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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선덕여왕 실망스러운 덕만의 꿈

 

지난주에 <선덕여왕>의 상승세가 주춤했었다. 무섭게 40%를 돌파한 이후 약보합권으로 돌아섰던 것이다. 전개가 늘어졌기 때문이다.


<선덕여왕>이 월화 미니시리즈 시간대에 방송됨에도 불구하고 국민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사극이란 점도 있었다. 사극은 주부들이나 중장년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르다. 젊은 선남선녀가 나오는 트렌디 미니시리즈일 경우 두 말할 것도 없이 채널을 돌려버리는 주부시청자도 사극이라면 편하게 시청할 수 있다.


주부시청자를 잡는 데 성공한다면 시청률 대박은 따 놓은 당상이다. 그렇다면 같은 사극인 <천추태후>는 왜 <선덕여왕>같은 성공을 못했을까? <천추태후>는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정통사극의 분위기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겁다. 이러면 주부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


또, <천추태후>는 호흡이 길다. 다른 말로 하면 전개가 늘어진다. 요즘엔 화사하고 경쾌한 것이 먹히는 경향이 있다. <아내의 유혹>도 경쾌한 전개가 특징이었다. <선덕여왕>은 중요한 등장인물들이 차례차례 등장하고, 흥미진진한 미스테리가 사이사이 끼어들며 경쾌하게 진행됐다.


그리하여 화사하고 경쾌한 사극으로서 국민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랬던 <선덕여왕>이 지난주에 늘어졌었다. 이것이 시청률 상승세가 주춤했던 이유다. 전개가 늘어진 이유는 너무 오랫동안 신라라는 국호의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다.


신라의 의미 속에는 단지 나라 이름의 의미뿐만이 아니라, 덕만이 왕이 되어야 하는 이유와 미실이 좌절해야 하는 이유가 들어있었기 때문에 매우 중요했다. 드라마 구조 속에서 왜 주인공이 성공해야 하는지, 왜 시청자가 주인공을 응원해야 하는지, 왜 악당이 실패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장치였던 것이다.



- 덕만의 꿈은 군사팽창주의? -


<선덕여왕> 33회에서 드디어 신라의 세 번째 의미가 밝혀지고, 덕만이 그것을 자신의 꿈으로 하겠노라고 선언했다. 덕만이 왕이 되어야 하는 이유, 미실을 무찔러야 하는 이유를 그 꿈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꿈의 내용이란 것이 실망스럽다. <선덕여왕> 초반부부터 미실과 다른 덕만의 꿈을 주문했었지만 이런 걸 기대했던 건 아니었다.


밝혀진 덕만의 꿈은 삼한일통, 즉 삼국통일이다. 신라라는 국호의 세 번째 의미가 이것이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덕만이 왕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동참시키기 위해, 모든 백성이 그 꿈을 함께 꾸도록 하겠다고 한다.


귀족과 백성들이 더 넓은 영토에서라면 모두들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실은 꿈은 없다고 했다. 백성들의 꿈이란 결국 잔인한 환상에 불과하다고 했다. 덕만은 그 환상을 이용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왕과 귀족과 백성이 모두 덕만의 꿈을 공유하게 될 경우 신라에 닥칠 것은 무엇일까? 끊임없는 전쟁, 총력동원 체제일 뿐이다. 덕만의 꿈과 일제시대 당시 일본 우익의 대동아 공영권의 꿈이 다를 것이 무엇인가? 대외 전쟁으로 귀족과 화랑들을 독려하겠다는 덕만과, 전쟁으로 사무라이들을 다독였던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다를 것이 무엇인가?



- 덕만의 또 다른 꿈이 필요하다 -


정조를 그린 <이산>은 상당한 지지를 받았었다. 그 드라마 속에서 정조의 대의명분은 무엇이었나? 바로 백성이었다. 노론의 정치보다 정조의 정치가 더 백성들에게 이로웠다. 그러므로 시청자는 정조를 응원하며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했던 것이다.


덕만에게 원했던 것은 이런 것이었다. 미실과 미실 주변에 모인 귀족들보다 덕만의 정치가 더 백성들에게 이로운 것이길 바랬다. 하지만 덕만은 전쟁만을 제시하고 있다. 전쟁을 아무리 해도, 아무리 영토가 넓어져도, 백성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미실이 지적한 것처럼 전쟁으로 현재의 고통이 해소될 거라는 꿈은 환상에 불과하다.


물론 덕만이 왕권강화를 추구하는 것은 좋다. <태왕사신기>도, <제국의 아침>도, <이산>도, 모두 왕권강화가 중요한 테마였다. 왕권강화는 신권약화를 의미하는데, 신권이란 곧 귀족권이 된다. 귀족권이 약화되면 귀족들에게 수탈 받던 백성들의 삶이 나아진다. 이해관계상 필연적으로 자기 집안의 사익을 우선시하게 되는 귀족의 특성 때문에, 귀족이 발호하면 왕권과 국력이 함께 약해지기 마련이다.


전쟁은 왕권강화의 좋은 수단이 된다. 그리하여 미실은 전쟁을 피하려고 한다. 자기는 성골, 즉 왕족이 아니니까. 이런 식으로 왕권과 귀족권의 대립이라는 테마를 차용한 건 좋지만, 주인공이 단지 전쟁만을 목표로 하는 건 불만스럽다. <이산>에서 정조는 백성들을 위해 왕권을 강화하려 했다. 노론은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왕권을 약화시키려 했다.


덕만의 꿈에도 <이산>에서처럼 ‘백성’이란 존재가 추가되어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가 더 강하게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덕만의 전쟁이란 결국 신라의 삼국통일이 되는데, 한국인의 입장에서 신라의 삼국통일을 좋게 봐줄 수가 없기 때문에도 더 전쟁이란 꿈만으론 약하다. 전쟁이 완전한 감정이입의 동기가 되는 것은 <불멸의 이순신>같은 설정에서나 가능하다. 요즘 <천추태후>도 거란방어전이 시작되면서 시청률이 오르고 있다. 하지만 신라의 전쟁은 이런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덕만은 시청자에게 또 다른 꿈을 제시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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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9.15 06:15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병정개미 2009.09.15 10:51

    일단 이런 지적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온전히 재근님의 의견에 동조할 수 없는 점이 있습니다. 삼국시대 선덕여왕시기의 신라가 하고자 하는 침략전쟁과 전국을 통일한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한 전쟁, 그리고 대동아공영권을 위한 일제의 전쟁은 얼핏 같은 성격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처한 상황이 다릅니다. 신라가 처한 상황은 여차하면 백제에게든 고구려에게든 멸망을 당할 시기입니다. 같은 민족이라 한들 자신이 복속되는 걸 원하는 편은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신라라는 나라가 살아남을 길은 주변의 백제와 고구려를 자신에게 복속시키는 길 뿐이었습니다. 이건 생존의 문제이기에 적어도 신라 백성을 위한다는 점과 일맥상통합니다.

    반면, 일본이 일으킨 임진왜란은 내적으로 일본통일을 이루고 이후의 도쿠가와처럼 자신들의 정치를 통해 스스로 번영하며 살아갈 수도 있었음에도 도요토미 개인의 욕심과 자기 가신들에게 내릴 영지, 즉 상을 위해서 조선과 중국은 물론 인도까지 노리고 시행한 망상적인 침략전쟁입니다.

    또한, 근대 일본은 다른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자신들도 제국주의 시대에 뒤쳐지지 않고 떵떵거리는 제국이 되기 위해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자신들 위주의 가치를 걸고 전쟁에 나선겁니다. 그게 태평양 전쟁의 본질이구요. 적어도 생존이 이유가 아닌 욕심이 이유인 전쟁입니다.

    재근님이 비교하신 일본의 두 전쟁과 삼국시대 신라가 벌인 전쟁의 성격은 제가 보는 관점에서 적어도 이정도의 격차가 있습니다. 단지 영토가 넓어진다고 백성들이 잘산다하는 차원이 아니라 백성 자체가 미래에도 신라에서 살아남기를 바란 것이라는 뉘앙스가 느껴졌다는 점에서 덕만이 내세운 전쟁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사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관점에서 덕만의 전쟁은 제 개인적으론 불만입니다. 결국 당과 친교하며 고구려와 백제를 상대하기 시작한 왕도 선덕여왕이었구요. 결국 삼국통일이라는게 이루어지긴 하지만, 그것은 세개의 유사민족 정권이 하나의 정권으로 통일되었다는 의미는 있으나 영토는 엄청나게 축소된 사실상의 삼국축소였고 고구려나 백제의 유민도 제대로 끌어안지 못하고 당에 빼았겼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잠시 이름이 알려졌던 고선지가 당에서 고원을 정벌하는 큰 공을 세워서 이름을 날렸다는건 그런 우수한 고구려 혈통이 지금의 중국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영토를 잃었더라도 유민들을 자신의 하층 골품으로 자리매김하는 식의 전후처리는 역시 한국인의 입장에서 불만입니다. 이런 점은 재근님과 생각이 같다고 봅니다.

  • BlogIcon 레이먼 2009.09.15 16:59 신고

    이제서야 파워블로그의 글에 댓글을 달게 되는군요. 명성은 자자하게 듣고 있었습니다.
    우선 저는 어제밤 덕만공주의 대사내용을 듣고는 자뭇 고무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경영서적등을 읽어 보면 CEO로써, 상사로서 종업원과 부하직원들에게 비젼을 심어 주어야 한다는 지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이 몸 깊숙히 체화 되지 못했습니다.
    어제 들은 덕만공주의 대사내용은 진정한 비젼의 의미가 무엇인지. 왜 비전이 이리도 중요한지, 올바른 비전 제시가 조직과 나아가 국가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시대상황을 고려해 본 건데 저는 위의 병정개미님께서 남기신 의견이 더 합당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 도레미 2009.09.15 19:09

    선덕여왕을 안봤지만 농경국가에서 내부 전쟁이 종식되어 평화체제를 이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전쟁으로 안 죽고, 수시로 농번기에 병사로 차출안당하고,, 농토 황폐화 안되고 등의
    일반백성에게도 엄청난 이점이 있죠. 내부수탈은 여전하겠지만.

  • 먼소리야 2009.09.15 21:06

    선덕여왕 당시의 백제는 무왕과 의자왕이 차례로 신라에 공격을 퍼붓던 시기였지요, 고구려와 백제의 동맹으로 신라는 위기에 처했고 당나라와 동맹을 맺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당시의 신라는 고구려 백제에 둘러싸여 끊임없이 공격당하던 시기였습니다.

    쉽게 말해서 백성의 생존을 위해 전쟁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덧붙여 전쟁이 왕과 귀족들에게만 좋다고 하셨는데 맞는 말씀입니다. 근데 하재근님께서 모르시는게 있는데 선덕여왕은 전쟁을 통해서 하재근님께서 원하시는대로 백성의 생활을 향상시킵니다.

    알다시피 신라는 산지가 많아 식량 생산량이 백제에 비해 턱없이 적었습니다. 선덕여왕의 주된 정책중에 하나가 구휼정책입니다.

    백제,고구려와 전쟁에서 없은 부를 통해서 백성들을 구휼하고 조세를 감면하여 줍니다.
    감면된 조세와 백성들의 구휼에 사용된 자원이 전쟁을 통해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참조하시길

  • ㄷㅇㅇ 2009.09.17 17:13

    고구려.백제,신라는 끊임없이 침략하고 전쟁합니다.

    삼국통일 이란 그런 전쟁을 없애는 첩경입니다.

    실제로 삼국이 통일하고 전쟁이 없어졌죠.

    그런 꿈이 군국주의라니........


    전쟁 나쁘죠. 삼국통일도 나쁩니까?

    삼국도 평화통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야 평화주의자의 이상일지는 모르지만,

    현실을 도외시한 환상일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