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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일밤, 재앙의 늪에 빠졌다

 

<일요일일요일밤에>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급기야 <오빠밴드>와 <노다지>의 폐지설까지 나오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오빠밴드> 폐지설은 유감스럽다. 하지만 시청률이 5%내외에서 벗어날 줄을 모르는 지경이니 MBC의 성급함을 탓할 수만도 없다. <일밤>은 재앙의 늪에 빠졌다.


<일밤>의 기록적인 추락은 MBC의 일요일 몰락을 견인하고 있다. 개그프로그램이면 개그프로그램, 드라마면 드라마, 일요일에만 걸치면 시청률이 10%를 넘지 못하는 마법에 빠지는데, 이런 몰락에는 간판 프로그램의 추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MBC로서는 <일밤>의 재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도대체 왜 이렇게 추락하는 걸까?



- <오빠밴드> 20% 부족했다 -


 <오빠밴드>는 오랜 산고 끝에 태어났다. 계속해서 밀리던 <일밤>은 탁재훈, 신정환, 김용만, 김구라 등 당대의 유명 MC들을 모아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인 <대망>을 탄생시켰었다. 하지만 <대망>은 과도한 실험정신과 지나친 부산스러움으로 시청자에게 버림받았다. 그 다음엔 그 멤버들을 데리고 스튜디오로 가 <퀴즈프린스>를 탄생시켰다. 이번엔 과도한 실험정신이 아니라, 지나친 진부함이 문제가 됐다. 게다가 화제성에 집착했는지 초반부에 집권여당 인사를 초청한 것도 시청자의 질타를 받았다.


 그 다음에 태어난 것이 <오빠밴드>다. <오빠밴드>는 <대망>과 <퀴즈프린스> 멤버 중에서 신동엽, 탁재훈, 김구라를 주축으로 하고 거기에 예능 새얼굴인 유영석, 김정모, 성민 등을 가세시켜 만든 포맷이다. 이렇게 새얼굴들을 가세시킨 것은 신선한 느낌을 줬다. 경쟁작인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는 기존의 유명 MC와 새얼굴들이 조화를 이뤄 성공했다. 반면에 <일밤>은 지나치게 유명 예능인들의 드림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드림팀은 지겨운 느낌만 줬을 뿐이다. <오빠밴드>에서 예능 아마추어와 유명 MC들을 섞음으로서 비로소 새 기운을 느끼게 했다.


 기존에 실험적이고 부산스러웠던 <대망>에 비해 <오빠밴드>는 훨씬 안정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다. MC들이 부담스럽게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찬찬히 집중하며 성장하는 모습이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했다. 또, 모든 멤버들이 모든 멤버들에 대해 까칠했던 <대망>에 비해, <오빠밴드>는 팀으로서의 인간적인 느낌을 줌으로서 시청자의 호감을 얻는 데도 성공했다.


 최근 주말 리얼 버라이어티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아저씨’다. <오빠밴드>는 아저씨의 학창시절 로망을 전면에 내세웠다. 과거에 기타 하나 들고 밴드를 꿈꿨던 30~40대의 로망을 핵심 소재로 한 것이다. 아저씨들이 온갖 어려움을 돌파하며 밴드를 성장시켜나간다는 테마는 성공적이었다. 마침내 <오빠밴드>는 가능성을 보였고, <일밤>은 <오빠밴드> 스페셜까지 마련하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빠밴드>엔 뒷심이 부족했다. 관심은 얻었지만 도약하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강렬한 임팩트가 없다는 데 있었다. 밴드로서의 열정, 버라이어티의 재미, 어느 쪽으로나 20% 부족했다. 매주 적당히 이벤트공연이나 때우는 느낌이었다. 출연자들이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건 역부족이었다.



- <노다지> 20%가 넘쳤다 -


 <대망>, <퀴즈프린스>의 김용만과 <무한도전>의 박명수를 조합시켜 만든 것이 <몸몸몸>이었다. <몸몸몸>은 진부한 내용으로 버림받고, 과도하게 비키니 모델을 부각시키는 선정성으로 질타 받으며 스러져갔다. 그전엔 아이돌 소녀시대를 내세운 코너들을 내세웠다가 순식간에 종영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노다지>였다. 여기엔 <대망>의 신정환이 등장하고, 김제동과 조혜련 등이 가세했다. 공익성과 <1박2일> 복불복 게임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적 트렌드를 접목시켜 나름대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대 시청률이 말해주는 것처럼 결과는 재앙이었다. 


 <대망>에서처럼 모두 예능에서 익숙한 얼굴들이다. 포맷도 익숙한 포맷이다. 시작하자마자 부산스럽게 들이댔는데, 시청자가 캐릭터들에게 몰입할 시간이 없었다.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를 꺾겠다는 의욕은 확실히 느껴졌다. 끊임없이 몸을 던지고, 뛰어다니고, 소통을 시도하는데, 불행히도 정신없기만 했다. 익숙한 얼굴, 익숙한 포맷에 지나친 에너지였던 것이다. 이러면 심심하면서 부담스럽다.


 유재석이나 강호동처럼 확실히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 그런 가운데 출연자들의 의욕만 넘쳤는지, 열성적으로 게임에 임하다가 현지인들에게 민폐를 끼친 것 때문에 질타를 받기도 했다. 사람으로 치면 약간 조증의 징후가 보였다고 할까? 그 넘치는 에너지에서 <일밤>의 다급한 처지가 느껴져 안쓰럽기도 했지만, 경쟁작들을 제치고 이것을 보게 할 만큼의 매력이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지금으로선 <노다지>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빠밴드>는 확실히 아쉽다. 신선함, 그리고 이벤트 공연 나열이 아닌 진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리모델링을 하면 기사회생의 길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대로 존폐의 기로에 서다니. 서두에 말했듯이 워낙 최악의 시청률이기 때문에 마냥 MBC의 조급함을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재앙의 늪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