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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대인배 강호동 대상보다 빛난 이유

 

제목을 이렇게 단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강호동에게도 이런 제목의 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강호동이 KBS 연예대상을 받았을 때, 다음날 주인공은 정작 상을 받은 강호동이 아닌 유재석이었다.


강호동이 상을 받을 때 옆에서 흔쾌히 박수를 쳐준 유재석이 대인배라는 찬양글이 포털을 장식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역시, 유재석!’이라는 탄성이 나왔다는 낯 뜨거운 기사도 등장했었다. 특히 유재석이 자신이 상을 못 받을 걸 뻔히 알면서도 시상식에 참석한 것이 대단해보였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상식에 불참하는 다른 배우들, 가수들이 유재석을 보고 배워야 한다는 기사도 나왔다.


정말 황당한 일이었다. 그때 박수를 쳐준 건 유재석만이 아니었다. 신동엽, 남희석, 김제동 등 모두가 자리를 지키며 수상자를 축하해줬었다. 유재석이 특별히 대인배라서가 아니라 집단성이 강한 코미디언계의 문화가 그런 것이었다.


반면에 가수나 배우들이 시상식에 불참하는 건 그들이 소인배라서가 아니라, 음악상과 연기상이 주최 측의 이익관계에 따라 어처구니없게 배분되는 경향이 강해서이기 때문이다. 김명민과 송승헌에게 함께 대상이 돌아간다거나, 혹은 올 MAMA처럼 2009년 최고의 걸그룹이었던 소녀시대를 배제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시상식이 모두의 행사가 아닌 ‘그들만의 잔치’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런 정황을 무시하고 다른 분야 연예인들을 소인배로 만들며 유재석만을 부각시키고, 정작 대상 수상자인 강호동이 찬밥 취급받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엔 유재석에게 박수 쳐준 강호동을 조명하는 것이 순리라고 하겠다.


작년의 일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올해도 강호동이 KBS 연예대상을 받은 다음날 ‘유재석이 대상보다 빛난 이유’라는 글이 포털을 장식했다. 작년과 유사한 구도였던 셈이다. 이것은 지나친 편애다. 바로 이런 유난스런 편애가 도저히 안티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았던 유재석에게도 안티가 나타나게 한 것이다.


올 MBC 연예대상에서 강호동이 대상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이번엔 <세바퀴>와 <무한도전>의 각축이라는 것을 누구나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호동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건 그의 표정을 보면 안다. 강호동은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가 상을 기대할 때는 확연히 티가 난다. 이번엔 편안하게 축하해주러 온 기색이 역력했다.


강호동뿐인가? 끝까지 흐뭇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며 축하해준 이경규.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했지만 자리에 함께 한 김제동. 기대했던 상을 놓쳤지만 동료들의 수상에 천진난만하게 기뻐하던 김현철. <세바퀴> 돌풍에 밀려 최우수상을 놓쳤지만 흔쾌히 축하해준 박명수까지, 모두 대인배였다. 2년에 걸쳐 대상 받은 사람을 찬밥취급하고 박수쳐준 유재석에게만 조명을 비췄다면, 당연히 이젠 유재석이 대상을 받을 때 축하해준 사람들에게도 찬사가 돌아가야 한다.



- 역시, 유재석! -


유재석은 응당 받아야 할 상을 받았다. 많은 매체에서 <세바퀴>의 박미선이나 이휘재가 대상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흘렸었다. 만약 정말로 그렇게 됐더라면 MBC 연예대상은 공정성 시비에 얼룩졌을 것이다.


주말드라마나 일일드라마가 무조건 높은 시청률을 올리는 것과 같이 <세바퀴>는 주부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높은 시청률을 올리는 측면이 있다. 이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지만 인기와 창의적 작품성, 사회적 의미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희대의 괴작 <무한도전>에 견줄 수는 없었다.


또 MC의 역할로 봤을 때도 그렇다. <세바퀴>는 특정 MC가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반면에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게다가 유재석은 주중에 <놀러와>를 진행하며 <야심만만2>와 <미녀들의 수다>를 모두 따돌렸다. 그러므로 유재석에게 대상이 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앞으로 남은 SBS 연예대상에서도 그렇다. <패밀리가 떴다>를 거의 원톱 수준으로 이끈 유재석이 막판에 시청률이 조금 떨어졌다는 이유로 혹은 하차설이 나온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탈락한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될 것이다.



유재석의 특징은 스마트함, 트렌디함, 재치, 그리고 선한 인간미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상식에서도 그런 특징들이 잘 나타났다. 멋지게 차려입은 모습과 초반에 박명수의 어색한 상황극을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능력, 인터뷰와 수상소감에서의 재치, 그리고 대상을 받은 후 살짝 떨리는 어조에서 묻어나는 인간미까지 그야말로 ‘역시, 유재석!’이었다.


특히 ‘쟤는 웃고 있는데, 나는 마음이 아파요’라며 김제동을 걱정할 때 유재석의 마음이 잘 묻어나왔다. 그것이 빈 말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한도전>팀이 얼마 전에 김제동의 집을 방문해 ‘재롱잔치’를 하기도 했고, 유재석은 따로 김제동의 토크콘서트에 응원 출연하면서 김제동이 요청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찾아오겠다고 공언한 바도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언제나 반복됐었지만 다시 한번 강조된 강호동의 유재석과 이경규를 향한 진심, 유재석의 김제동을 향한 진심, 또 김지선의 이경실을 향한 진심 등을 느끼게 한 훈훈한 시상식이었다. 누구 한 사람이 대인배라서가 아니라, 연예대상이 타 분야 시상식에 비해 보기 좋은 모습을 잘 연출하는 경향이 있다. 어색한 다른 분야에 비해 예능인들의 시상과 수상 모습이 가장 자연스럽고 세련돼 보이기도 한다. 왜 요즘 예능인들이 과거보다 존중받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