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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강심장, 김장훈의 애국적 쾌거

 

김장훈이 <강심장>에 출연해 자신이 왜 공연이벤트에 몰두하게 됐는지를 이야기했다. 바로 ‘자본주의의 폐해’ 때문이란다. 입장권 가격에 따라 철저히, 그리고 지극히 냉정하게 분리된 관객계급을 초월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전에 <무릎팍도사>에 나왔을 때도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공연장에서까지 불공평한 건 좀 그렇다’라고 말했었다.


비싼 돈을 지불하지 못해 무대로부터 멀리 떨어져 소외된 관객들에게 가까이 갈 방법을 궁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와이어를 타게 됐다고 한다. 와이어를 타고 날아갔을 때 관객들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서 그 후 이벤트 개발에 몰두하게 됐다는 것이 김장훈의 이야기다. 심지어 그가 나는 모습을 보고 자살을 포기했다는 사람까지 나와 그는 이벤트에 미쳐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공연이벤트를 연구하면서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벤트 장비 제작에까지 손을 대게 됐다. 그러면서 카이스트와 인연을 맺는다. 그가 어느 날 신문을 보는데 ‘대한민국 이공계 기피현상’이 등장했다고 한다. 그는 생각했다.


‘아니 이 작은 나라에서 과학기술이 아니면은 나라가 발전을 못하는데 기피라니!’


그는 바로 ‘대한민국 차세대 7대 성장 동력에 대한 보고서’라는 제목의 공연을 기획했다. 나노, 로봇, 바이오, 디스플레이 등 첨단 과학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는 콘서트였다. 그는 로봇을 출연시키기 위해 카이스트의 로봇팀을 섭외했다. 상업성을 꺼려하는 로봇팀의 우려 때문에 섭외는 난항을 겪었다.


김장훈은 상업적 이익이 아닌 이공계 홍보를 위한 공연이며 수익은 과학계에 기부될 예정이라고 설득했다. 결국 로봇팀 과학자들과 김장훈은 ‘대한민국 과학자 파이팅!’이라며 의기투합까지 하게 됐다. 김장훈은 심지어 로봇팀에 예산을 지원한 산자부에까지 직접 찾아가 공연의 당위성을 설득했다고 한다. 공연은 결국 성공했고 김장훈은 약속한 대로 수익금을 과학계에 기부했다.


카이스트와 인연을 맺은 그는 한국 공연장비기술의 독자적인 발전을 위해 카이스트 측과 함께 공연장비를 개발해나갔다고 했다. 기술부족으로 언제나 장비를 렌탈해서 써야 하는 한국의 처지에 ‘열 받아서’ 결국 독자개발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만들어진 인프라로 한국이 공연강국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 이야기로 그는 <강심장>에서 강심장에 등극했다. <강심장>은 요즘 지나친 사생활 폭로나 눈물 쥐어짜기 등 자극적인 토크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 속에서 이번 김장훈의 사연은 모처럼 의미 깊은 이야기였다.


- 김장훈, 별걸 다 걱정하는 괴상한 가수 -


김장훈이 보여주는 건 소박한 애국심이다. 남의 나라를 침범하고, 혹은 우리 안에 사는 타 인종를 핍박하고, 혹은 국가의 이름으로 소수자나 약자를 억압하는 식의 애국주의가 아니라 그저 순수하게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좀 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보다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기부나 선행으로 나타나고, 소외된 팬을 위한 이벤트 기획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이번 이야기처럼 이공계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강심장>에서의 이야기가 반가운 것은 이공계의 중요성과 기술독립의 필요성이 김장훈을 통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외국 것을 빌려만 쓰는 처지가 싫어 독자적으로 개발하려 했다는 그의 오기는 널리 전염되어야 한다.


한국은 원재료를 팔 수 없는 나라다. 원재료를 수입해 공산품을 만들어, 그것을 달러로 바꿔 다시 원재료와 식량 등을 수입해 먹고 살아야 한다. 달러를 벌지 못하면 외환위기를 당한다. 1997년에 벌어졌던 일이다. 그리고 수많은 국민들이 빈민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기술은 중요하다. 그런데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면 한국의 기술경쟁력은 아직 세계적인 수준이 아니다. 삼성 반도체 등의 성공 때문에 한국 기술이 세계적이라는 착시가 생기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나마 우리가 강점을 보이는 조립산업 부문은 중국이 맹렬히 추격해오고 있다. 첨단 정밀 부품 기술 쪽의 발전은 더디다. 이러니 장차 먹고 살 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한국에선 기술을 중시하는 풍토와 독자개발을 선호하는 풍토가 모두 사라지고 있다. 1970년대에는 이공계를 중시하고 비록 품질이 떨어져도 독자개발을 우선으로 생각했었다. 그랬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의 자동차, 전자, 조선, 기계 산업이 있는 것이다.(1970년대에 과학자는 영웅이었다.)


이젠 국산기술개발에 대한 집념도 사라지고 그런 인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낮아졌다. 위기가 닥치면 이공계 연구인력부터 구조조정하며, 성과주의 경영 풍토는 장기적 R&D 예산을 갉아먹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통계에서 한국은 이공계 두뇌유출률이 세계 최상위 수준이었다.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공계 인재들의 귀국 기피 현상도 심각해지고 있었다.


그들이 귀국을 기피하는 이유는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것과 자식 교육의 문제에 있었다. 우리 사회가 의사, 변호사 등 서비스 인력만 대우하면서 정작 실물을 생산하는 사람들에게 소홀하므로 그들의 상대적 박탈감,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한국이 입시지옥인 건 모두 아는 사실이고, 현재 그 지옥이 일제고사, 고교입시 등으로 심화되어 교육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이다. 이런 때 김장훈이 그 소박한 애국심으로 이공계라든가 독자적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환기시킨 건 반가운 일이다. 김장훈이 찾아갔을 때 로봇 연구자들은 그를 몰라봤다고 한다. 그럴 만큼 연구에만 몰두했다는 얘기다. 그런 연구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격려는 거의 없다. 의사, 변호사에 대한 선망만 있을 뿐이다.


김장훈이 그 연구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을 격려하고, 공연이벤트를 통해 그들에게 조명을 비춰준 건 정말 의미 있는 ‘애국적 쾌거’였다. <강심장>을 통해 또 한번 그들을 응원해준 것도 통쾌한 ‘애국적 쾌거’였다. 나라 성장 동력까지 걱정하는 괴상한 가수 김장훈이 ‘급’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