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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소녀시대 Oh! 실망스럽다

 

이번 주 <청춘불패>에선 구하라가 현아에게 세월 가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왔었다. 구하라는 19살 때가 가장 꽃 피는 시기라며, 자기는 이제 20살이 돼서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했다. 20살쯤 되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하기도 했다.


겨우 20살 짜리가 어른들이나 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웃기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납득이 가는 장면이기도 한 것이, 구하라가 걸그룹계에서 왕고참급이기 때문이다.


걸그룹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매주 쇼프로그램을 보는 열혈 시청자조차도 누가 누군지 다 모를 지경이다. 일일이 다 인지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건 확실히 나이가 어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 가장 핫한 걸그룹 멤버로 떠오르고 있는 에프엑스의 설리가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설리는 ‘중딩’이다.(!) 그런데도 대중이 설리를 보는 시선은 ‘중딩 아이’를 보는 시선이 아니다. 설리는 그저 예쁜 걸그룹 멤버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포털에 설리를 치니 바로 아래칸에 이어지는 연관검색어들에 노출, 가슴 등의 단어가 보인다. 이건 대중이 설리에게 특별히 성적으로 접근한다기보다는, 일반적인 걸그룹 연예인을 보듯이 그 ‘녀 or 아이'를 보고 있는 징후라고 하겠다.


이렇게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성인으로 느껴질 정도로 걸그룹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20대에 벌써 왕고참급으로 느껴지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또 올해 들어 신인 걸그룹이 폭발적으로 양산되는 바람에, 그 이전부터 활동하던 걸그룹 멤버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왕고참급으로 느껴지게 된 측면도 있다.


- Oh! 가 f(x)에게 갔다면 -


소녀시대가 ‘Oh!’라는 노래를 들고 나왔다. 이 노래의 컨셉은 귀여움이다. 소녀시대라는 팀 이름에 어울리게 귀엽고,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오빠, 오빠’를 찾고 있다.


이게 어색한 것은 소녀시대는 이미 ‘소녀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했듯이 갓 데뷔한 ‘중고딩’들이 ‘걸그룹 소녀시대’의 전위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소녀시대는 작금의 걸그룹 소녀시대를 연 장본인으로서 걸그룹계의 대종사와 같은 위치에 있다. 왕고참 중의 왕고참이므로 ‘Oh! Oh! Ah! Ah!’ 감탄사를 앵앵거리며 ‘오빠 오빠’하는 모습이 어색할 수밖에 없다.


특히, 소녀시대가 그동안 노래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더욱 이번의 ‘Oh!’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를 연호하던 귀여운 소녀들이 작년 초에는 대학생의 청바지 복장으로 ‘GEE'를 불렀고, 그 다음엔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소원을 말해봐‘를 불렀다. 그러다 갑자기 ‘Oh! Oh! Ah! Ah! 오빠 오빠’하고 있으니 뭔가 어색한 퇴행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차라리 ‘Oh!’가 에프엑스에게 갔다면 어땠을까? 에프엑스는 데뷔시기로 봐도 그렇고, 나이대로 봐도 소녀시대보다 더욱 ‘소녀시대’스러운 걸그룹이다. 에프엑스가 ‘Oh! Oh! Ah! Ah! 오빠 오빠’했다면 훨씬 자연스럽고 귀여웠을 것이다.


- Oh! 가 실망스러운 이유 -


위에 말했듯이 소녀시대는 현재 펼쳐지고 있는 ‘걸그룹 소녀시대’에서 대종사급의 위치에 있다. 그렇다면 그 위치에 걸맞게 수준 높은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 맞다. 후배들이 가장 안전한 상업적 히트 코드를 노골적으로 내세울 때, 대종사들은 작품성 혹은 완성도 측면에서 치고 나가줘야 하는 것이다.


티아라는 ‘보핍보핍’으로 모처럼 1위를 하는 감격을 누렸으나 이렇다 할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보핍보핍’이 워낙 노골적으로 상업적인 코드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후배급이 이렇게 해도 평가가 박한 법인데, 왕고참급조차 그러면 좋게 봐주기가 힘들다. 이번 소녀시대의 ‘Oh!’가 그렇게 느껴진다. 가사만 봐도 이 노래가 얼마나 단순하고 노골적인지 알 수 있다.


Oh! Oh! Oh! 오빠를 사랑해 Ah! Ah! Ah! Ah! 많이 많이 해

Oh! Oh! Oh! Oh! Oh! Oh! Oh! 오빠를 사랑해

Ah! Ah! Ah! Ah! Ah! Ah! Ah! Ah! 많이 많이 해


후크 중독성을 이용해 성인 남성 키덜트들의 주머니를 털겠다는 속셈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느껴진다. 대종사의 체모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효리는 왜 존중 받을까? 그녀의 노래가 좋다는 정도의 차원이 아니다. 그녀는 유행을 뒤쫓지 않는다. 이래서 노래실력과 상관없이 그녀의 지위는 독보적으로 유지된다. 반면에 너무나 익숙한 상업적 코드를 가지고 컴백했던 아이비는 혹평 받았다.


소녀시대쯤 되면 걸그룹계의 이효리급이라고 봐야 한다. 존재감, 관록 모두 그렇다. 그러므로 그에 어울리는 트렌드 리더의 모습을 기대하게 된다. 범람하는 숱한 걸그룹들과는 다른 차원의 완성도, 다른 차원의 작품성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비록 ‘Oh!’가 신나고 즐겁기는 하나, 독창적 개성이 미약하므로 소녀시대를 평범한 여느 걸그룹들 속으로 떨어뜨린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