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진행된 지난 일요일의 <개그콘서트>와 <하땅사>에선 왜 <개그콘서트>가 뜨는지, 왜 <하땅사>는 그만큼 뜨지 못하는지가 분명히 드러났다. 그 다음 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를 대하는 태도에서 두 프로그램이 현격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하땅사>는 크리스마스라는 소재를 거의 이용하지 않았고, 이용했어도 의례적인 수준에 그쳤다. 반면에 <개그콘서트>는 크리스마스를 훨씬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현실을 반영하는 순발력에서부터 큰 차이가 난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개그프로그램을 주로 시청하는 젊은 층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다. 그런 정도의 이벤트를 기민하게 반영하는 프로그램과 무덤덤하게 지나치는 프로그램 사이엔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단지 크리스마스를 얼마나 내세웠는가하는 양의 차원에서의 차이보다 더 큰 차이가 있었다. 바로 크리스마스라는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표현했는가라는 질의 차원에서 두 프로그램은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였다.


위에 언급했듯이 <하땅사>는 크리스마스를 의례적인 수준으로 인용했다. 하지만 <개그콘서트>는 아니었다. 크리스마스를 맞는 사람들의 심리를 정확히 탐구해 묘사했다. 바로 이렇게 사람들의 심리나 행동양식을 탐구해 촌철살인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개그콘서트>의 진정한 강점이다. 타 프로그램이 아무리 웃기고 과장된 설정으로 <개그콘서트>의 인기를 따라잡으려 해도 이 지점을 놓치는 한 <개그콘서트>의 독주는 계속될 것이다.



- 크리스마스가 괴로운 그들의 심정 -


‘솔로천국 커플지옥’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솔로들의 스트레스를 표현했다. 한민관은 솔로들에게 크리스마스는 ‘파멸의 그날 멸망의 그날‘일 뿐이라며 12월 25일이 무슨 날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모태솔로라는 오나미는 ’금요일‘이라고 답했다.


단지 금요일일 뿐이니 짝이 없다는 이유로 괴로울 필요 없다는 솔로들의 이 비참한 자기위안에 ‘빵’ 터질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마스 카드 따위는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쓰는 것으로 만족하면 그만이라는 이 코너는, 크리스마스에 우박폭설이 내리길 기원하며 끝을 맺었다. 이야말로 솔로들의 심장을 직격하는 코미디였다.


스트레스는 커플들만의 몫일까? 아니다. 데이트비용을 대야 하는 남성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남보원’은 크리스마스를 남성동지들의 제삿날이라고 했다. ‘남보원’은 외쳤다. ‘예수님의 생일인데 선물은 왜 니가 받냐!’, ‘내가 쓴 건 신용카드 니가 쓴 건 성탄카드!’


박성호는 ‘사실 우리 남성들, 12월 달 달력만 봐도 숨통이 조여옵니다.’라며 ‘오빠 우리 그날 뭐할까’라는 질문에 예약, 이벤트, 선물 등의 압박에 시달려야 하는 남성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죽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아무데나 가자더니 입술은 왜 삐죽대냐!’라는 절규는 그야말로 촌철살인의 극치였다.


‘남보원’은 설문조사 결과도 인용했다. 여자가 크리스마스에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커플링, 목걸이 그리고 명품가방인데 반해, 남자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선물은 털목도리 털장갑에 더 나아가 나의 존재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이 선명한 대비에도 역시 ‘빵’ 터질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마스 스트레스에 이어 31일 스트레스까지 미리 시달려야 하는 남성들의 심리를 대변하며 ‘남보원’은 끝을 맺었다. 누구라도 ‘아 맞아 맞아’라고 손뼉을 칠 만한 관찰과 묘사였다.



- 탐구정신이 중요하다 -


이렇게 <개그콘서트>는 사회의 현실과 사람들의 심리를 세밀히 탐구해 정확히 묘사한다. 여성부는 있는데 왜 남성부는 없냐는 ‘남보원’의 문제의식은 여성차별국가인 한국에서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수많은 남성들의 불만을 정확히 대변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러한 <개그콘서트>의 탐구정신이 크리스마스를 맞은 방영분에서 <하땅사>와 극명히 대비되며 부각되었던 것이다. 이런 것을 다른 개그프로그램들은 배워야 한다. 현실에 대한 탐구가 결여된 상태에서 펼쳐지는 공허한 코미디로는 탐구개그의 위력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탐구를 통해 사람들의 심리를 정확히 대변했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대중의 심리에는 편견도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편견, 공포, 증오와 같은 것들을 정확히 대변하는 매체는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지만 공동체를 병들게 한다. 그러므로 탐구와 함께 ‘올바른 것’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내용이 바람직한가 아닌가 하는 가치판단의 문제와는 별개로, <개그콘서트>가 대중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강력한 웃음의 근원이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른 프로그램이 절대로 놓쳐선 안 될 지점이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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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구잡이 2009.12.29 12:2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하땅사를 2번 봤는데...보다가 다른데로 돌리고 다시는 보지 않습니다..
    개인 스스로도 왜 재미없을까 물론 신인들이 연기력이 딸리기는 하지만
    노장들이 들어와서 균형을 맞추어주는데..
    왜 그럴까 싶었는데...
    정확하게 짚어주시는것 같습니다...
    한발더 더 나아가 mbc가 리얼이나 드라마에서 밀리는 것에도
    이유가 있는것 같습니다..
    뭐랄까 ...선생이나 꼰대 콤플렉스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w나 공익개그등...전반적인 분위기가 국민들을 계도해야 된다..
    국수적으로 나가는거 막아야 한다..
    불체자 도와야 한다..
    등등..자기들만의 테두리에 싸여있는 느낌
    그애 반해서 kbs는 모든 가치관을 버리고 오로지 재미만을 위해서 올인하다
    보니 드라마 자체가 막장개판으로 가고 시청률은 의외로 올리고...

    mbc의 꼰대 콤플렉스가 그래도 성공적인게 하이킥인데..
    하이킥은 꼰대라는걸 숨겨서 성공한 케이스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