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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징징 현아 섹시, 쩌리에서 대반전

 

요즘 <청춘불패>에선 현아의 약진이 눈에 띈다. <청춘불패> 초기에 현아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었다. 소녀시대, 카라,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멤버들이 내뿜는 존재감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다.


당대 최고 걸그룹 스타들 사이에서 현아가 부각될 여지는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설사 그녀가 유리, 써니, 나르샤, 구하라 등과 똑같이 행동한다 해도 존재감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스타 걸그룹 멤버들에 비해 소극적으로 행동하기까지 했다.


존재감에서 밀리고, 행동조차 소극적이니 ‘쩌리’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초반부터 전개된 구하라의 질주 속에 현아가 있을 자리는 없었다. ‘쩌리 현아‘였다고나 할까? 그랬던 구도가 요즘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현아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이 분명히 감지된다. 징징 현아라는 캐릭터도 선명히 각인 됐다.


이것은 처음에 뭔가 주눅 들고, 소극적이고, 답답해보였던 현아가 요즘 들어 점점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현아는 최근 들어 자기 나이에 맞는 활기를 보여주고 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나, 치고 나오는 것에도 주저함이 없다. 또, 그것이 작위적이지 않고 순수해 보이는 매력까지 있어 현아는 ‘쩌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노출 현아가 그 ‘아이’가 원했던 것일까? -


현아는 원더걸스의 멤버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현아 팬들의 회고에 의하면 당시 상당히 인기 있는 멤버였다고 한다. 이미지도 밝고 발랄한 쪽이었다고 한다. 그랬다가 모두 알고 있듯이 그녀는 원더걸스에서 탈퇴하게 됐다.


그후 다시 연습생 생활을 하며 그녀는 원더걸스가 한국 최고의 스타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어린 나이에 비해 깊은 인생의 굴곡을 경험했던 것이다. 원더걸스가 국민 걸그룹이 되는 것을 볼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녀에게는 ‘원더걸스 전 멤버’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고, 원더걸스의 화려함과 그녀의 처지가 언제나 비교됐을 것이다.


스타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전락한 사람이 겪는 상실감은 대단히 크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것으로 인해 우울증까지 생길 정도다. 게다가 사람에게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남과 비교당하는 것인데, 당대 최고의 스타와 비교까지 당해야 했으니 그녀가 받았을 상처라든가 중압감 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랬던 현아가 포미닛으로 다시 세상에 나왔을 때 얼마나 기대가 컸을까? 하지만 세상은 차가웠다. 이미 소녀시대의 위치는 ‘넘사벽’이었고, 카라와 브라운 아이드 걸스도 추월을 용납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데뷔한 2NE1조차 돌풍을 일으키며 포미닛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포미닛은 한동안 ‘전 원더걸스 멤버가 속한 걸그룹’ 정도로만 알려졌었다.


그후에 현아는 모처럼 유명세를 치르긴 했다. 마치 속옷처럼 보인 속바지 노출 사건 때문이었다. 그래서 현아는 걸그룹 노출의 아이콘으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유명해지는 것이 과연 그 ‘아이’가 원했던 것이었을까? 예능프로그램에도 나왔지만, 예능프로그램은 그녀를 묘기에 가까운 춤을 추는 신기한 사람으로만 소비했을 뿐이었다.



- 섹시 현아, 쩌리 현아에서 징징 현아로 반전 -


서두에 언급했듯이 현아는 <청춘불패>에서 처음엔 위축된, 겁 많고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이젠 거침없이 큰 소리를 친다. 불만도 토로하고, 으스대기도 한다. 현아의 팬들은 이제 비로소 그녀가 원더걸스로 처음 데뷔했을 당시의 밝고 적극적인 모습을 되찾았다고 한다.


그때의 모습을 알 길이 없는 나로선, 요사이 <청춘불패>의 징징 현아가 새롭기만 하다. 그리고 그 징징 현아는, 원더걸스 전 멤버라는 웬지 상처를 느끼게 하는 타이틀과 부담스러운 노출 현아에 비해 훨씬 보기 좋은 모습이기도 하다.


현아가 제 나이 또래의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특별히 더 반가운 것은, 그녀가 어린 나이에 겪었던 상처 혹은 포미닛 데뷔 후의 중압감, 부담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리액션들은 순수해보인다. 예능적으로 과장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박휘순이 등장했을 때도 정말 경악하는 것처럼 보였고, 신년특집에서 뻥튀기가 터질 때는 예능적으로 놀라야 할 타이밍에 혼자 놀라지 않아서 오히려 순수한 느낌을 줬다. 그렇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중압감이나 그림자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자유로워보인다는 얘기다.


짐을 내려놓은 듯한 모습? 혹은 터널에서 빠져나온 듯한 시원한 느낌이랄까? ‘원더걸스 전 멤버 현아’도, ‘노출 섹시 현아’도 아닌, 순수하고 밝은 그리고 활기찬 소녀의 모습. 그래서 징징 대는 징징 현아가 밉지 않고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