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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황제 이승기와 나문희를 만든 비밀

이승기는 현재 ‘황제’ 칭호를 들을 정도로 최정상의 위치에 올라 있다. 가수, 연기자, 예능인으로서 각 분야에서 모두 정점에 있는 것이 황제라는 말까지 듣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노래실력이야 타고 났다고 해도, 예능인으로서의 감각까지 타고났다고 하기는 힘들다. 과거의 이승기는 결코 웃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강심장>의 MC를 맡는다고 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명했던 것이다. 심지어 강호동에게 일회적으로 이용당하고 이미지만 소진된 다음에 팽 당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있었을 정도다.


하지만 이승기는 그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고 현재 순항하고 있다. 과거 처음 예능에 등장했을 때와는 달리 요즘의 이승기는 웃긴다. 그래서 ‘황제’라는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그 비밀의 일단이 지난 <해피투게더>에서 드러나 흥미로웠다.



- 황제 이승기를 만든 비밀 -


지난 주 <해피투게더>에서 출연자들은 이승기가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MC면 MC, 모두 잘 한다며 감탄했다. 칭찬에 박한 박명수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잘 하는 거니?’라고 물어봤다. 박명수는 설사 동생이라도 배울 건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승기는 이렇게 대답했다. ‘과거엔 TV를 볼 때 게스트를 관찰하며 게스트의 입장이 돼서 생각을 했고, 요즘엔 MC를 관찰한다.’ 그러면서 유재석 등 유명MC의 발언을 따라한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모든 추임새들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까지 해봤다고 한다. 곧이어 유재석이 <해피투게더> MC를 볼 때의 멘트와 말투를 그대로 흉내 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황제 이승기’를 만든 비밀은 바로 ‘관찰’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예능에도 해당되고 연기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웃기기 위해서도, 연기를 하기 위해서도 관찰은 대단히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관찰은 연출을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덕목이다. 난 <지붕 뚫고 하이킥>의 김병욱 PD를 이 시대 최고의 관찰자라고 규정했었는데, 그는 실제로 사람을 관찰하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이승기도 남들이 어떻게 하는 지를 끊임없이 관찰했던 것이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이 깊이 귀담아 들을 만한 말이다. 관찰을 통해 과거엔 성실한 청년의 이미지만 있던 이승기라는 사람이 ‘웃기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남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관찰을 하려면 언제나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만 하면 관찰할 수 없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주시해야 대상의 특징을 알아차리고 흡수할 수 있다. 이런 관찰의 힘은 개그 프로그램에도 나타난다. <개그 콘서트>는 비루한 이인자의 처신을 관찰해서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터뜨리고, 20대 남성의 심정을 관찰해서 ‘남보원’을 터뜨렸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세상을 관찰하지 않았다면 이런 아이디어들을 길어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관찰이 예능, 연기, 연출, 개그 등 거의 전 분야에서 통하는 마법의 열쇠라는 소리다. 바로 그것이 황제 이승기를 만든 비밀이었다. ‘관찰의 힘’, 그 위력이 다시 증명되었다.



- 대가 나문희를 만든 비밀 -


<무릎팍도사> 나문희 편에서도 관찰의 중요성이 나왔었다. 저 유명한 <바람은 불어도>의 ‘돌리고 돌리고’ 캐릭터가 관찰로 인해 가능했던 것이었단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준하 엄마 캐릭터는 이모를 관찰해서 탄생한 것이었다고 한다.


강호동이 ‘연기를 위해 주변을 늘 관찰하는지’를 묻자, 나문희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연기의 영양분’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인간시대> 등 인간의 삶을 다룬 프로그램들을 유심히 보고, 다큐멘터리도 열심히 본다고 했다. 김병욱 PD도 다큐멘터리 매니아라고 했다. 모두 관찰의 대가들인 것이다.


나문희는 시장, 버스, 목욕탕 등 공공장소를 돌아다니며 소통하고 관찰하는 것이 연기수업이라고 했다. 프로그램은 노희경 작가가 자신의 삶의 지표로 여긴다는 나문희의 말을 소개했다.


‘너무 잘난 사람들하고만 어울려 놀지마, 희경씨.

버스나 전철 타면서 많은 사람들을 봐. 재래시장에 많이 가. 그곳에서 야채 파는 아줌마들, 할머니들, 그 손을 그 주름을 봐. 그게 예쁜 거야.

골프 치지 마. 대중목욕탕에 가.‘


사람에 대한 애정과 세심한 관찰이 오늘의 연기 대가 나문희를 만든 비밀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연기 부문에서도 관찰은 특별한 힘을 발휘한다. 개인기가 없는 예능인인 유재석이 롱런하는 데도 관찰의 힘이 위력을 발휘했다. 그가 박명수나 정준하 등의 특징을 캐치해 흉내 내는 것에서, 얼마나 평소에 열심히 관찰하고 있나가 드러난다.


나문희의 말은 어설픈 연기로 비난 받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겐 죽비와도 같다. 아이돌은 어렸을 때부터 화려한 연예계만을 동경하며 크다가, 기획사의 관리 안에서 스포트라이트만을 받으니 어떻게 평범한 인간을 연기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연기만 했다 하면 비난을 받는 것이다. 연기를 하려면 평범한 이웃에 대한 애정과 진지한 관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작가 지망생, 연출자 지망생 등에게도 해당 되는 말이다. 예능인이라면 MC를, 연기자라면 사람을, 작가라면 사람과 사회를 관찰해야 한다. 그 관찰이 최고의 자양분이 되어 그 사람에게 힘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