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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공부의신 최악의 피해자 유승호의 변신

 

유승호야말로 <공부의 신> 최대의 피해자라 할 만하다. <공부의 신>에서 최악의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이다. 사실 <공부의 신>이 초반에 일으켰던 파란으로 보면 지금쯤 유승호 신드롬이 일어났어야 정상이다. 극 초반엔 유승호에 대한 기사도 많이 화제가 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용하다.


유승호 캐릭터가 워낙 밉상이기 때문이다. 수목에 <추노> 최악의 밉상 캐릭터를 맡은 이다해가 있다면, 월화엔 <공부의 신> 최악의 밉상 캐릭터 유승호가 있는 것이다. 다만 이다해는 워낙 다른 인물들과 선명히 대비가 되고 선정성도 있어서 크게 화제가 됐는데 반해, 유승호는 상대적으로 도드라지지 않는 밉상이라 화제가 덜 되었을 뿐이다.


밉상이라도 어쨌든 이다해는 이슈의 중심이라도 됐지만, 유승호는 월화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드라마의 주연이면서도 아예 잊혀진 인물이 돼버렸으니 둘 중의 누가 더 불운인지 모르겠다.


<공부의 신>은 한국인이 열광적으로 몰두하는 입시를 소재로 하면서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학교와 교사에 대한 울분을 대변하므로 히트를 안 하는 것이 이상한 드라마다. 한국 드라마는 주부 시청자들만 꽉 잡으면 40% 이상도 우습게 가능하다. 한국 주부들은 자식 입시에 올인한다. 여기에 아이들도 함께 볼 수 있다. 주부와 청소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드라마로서, 부모와 자식 시청률 쌍끌이로 국민드라마 등극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기획이다.


하지만 첫째, 공부하는 내용이 너무 허황됐고(수학만 볼 만했다), 둘째, 주요 캐릭터들이 너무 매력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유승호 캐릭터에 있었다. 만약 유승호의 캐릭터가 밉상형이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인기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공부하는 내용이 리얼하고 치밀했다면 그 이상도 가능했을 것이다. 대진운도 좋다. 마침 경쟁작이 하나는 무거운 구한말 사극이고, 하나는 시청자 층이 제한된 트렌디 드라마인 것이다. 하지만 <공부의 신>은 이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 유승호 캐릭터 무엇이 문제였나 -


유승호 캐릭터는 한 마디로 ‘욱사마’다. 이다해 캐릭터가 ‘민폐녀’라면 유승호는 ‘욱사마’인 것이다. 둘 다 시청자들이 절대로 선호하지 않는 캐릭터다. 민폐 캐릭터가 주위에 짐만 되는 인물이라면, 욱사마는 책임도 안 지고 대책도 없으면서 불끈불끈 화만 내는 인물을 말한다.


<선덕여왕> 초반, 이승효가 스타로 떠올랐던 전쟁에서 덕만이 욱사마의 면모를 보여 질타를 받았었다. 당시 이승효는 용기와 책임감, 박력을 보여줬다. 반면에 덕만은 자기 전우들이 죽어간다고 화만 냈다. 아무 대책도 없으면서. 그래서 대중은 덕만을 비난했고, 조연인 이승효에게 열광했었다. <선덕여왕>은 이렇게 주연이 약해도 조연들의 화려한 부상으로 인기를 이어갔다. <공부의 신>은 이런 구도도 못 된다.


<공부의 신>에서 유승호가 맡은 역할이 바로 아무 대책도 없이 화만 내는 캐릭터다. 이승효처럼 책임감과 박력을 보여주는 인물은 김수로다. 그래서 김수로가 <공부의 신> 최대의 수혜자라고 예전에 지적했던 것이다. 유승호는 정확히 김수로의 반대편에 놓여있다. ‘땡깡 욱사마’인 것이다.


다 자기 좋으라고 공부하라는 건데 유승호는 끝없이 ‘땡깡땡깡땡깡 징징징징’ 댄다. 김수로가 유승호의 그 땡깡을 다 받아주고, 사무실까지 팔아가며 희생한다. 그래도 유승호는 ‘칭얼칭얼칭얼’댈 뿐이다.


김수로는 언제나 오해로 인한 비난을 받는다. 그에 대한 대답은 한결같다. ‘마음대로 생각하라.’ 그는 변명하지 않는다. 오명을 감당하며 자기 할 바를 다 하는 남자. 책임감의 화신이다. 아이들의 카네이션도 ‘난 선생이 아니다’라며 거부하고 쓸쓸히 걸어가는 뒷모습. 이건 인간세상을 구해놓고도 인간들의 냉대를 받으며 쓸쓸히 걸어가는 ‘고지라’의 뒷모습과 같은 것인데, 이런 캐릭터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그런 캐릭터의 반대편은 대단히 찌질한데, 바로 유승호가 그렇게 찌질한 배역을 맡은 것이다. 대책도 없고 카리스마도 없었다. <공부의 신> 11회 초반에도 유승호의 그런 ‘찌질 땡깡 욱사마’의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났다.


특별반이 해체되자 ‘다시 개꼴통 찌질이로 돌아가줄께’라며 주먹을 휘둘러대기 시작한 것이다. 보살핌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찌질이의 행태였다. 정작 돌봐주면 자존심 상한다고 칭얼칭얼, 특별반 해체되니까 버림받았다고 칭얼칭얼. 찌질한 응석받이 그 자체다. 자신의 폭력 때문에 할머니가 허리를 구부리고 사정을 하자 기껏 한다는 소리가 ‘할머니 왜 자꾸 인사해? 죄졌어?’ 할머니에게 또 땡깡을 부린다. 궁극의 찌질이다. 이런 캐릭터였기 때문에 지지를 얻을 수 없었던 것이다.



- 유승호의 변신 -


11회 막판에 유승호는 처음으로 주체적 인물로 변했다. 전학 간다는 친구를 가지 말라고 붙잡고, 특별반 전체를 소집해 공부모임을 이끌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찌질이가 아닌 책임감과 의지를 가진 주연다운 면모다.


드라마가 시작되고 10회를 훌쩍 넘어서 처음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극 중에서 김수로는 유승호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너한텐 참으로 큰 병이 있구나. 절대 자신을 믿지 못하는 못난이 병.


이것이 지금까지의 유승호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대사였다. 이번에 나타난 변화는 유승호가 비로소 ‘못난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한다. 이대로 유승호 캐릭터가 주연답게 진화하면서, 동시에 리얼하고 치밀한 공부이야기가 전개된다면 <공부의 신>은 후반부 2차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찌질 땡깡 욱사마’로 전락하면서 허황된 공부 이야기가 나온다면 더 이상의 도약은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