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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미수다의 자밀라 구잘 대립 안습이다

 

미수다의 자밀라 구잘 대립 안습이다


제작진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자밀라의 출연이 어디 외압으로 결정된 것이었나?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제작진 자체의 판단으로 출연할 것일 게다. 자기들이 좋아서 출연시켜 놓고 이제 와선 그 사람을 바보 만들고 있다.


언제인가 자밀라 때문에 인터넷 세상에 난리가 났었다. 덕분에 그전까지 <미녀들의 수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나까지 그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프로그램 제목은 ‘수다’라고 지어놓고 우리말로 수다를 떨 능력도 의사도 없어보이는 여자를 데려다가 교태밀라, 애교밀라라며 좋아하는 특이취향의 제작진이 신기했다.


그래도 자밀라는 꾸준히 나왔다. 다른 나라 출신 출연자들이 열띤 발언을 하는 사이에 자밀라가 ‘으흥~ 으흥~’하며 맥을 끊는 기이한 포맷의 방송이 이어졌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것이 외압에 의한 것 같지는 않다. 전적으로 제작진들이 알아서 한 것일 게다.


한동안 자밀라가 안 보이더니 지난 회에 다시 등장했다. 그런데 자밀라 혼자 나온 것이 아니라 같은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다른 여성 출연자와 함께 나왔다. 이번에도 물론 제작진들이 좋아서 한 일일 게다.


그 여성 출연자의 이름은 구잘이다. 구잘이 처음 소개되는 장면부터 범상치 않았다. 서울대, 연세대 어학당을 거쳐 고려대 언어학과에 재학중인 학부생이라며 느낌표 표시까지 단 자막으로 학벌을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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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안에 갑자기 한국 최고 일류대들의 학벌종합세트가 납신 것이다. 남성출연자는 ‘오~’하면서 경탄했다. 라이언의 경탄하는 표정 아랜 ‘구잘의 미모+지성’이라는 자막이 깔렸다. 미모는 그렇다 치고 뭐가 지성인가? 어학당 나온 대학생이면 지성인가?


어학당도 다 같은 어학당이 아니다. 서울대, 연세대 간판의 어학당이면 지성의 조건이 된다? 거기에 고려대에 입학까지 했으니 ‘어찌 우러러보지 않을소냐‘인가?


소개를 하는데 어느 나라 출신이고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고 하는 등의 정보만 알려주면 되지 학벌간판사는 왜 알려주는 것이며, 자막으로 그것을 특별히 ‘지성‘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외국인들한테까지 한국 학벌문화를 세뇌시킬 셈인가? 이젠 외국인도 다 서울 일류대 어학당, 서울 일류대 학과로 메뚜기 편입학 경쟁을 해야 하나? 다른 곳에서 한국말을 배우면 천박한 한국말이고, 일류대 어학당에서 한국말을 배우면 지성적 한국말을 구사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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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작진이 이런 식으로 새로운 출연자 구잘을 포지셔닝했는지는 곧 밝혀졌다. 구잘이 우즈베키스탄엔 자밀라같은 여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나왔다고 출연이유를 밝힌 것이다. 대놓고 자밀라를 겨냥했다.


소개, 출연이유 등의 발언은 사전에 제작진도 그 내용을 미리 들었을 것이다. 특히나 첫 출연자인데 아무 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카메라 앞에 세웠을 리 없다. 주요 발언은 사전에 협의내지는 고지되었을 것이다.


왜 구잘은 굳이 자기소개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어학당 간판자랑을 했어야 했을까? 그래야 구잘에게 지성미라는 허울이 생기면서 백치미의 자밀라와 선명히 대립된다는 제작진의 기획이 아닐까?


여자 데려다 놓고 교태밀라, 애교밀라 시키면서 시청률 재미 보다가, 이젠 서울대-연세대-고대 간판 가진 다른 여자를 옆에 대비시켜 재미를 더 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애초에 한국말로 수다를 떨 수 없어 보이는 여자를 섭외해서 출연시켰다가 이제와선 말을 잘 할 것 같은 여자를 나란히 붙여 처음의 여자를 교묘히 웃음꺼리로 만드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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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 자밀라같은 여자만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려면, 자밀라는 이미 충분히 봤으니까 구잘만 섭외했어도 됐다. 왜 같은 나라 출신 둘을 카메라 앞에 함께 세워 시청자의 비교를 유도하나? 그것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간판과 함께. 자막으로 ‘지성’이라는 편파행위까지 하며.


제작진이 펼친 구도 속에서 ‘수다’가 아닌 ‘애교’로 ‘지성’에 저항하는 자밀라가 안쓰러워 보였다. 그리고 이런 구도를 기획한 제작진의 양식이 ‘안습’이라고 느꼈다. 게다가 ‘백치 vs 지성‘이라는 우스꽝스런 구도가 만들어지기 위해 어학당 학벌간판까지 동원되는 ’비지성‘적 풍경이라니.


최근 <미녀들의 수다>는 출연자인 허이령이 비난받을 것이 틀림없을 상황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네티즌의 허이령에 대한 벌떼공격을 자초한 것이다. 자밀라를 희화화하는 것도 그렇고, 외국인 출연자에 대한 인격적 보호보다 프로그램 화제성, 시청률 극대화에만 급급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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