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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연예대상 김신영, 최고의 수상소감

 

KBS 연예대상의 대상을 강호동이 수상했다. KBS 사상 첫 연예대상 2연패다. 대단한 일이긴 하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강호동의 수상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1박2일>은 현재 한국 최고의 국민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할 만하다. <패밀리가 떴다>는 하락세이고, <무한도전>은 팬층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보편적인 인기를 기준으로 하면 단연 <1박2일>이 국민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강호동이 그 <1박2일>의 중심이므로 대상 수상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강호동 혼자 대상을 수상하는 것도 좋지만, <1박2일>팀 전체가 공동수상하는 것도 보기 좋은 구도가 됐을 거라는 아쉬움이 조금 남기는 한다. <1박2일>은 팀워크가 매우 중요한 포맷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1박2일> 내에서 강호동의 위상이 워낙 압도적이므로 단독 수상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함께 대상 후보에 올랐던 이경규는 비록 <남자의 자격>을 성공시키긴 했지만 프로그램의 파괴력면에서 <1박2일>과는 도저히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유재석의 경우는 <해피투게더>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는 있지만, 이 역시 <1박2일>의 존재감에 견줄 수는 없었다. 예능의 격전지인 주말예능을 ‘완·전·히’ 제패한 <1박2일>을 다른 프로그램이 누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 앞으로 웃을 사람은 유재석 -


이로서 강호동은 유재석과 함께 연예대상 4회 수상이라는 최다수상기록 보유자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곧 깨질 전망이다. 남은 두 개의 연예대상에서 유재석이 강호동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작년엔 유재석이 연예대상 하나를 받고 강호동이 두 개를 받았었지만, 올해엔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 걸그룹의 시대에 본좌인 소녀시대가 있다면, 리얼버라이어티 시대엔 <무한도전>이라는 본좌가 있다. MBC에선 주말 예능의 터줏대감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무참히 무너졌고, 주중의 여타 프로그램 중에서 주말 예능의 성공에 필적할 만한 히트작이 없었으며, 주말의 <세바퀴>는 특정 MC가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므로, 리얼버라이어티의 본좌인 <무한도전>을 이끌고 있으며 동시에 <놀러와>까지 진행하고 있는 유재석에게 대상이 주어지는 것이 맞다.


SBS에선 공식 기록상으로 단일 예능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을 지킨 <패밀리가 떴다>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유재석에게 대상이 가는 것이 맞다. <패밀리가 떴다>는 SBS 주말예능의 숙원을 푼 작품이므로, 유재석은 SBS의 영웅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KBS에서 강호동이 연속수상한 것처럼, SBS에선 유재석이 연속수상하는 것이 순리라고 하겠다.



- 김신영, 울면서 웃기다 -


개인적으로 이번 KBS연예대상에서 최고의 명장면은 김신영의 수상장면이었다. 김신영은 그야말로 엉엉 울면서 수상소감을 말했다. 보통 개그맨들은 예능적응에 힘들어 한다. 다른 사람들이 예능에 적응을 못하면 그러려니 하는데, 개그맨들이 그러면 유독 무능력자 취급을 받게 된다. 개그맨은 웃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들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본으로 짜인 극 속에서 웃기는 것과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웃기는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일이다. 많은 개그맨들이 그런 차이에 적응을 못하고, 또 당연히 웃길 것을 바라는 시선에 부담을 느껴 예능프로그램의 실패자가 된다. 그에 따라 부담을 덜 받는 가수들이 개그맨들보다 더 예능에 잘 적응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많은 개그맨들이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김신영의 울음에선 그런 상황 속에서 겪은 마음고생이 그대로 드러났다. ‘4년 동안 통편집‘당하는 설움을 겪으며 이런 날이 올 줄 상상도 못했다는 그녀의 속이 그동안 얼마나 타들어갔겠는가. 그녀의 수상소감에선 그런 심정들이 그대로 전해져, 그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 절로 눈물이 나왔다.


최고의 명장면이었다라고 하는 것은 단지 울음만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김신영은 울면서 웃겼다. 무대에 올라와 선물 받은 꽃다발을 내동댕이치는 퍼포먼스부터 웃기기 시작했다. 천진난만하게 콧물까지 먹어가며 엉엉 울어대는 모습도 웃겼고, 그렇게 우는 와중에도 손으로 운율을 맞춰가며 따박따박 할 말을 다 하는 모습도 웃겼다. 그리하여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나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녀의 수상소감은 그 자체로 최고의 쇼였다.


비록 가수들이 예능의 집단MC 체제에 쉽게 적응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원톱으로 대성하는 건 결국 대체로 개그맨·코미디언 출신들이다. 이경규, 유재석, 강호동, 남희석, 신동엽 등이 그렇다. 개그감각과 다년간 다져진 코미디 내공이 언젠가는 빛을 발하는 것이다.


처음 적응할 때의 부담감과 열패감, 조급함, 상처 등에 좌절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백조가 될 날이 올 것이다. 유재석이나 강호동도 처음부터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것이 아니었다. ‘4년 통편집’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겪어낸 김신영이 대상을 받을 만큼 성장하는 날을 기다린다. 그날이 되면 또 오늘처럼 엉엉 울면서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나는’ 수상소감을 들려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