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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수상한삼형제 태실장이 막장복수하는 이유

 

뺨 맞은 태실장의 복수가 시작됐다. 복수도 보통 복수가 아니라 <수상한 삼형제>답게 막장 복수다.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극단적인 복수인 것이다.


현찰의 사업체들을 사채업자 박사기에게 홀라당 넘겨버렸다. 대체로 막장드라마들은 일을 간단하게 처리한다. <아내의 유혹>에서도 건실한 회사 하나를 순식간에 망하게 하고, <천사의 유혹>에서도 회사를 만들었다 엎었다 하는 것이 아이들 장난 같았다. 이번에 태실장이 현찰의 사업체들을 넘기는 과정도 그렇게 간단했다.


찜질방은 현찰에게 자산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사채업자에게 빚독촉을 받았을 때 찜질방보다 훨씬 비싼 사업체를 넘겨주면서도 끝까지 지킨 것이 찜질방이었다. 현찰에게 찜질방은 인생의 의미, 삶의 터전과도 같았다. 그것을 빼앗기는 건 존재의 뿌리가 흔들리는 일이다.


태실장이 유부남 유혹하다 거절당하자 태연하게 그 남자의 삶을 짓밟아버린 것이다. 정말 막 나가는 삼각관계, 막 나가는 복수극이다. 또다시 시청자들은 욕하면서 보고 있다. <수상한 삼형제>더러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는 질문을 담은 기사도 나왔다. 도대체 태실장은 왜 이러는 것일까?


물론 일차적으로는 막장드라마답게, 뭐든지 극단적으로 표현해야 하니까, 뺨 맞은 것에 대한 복수도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중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태실장이 악귀가 돼야 자극성이 더 강해지고, 불쌍한 도우미를 향한 시청자의 몰입도 강해진다.


그리고 거기에 또 다른 이유가 추가된다. 그 이유는 막장드라마의 ‘아줌마 판타지’적 속성과 관련이 있다.



- ‘한눈팔았다간 개박살 날 줄 알아라‘ -


경찰서를 나온 현찰은 절망한 끝에 주저앉아버렸다. 찜질방을 찾았을 땐 땅바닥에 패대기쳐졌다. 꼴이 비참하게 됐다.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악몽을 꾸다 헛소리를 한다. 밥도 못 먹는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한강가로 달려간 현찰은 이렇게 절규한다.


“나 인생 잘못 살았어 ... 연희가 나한테 감정 보였을 때 확실하게 선을 그었어야 했어. 안 된다! 난 임자 있는 몸이다! 확실하게 외면을 했어야 했다구 ... 난 죄값 받는 거야. 나 같은 건 죽어도 싸!”


이 절규에서 태실장이 막장복수를 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아줌마들의 1차원적인 욕망을 ‘화끈하게’ 풀어주는 ‘아줌마 판타지’로서 <수상한 삼형제>가 아줌마들을 대신해 남편들에게 경고한 것이다.


‘남편들이여 한눈팔다가는 개박살 날 줄 알아라! 마누라 귀한 줄 알아라!’


이런 경고의 목소리다. 한눈판 것의 대가가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를 처절하게 알려주기 위해 태실장의 복수는 막장이 되어야 했다.


<수상한 삼형제>에서 도우미는 항상 수더분한 옷차림을 하고 다닌다. 사회적인 능력도 지식도 없다. 아는 거라곤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 게 다다. 그에 반해 태실장은 화려하게 꾸미고 다닌다. 능력도 대단하다. 즉, 가정주부 대 커리어 우먼의 구도다. 현찰의 추락을 통해 <수상한 삼형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바깥에서 만나는 화려하고 능력 갖춘 불여시한테 눈 돌리지 말아라. 조강지처 눈에서 눈물 나게 하면 니 눈에서 피눈물 날 줄 알아라!’


현찰이 처참하게 당하면 당할수록 이 메시지가 강해진다.



- 도우미 한풀이 -


태실장의 막장복수로 마침내 도우미도 한을 풀었다. 도우미의 한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남편이 자기 무시하고 능력 좋고 화려한 불여시한테 한눈팔고 있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남편이 자기와 야속한 시어머니 사이에서 우물쭈물하며 자기 맘을 몰라주는 것.


도우미는 마침내 시어머니에게 ‘이 사람은 당신 아들이기 이전에 내 남자다’라고 선언하고 집을 나왔다. 그런데 뜬금없이 이렇게 행동하면 도우미가 악역이 된다. 그러면 안 된다. 아줌마 판타지 속에서 주부는 착한 캐릭터여야 하기 때문이다. 나쁜 건 불여시와 남편과 시어머니이지 자신은 아니다. 자신은 피해자일 뿐이다.


이런 판타지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선 도우미가 착한 캐릭터를 유지하면서도 시어머니와 선을 그어야 하는데 태실장의 막장복수가 그것을 가능케 했다. 현찰과 도우미가 비참한 처지가 되는 바람에, 시댁을 뛰쳐나올 때도 도우미는 여전히 피해자인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도우미가 현찰에게 ‘어머니냐 나냐 선택하라’고 했을 때 현찰은 도우미를 선택했다. 불여시도 버리고 어머니와도 선을 긋고 부인을 선택한 것이다. 뜨거운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도우미의 한이 풀리는 순간이다. 아줌마 판타지의 절정이랄까.


이번 주말 <수상한 삼형제>는 당당하게 길을 나서는 도우미를 전면에 내세우며 끝을 맺었다. 아이들과 남편은 올망졸망 그 뒤를 따랐다. ‘이젠 내가 중심이다!’라며 아줌마들의 속을 확 풀어준 것이다. 태실장의 막장복수는 이것을 위한 장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