈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런 우연적인 요소까지가 리얼버라이어티이며 우리 삶의 실제 모습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이끌어내는 리얼의 결정판 스포츠경기가 우연과 부조리함으로 점철됐듯이 말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된 ‘심장이 없어’를 부르는 장면. 5일에 걸쳐 보다보니 오늘에서야 문제의 그 장면을 접했다. 이것은 <슈퍼스타K> 각본 없는 드라마의 결정판이었다. 이효리뿐만이 아니라, 나도 그 장면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폴 포츠나 수잔 보일을 보고 흘렸던 것과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요즘 일부 네티즌이 심사에 의문을 제기하며 장애인인 김국환 씨나 심사위원들에게 악플을 쏟아내고 있다. 그럴 이유는 없다. 어차 심사는 인간이 하는 것이고 주관적인 것이다. 그 팀에 장애인이 끼고, 하필 ‘심장이 없어’를 선곡한 것은 모두 우연에 의한 것이었다. 그 우연은 대단히 감동적인 그림을 만들어냈고, 그것에 보는 이의 마음이 움직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에 기계적인 공정성을 요구하기란 힘들다.


어쨌든 눈물과 동시에 쏟아진 악플들은 <슈퍼스타K>라는 리얼버라이어티가 얼마나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건드렸나 하는 것을 보여줬다. 떨어진 사람들에게도 캐릭터와 드라마가 있었다. 김현지 씨는 특히 안타깝다. 이 모든 감동과 눈물이 합쳐져, 오디션으로서의 진지함이나 수준과는 별개로 예능프로그램의 차원에서, <슈퍼스타K>는 강력한 리얼버라이어티쇼가 되었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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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는행인 2009.08.29 10:08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안짠듯 잘 짜여진 각본'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핵심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슈퍼스타K가 (적어도 케이블 방송의 한계에서는) 최고의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속칭하는 표현으로 소름돋는 리얼함에 엄지를 치켜드신거라면?
    타 방송프로에 비해 슈퍼스타K에는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시고
    열혈 시청자의 길로 접어드신게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게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더욱 재있게 TV를 보는 방법일 뿐이죠.)

    참가자들의 진심과 절박함과 부러운 노래 실력들은 가끔 등줄기가 서늘할 정도지만
    그에 맞지않는 제작진의 너무 노골적인 감동 코드 조장은 정말..

    그냥 제가 보는 입장에서는 가장 최적화된 한국형 폴포츠 찾기 게임이란
    인상을 지울수 없는 프로그램이네요.


    전 솔직히 김현지 오래갈 줄 알았습니다. 음색이나 가창력이 뛰어나다 아니다를 떠나서
    그 언밸런스 함이 주는 쇼크가 개중에 가장 '폴포츠'적이었기에
    어떻게든 그의 감동 코드를 복사해 내겠다는 듯이 예선 내내 참가자들의
    개인사에 카메라를 들이대던 제작진이 쾌재를 부르지 않았나 싶었거든요.

    김현지를 버리고 김국환으로 갈아탄(적어도 제눈에는 제작진이 그렇게 보였습니다.)
    의중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모르겠습니다. 자꾸 최적화라는 생뚱맞은 단어만 머릿속을 스쳐가네요.

  2. 하이디 2009.08.29 23:00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하단 부분,"어차피"인데 어차 ~로 쓰셨어요,,ㅋㅋㅋ

  3. 아니던데 2009.08.30 00:1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ㅋㅋㅋ 이효리양현석심사 하고나서부터 이제 학교에서 수퍼스타k 동영상은 물론이고 화제는 커녕 여학생들 수다꺼리도 되지 않는답니다.. 하하하하~

  4. 슈퍼게이 2009.10.14 11:2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욕하려고 본거지 재밌어서 본거 아닌데 이프로그램 결과적으로 욕만 존내 쳐먹은 병신이되엇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