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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화끈한 세바퀴 시청률 돌풍의 이유

 

 <세바퀴>가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원래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너였다가 토요일 밤시간대로 독립편성된 후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곧 상승하기 시작해 마침내 8월 말에는 <무한도전>을 제치고 토요일 예능 시청률 1위까지 차지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당시 <무한도전>이 일종의 쉬어가는 기간인 것의 덕을 본 결과다. 원래 <무한도전>은 기복이 심해 <무한도전>의 부침에 따라 토요일 예능 순위가 들썩들썩해왔다. 또 <스타킹>이 최근 주춤하고 있는 상태이고, 맹렬히 그들을 추격하고 있는 <천하무적 토요일>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일이 되려고 했는지 화제를 모았던 <스타일>이 자멸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모두 <세바퀴>의 토요일 예능 시청률 1위 등극에 기여했다.


그러나 옆에서 아무리 받쳐줘도 당사자가 허당이면 일이 안 되는 법이다. <세바퀴>에는 시청률 돌풍을 일으킬 만한 강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줌마’다.



- 줌마테이너들의 질풍같은 토크쇼 -


 현재 주말 예능은 철저하게 남성위주, 아저씨들 판이다. 토요일의 <무한도전>, <천하무적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의 <1박2일>, <남자의 자격>, <오빠밴드> 등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이다. <패밀리가 떴다>의 경우 여자가 있지만 극히 소수이며, 여자가 있건 없건 야외에서 비를 맞고, 진흙탕에 넘어지고, 맨얼굴로 잠까지 자가면서 온몸을 던져야 시청자가 반응한다. 그 때문에 스튜디오에서 얌전히 앉은 채 토크를 진행하던 유명 MC들이 리얼형 야생 MC들에게 굴욕을 당하고 있다.


 <세바퀴>는 스튜디오 토크쇼로 주말 리얼 버라이어티 천하에 균열을 냈다는 점이 특이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세바퀴>가 막말을 남발한다며 권고조치를 취한 바 있다. <황금어장>도 <세바퀴>와 함께 조치를 받았다. <황금어장>은 독한 토크, 막말 토크를 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그와 함께 조치를 받았다는 것으로 <세바퀴>도 만만치 않은 막말 방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몸으로 고생하지 않으면, 독한 말이라도 쏴야 하는 시대라는 뜻이다.


 그런데, 막말 방송이라고 하니까 거부감이 느껴진다. <세바퀴>가 그렇게 거부감을 주는 프로그램이란 말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세바퀴>엔 분명히 독한 막말이 난무한다. 하지만 그것은 거북하지 않다. <세바퀴>엔 남녀사이의 은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하지만 그것도 낯 뜨겁지 않다. 그저 유쾌하고 통쾌하기만 하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아줌마’이기 때문이다.


 <세바퀴>는 아줌마 수다의 예능화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아줌마들의 거침없는 입담, 노골적인 들이대기가 매주 펼쳐진다. 아줌마들이 주도하면 게스트들도 어느덧 분위기에 말려들며 자연스럽게 망가진다. 거기에 아저씨 출연자들이 장단을 맞춘다. 스튜디오는 유쾌한 장터처럼 변한다. 원래 장터에선 막말이 오가는 법이다. 그러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아줌마들이 주도하는 시끌벅적 놀이판 같은 토크쇼, 그것이 바로 <세바퀴>인 것이다.



- 리얼 버라이어티에 눌리지 않는 건 아줌마! -


 작년에 아나테이너들이 화제를 모았었다. 하지만 아나테이너 천하는 잠깐이었다. 아나테이너들은 스튜디오에 예쁘게 앉아 조곤조곤 얘기했다. 시청자들은 곧 질려버렸다. 아나테이너들이 밀려난 자리를 <세바퀴> 줌마테이너들이 대신하고 있다. 줌마테이너들은 빼지 않는다. 그들은 비록 리얼 버라이어티 남성 출연자들처럼 몸을 던지지는 못하지만, 가능한 모든 것을 던진다. 염치, 체면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내밀한 욕망부터 사생활까지 그들의 토크엔 거칠 것이 없다. 여기에 시청자는 통쾌한 재미를 느낀다.


 누구라도 <세바퀴>에 나오면 그 거침없는 분위기에 동화되는데, 그것을 선배 스타들부터 선도한다. 선우용녀는 행동이 굼뜨다고 핀잔을 듣자, 갑자기 스튜디오 중앙으로 나와 엉덩이를 들이대고 두드리며 ‘나이 들어봐! 얘가 말을 안 들어!’라고 주책맞은 돌출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런 거침없음이 웃음을 자아내며, 동시에 스튜디오 분위기를 흥겹게 만든다. 선우재덕 같은 점잖은 이미지의 스타도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막춤을 선보이는 것이다.


 성적인 욕망도 노골적으로 표현된다. 몸짱 개그맨 이정용은 툭하면 상반신 나체를 선보이고 아줌마들은 자지러진다. 아이돌 꽃미남이 나올 때마다 아줌마들의 입은 헤벌쭉 벌어진다. 하지만 민망하지 않다. 아줌마들의 호탕한 웃음으로 모든 것은 정리가 되며, 곧 부실한 몸매의 아저씨와 아줌마들이 스튜디오 중앙에서 떠들썩한 몸개그를 펼치며 장터 분위기를 이어가게 마련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아줌마 연예인들의 막강한 인맥 덕택에 매 회마다 다양한 스타들이 전화출연하는 것도 흥미를 더 한다. 이서진, 송윤아, 고현정, 이민호 등이 연결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심지어는 송승헌, 정일우, 영웅재중이 모두 하루에 연결되기도 했다.


 예쁜 말, 꾸민 말이 아니라 강한 말, 쏘는 말이 통하는 막말독설 예능의 시대가 아나테이너가 아닌 줌마테이너에게 더 어울렸다고 할 수 있겠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위세에 대적할 수 있는 건 아줌마의 기세뿐이었다. <세바퀴>는 9월부터 심야시간대로 옮기며 방송시간을 늘린다. 더욱 화끈한 아줌마들의 토크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