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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무한도전, 제목테러의 짜증과 노홍철 정준하의 대활약

 

이번 <무한도전> 꼬리잡기 특집은 최고였다. 하지만 제목 스포일러 테러가 <무한도전>의 재미를 반감시킨 것이 아쉽다.


인터넷 서핑 중에 ‘무한도전 꼬리잡기 최후승자 정형돈’이라는 뉴스 제목을 보고 말았다. 순간 가슴이 철렁하여, 즉시 백스페이스키를 눌렀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된 후였다. 결말을 제목에 달아 공개하는 건 무슨 억하심정이란 말인가. 본방을 못 본 사람들은 어떡하라고.


보통 아직 보지 않은 프로그램의 예민한 정보가 있을 듯한 기사일 경우엔 아예 클릭을 하지 않거나, 클릭을 하더라도 중요한 정보가 공개될 것같은 대목에서 백스페이스키를 누른다.


하지만 제목에서 정보를 공개해버리면 시청자는 꼼짝도 못하고 당하게 된다. 시청자에게도 자신이 미리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선별할 권리가 있다. 제목으로 결말을 공개하는 건 이런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다.


이미 방영된 프로그램의 내용이 기사로 소개되는 것은 당연하다 해도, 제발 제목에서만큼은 결말공개를 피해 달라. ‘최후승자 정형돈’이라는 기사제목을 본 순간 한 방 맞은 느낌이었다. 이건 대국민 테러다. 다시는 이런 참극이 없기를.



- 사랑스러운 사기꾼 노홍철로 반전 -


이번 <무한도전> 꼬리잡기 특집은 확실히 노홍철을 위한 무대였다. 노홍철의 계략과 순발력은 최고였다. 지난 주에도, 이번 주에도 노홍철은 기지가 넘쳤고, 자신만만했다. 광화문 공중전화 박스 씬에서도, 예 아니오로만 정보를 주는 설정에서 박명수는 당황했지만 노홍철은 즉시 적응하면서 중요한 정보를 캐내 보는 이를 감탄케 했다.


노홍철은 분명히 주인공이었다. 첫째, 존재감이 가장 컸기 때문에 주인공이었다고 할 수 있었고, 둘째, 보는 이가 그에게 감정이 이입되도록 했기 때문에 단연 주인공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을 보며 노홍철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노홍철이 우승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다른 팀이 우승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 노홍철에게 감정이 이입된 것이다.


그것은 노홍철이 프로그램 속에서 워낙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노홍철은 프로그램의 매 국면마다 즉시 적응하며 상황을 장악해나갔다. 광화문 공중전화 박스 앞에서 보여준 자신만만한 태도는 백미였다고 할 것이다.


마치 미국드라마 <덱스터>나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다른 등장인물들은 혼란에 빠지고 당황해하지만, 주인공만은 자신만만하게 상황을 이해하고, 장악하며, 능동적으로 주도해나가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지쳐가는 와중에도 끝까지 활기차고 적극적인 자세를 유지한 것도 보기 좋았다.


노홍철은 최근 열애공개로 상당한 이미지 추락을 경험했었다. 사람들은 노홍철 커플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이건 안 좋은 사기꾼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이번 꼬리잡기 특집에서 보인 것은 사랑스럽고 유쾌한 사기꾼의 모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노홍철의 사기를 응원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안 좋은 사기꾼의 이미지가 반전된 것이다. 이미지가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능력도 인정받고, 존재감도 한 차원 업그레이드됐다. 여러모로 이번 꼬리잡기 특집은 노홍철에겐 축복이었다.



- 모처럼 존재감이 살아난 정준하 -


노홍철이 사랑스러운 사기꾼으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정준하가 이번 특집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 것도 반갑다.


정준하는 그동안 답답하기만 한 이미지였다. 이번 꼬리잡기 특집 1부에서도 어이없이 꼬리를 잡히며 ‘무기력 무능 답답이 병풍’ 이미지가 이어지나 하는 불안감을 자아냈다. 하지만 곧이어 온몸을 던지는 몸개그를 선보여, 정반대였던 전진과 대비되며 수렁에서 구원됐었다.


하지만 그것은 의무방어 정도의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꼬리잡기 특집 2부에서 정준하는 1부에서보다 훨씬 많이 활약함으로서 비로소 존재감이 강력하게 부각됐다.


정준하가 노홍철에게 잡힌 것이 행운이었다. 만약 정형돈이나, 전진에게 잡혔다면 그렇게 부각되지 못했을 것이다. 시종일관 게임을 주도한 천재사기꾼 노홍철과 한 팀을 이루어 ‘머리와 입의 노홍철 + 몸과 성실성의 정준하’라는 캐릭터 조합을 탄생시킨 것이 주효했다.


판은 노홍철이 짜지만 액션을 취하는 건 몸의 정준하였기 때문에, 그때마다 당했던 유재석에게 정준하는 공포의 대상이 됐다. 유재석 잡는 정준하라는 구도가 형성되면서 모처럼 유재석과 동급의 존재감을 획득한 것이다. 보통 이것은 2인자인 박명수의 몫이었는데 이번엔 정준하의 것이 됐다. 반면에 박명수는 2부에서 유재석에게 잡힌 후 유재석의 발목을 잡는 모습을 보여 호감을 살 수 없었다.


노홍철과 정준하는 그동안 <무한도전> 내에서 B급 캐릭터였다. 그랬던 그들이 조합을 이루어 이번에 최고의 활약을 보인 것이다. 돌아이의 천재변신은 놀라웠고, 구박받던 정준하의 활약은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