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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추노, 오지호가 수렁에 빠지고 있다

 

이번 주에 오지호가 위험에 빠졌다. 답답하고 짜증나는 민폐 캐릭터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는 뜻이다. <추노> 10회에서 모든 인물들이 처절한 열연을 보여줬는데 오지호 커플만 쳐져서 오지호 캐릭터의 문제가 강하게 부각됐다.


아주 잠깐 나온 성동일조차 기억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줬는데 반해, 주연으로서 충분한 분량을 할애 받은 오지호는 답답함만을 안겨줘 특히 더욱 대조적이었다. 이건 오지호 본인의 답답한 연기와 극 자체의 설정이 합작한 결과였다.


신의 축복인 외모와 악마의 저주인 연기력을 함께 가진 배우 오지호는 <추노>에서도 그 두 가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감옥에서 약간의 상처 분장만 해줘도 오지호의 얼굴은 대작에 어울리는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얼굴 클로즈업 샷 자체에 박진감이 넘친다. 덕분에 연기가 나아졌다는 호평까지 들었다. 그래서 입을 여는 순간 ‘확 깨는’ 분위기가 더욱 안타깝다. 차라리 대사가 적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추노> 10회는 그런 오지호를 확실히 수렁에 빠뜨렸다. 다른 인물들이 모두 치열하고 절절하게 몸을 던지는 판인데, 오지호만 여유작작하게 이다해와 뮤직비디오를 찍도록 만든 것이다. 혹은 깊은 산속 화보촬영이거나. 정서도 다른 인물들은 모두 격동하는데 오지호만 잔잔했다. 이건 오지호를 본격적으로 짜증나고 답답한 캐릭터로 만든 만행이었다.


10회에서 다른 인물들이 보여준 에너지는 대단한 것이었다. 성동일과 조진웅, 그리고 조재완, 심지어 궁녀까지 조연들이 모두 폭발했다. 오지호를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는 이종혁도 강렬했다.


결정적으로, 같은 주연인 장혁이 주연 배역에 값하는 분노, 회한, 사랑, 증오, 슬픔의 정서 대폭발 5종 세트를 시연했다. 장혁의 오열엔 ‘아~ 이래서 장혁이 주연이구나~’(허경환 말투로)라고 찬탄할 수밖에 없었다. 



- 오지호 이다해, 화보 찍나? -


하지만 오지호는 전혀 주연답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나올 땐 박진감 넘치고 절절하던 극이, 오지호만 나오면 쳐졌다. 조연보다도 못했다. 그래서 이번 주에 특히 오지호와 다른 인물들이 대비됐다는 말이다.


그 급박한 순간에 짐만 되는 여자 손 붙잡고 다니며 애정행각을 벌인 설정은 답답하기만 했다. 마지막에 오지호의 병사인 조진웅은 오지호가 또 한 생명을 구하러 갔다며‘저 사내야 말로 나라를 세울 만한 사내 아닙니까’라고 감탄했다.


하지만 그 시각에 오지호는 이다해와 화보를 찍고 있었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가슴에 칼을 맞고 피 흘리는 부하가 기다리는데! 심지어 오지호가 바꾼다는 세상의 핵심인 원손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인데! 오지호는 원손을 지키기 위해 목숨보다 중한 명예를 버린 사람이고, 노비낙인의 굴욕까지 감수했으며, 한양에서부터 천신만고 끝에 제주도까지 온 사람이다. 그런데 막상 제주도에 와선 화보를 찍는다? 어이가 없고 짜증이 날 뿐이다. 캐릭터가 삼천포로 빠졌다.


불행히도 이다해는 이번 주에 민폐의 절정을 보여줬다. 이다해와 손 붙잡고 다녀야 하는 오지호의 처지 때문에, 어쩌면 안 죽어도 됐을 궁녀가 죽었고, 칼을 맞지 않아도 됐을 병사가 칼을 맞았다. 궁극의 민폐다. 선녀느낌도 여전했다. 제작진이 다른 인물들과 이 둘을 극명히 대비시키며, 이다해와 오지호를 쌍으로 수렁에 밀어 넣고 있다.



- 화보 찍다 캐릭터 죽는다, 화보촬영은 이제 그만 -


이다해에 이어 오지호마저 수렁에 빠지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위험하다. 슬슬 걸어 다니는 오지호에게 더욱 속도감을 부여해야 한다. 장혁은 쏜살같이 튀어나가 이를 악물고 뛰는데, 오지호의 캐릭터는 너무 처진다. 연기가 불안하면 극의 구성으로라도 받쳐야 하는데 <추노>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이종혁이 궁녀를 죽일 때를 상기해보자. 그 장면에서 이종혁은 대뜸 창부터 던졌다. 거두절미 불문곡직이다. 반면에 오지호는 병사가 이종혁의 칼에 죽기 직전인 상황에 도착해서는, ‘멈춰라!’라고 말문을 열더니 말싸움부터 시작했다. 뭐라도 던지고 대뜸 달려들어 정신없이 몇 합을 맞댔다면 훨씬 박진감이 생겼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오지호 캐릭터에 힘을 부여해나가야 한다.


오지호를 살려야 <추노>의 후반 늘어짐이 방지될 수 있다. 조연들에게 민폐만 끼치는 주연이 되면 배우로서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작품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오지호에겐 속도감과 박진감, 그리고 대의에서 비롯되는 절절함이 필요하다. 아무튼 이다해와의 화보촬영은 이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