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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조전혁콘서트, 얍삽함의 극치

 

조전혁 의원을 후원하기 위한 콘서트에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하기로 했다가 모두 불참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조 의원은 전교조와 극한대치하고 있는 의원으로서 현재 논란의 핵심에 있는 인물이다. 만약 그 공연에 연예인들이 출연했다면 그 연예인들마저 정치적 논쟁의 한 복판에 서게 됐을 것이다.


그런 행사가 예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네티즌은 해당 연예인들에게 반발했고, 그 과정에서 연예인들이 행사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황당한 것은 그 연예인들이 행사의 성격을 사전에 전혀 몰랐었다고 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저 교육 관련 공익행사인줄만 알고 출연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행사의 공식 명칭이 ‘대한민국 교육살리기, 희망나눔콘서트’였다. 이 이름만 듣고 누가 정치적 논란을 예상하겠나.


‘조전혁 콘서트’ 측이 너무나 무책임했다. 그렇게 예민한 행사라면 사전에 그 성격을 분명히 설명하고 연예인을 섭외했어야 했다. 무작정 섭외한 다음에 연예인들 이름을 공표부터 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한국은 현재 정치적 대립이 극심한 상태다. 그 대립의 회오리 안으로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는 오로지 그 자신의 결단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강요할 수 없다.


그렇게 민감한 행사에 연예인을 끌어들여 그 이름을 공표한 것은, 해당 연예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를 정치적 소용돌이에 밀어 넣는 것과 같은 일이다. 이것이 말이나 되는 일인가?


한국에서 정치적으로 낙인찍히면 대중연예인 생활을 하기가 극히 힘들어진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연예인들은 자신의 행보가 정치적으로 연관되는 것을 극히 꺼려한다. 대놓고 바른말하는 김제동조차 자신의 거취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단히 부담스러워 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유명 연예인들을 그런 식으로 끌어들인 것은 타인에 대한 폭력이나 마찬가지다. 행사가 끝난 후에 그들이 네티즌의 공적이 됐을 때, ‘조전혁 콘서트’ 측은 그들의 삶을 어떻게 책임질 생각이었는가?


애초에 그들을 책임질 생각이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연예인들이 행사의 내용을 몰랐었다고 하고 심지어 간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이름이 발표됐다는 사람까지 있는 것으로 미루어, 그저 행사를 띄울 생각으로만 연예인들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책임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면 이렇게 중대하고 민감한 일을 미리 설명하지 않았을 리 없고, 무작정 이름부터 발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연예인들이야 어떻게 되건 말건 그들을 동원해 행사나 띄울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이라면, 이야말로 얍삽함의 극치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억’ 소리가 나는 해프닝이다. 비록 불참했지만 명단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도 해당 연예인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연예인도 사람이고 시민이다. 그들에게도 명예가 있고 삶이 있고 의지가 있다. 그들은 그저 아무렇게나 힘 있는 분들의 행사에 동원되고 버려져도 되는 소모품이 아니다. 이번 해프닝을 보면 연예인들을 단순한 동원대상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은 의구심이 든다.


교육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분들이 어떻게 타인의 존엄성, 대중예술인의 가치를 그렇게 무시할 수 있는지 믿기지 않을 만큼 황당하다. 조전혁 의원을 지지하건 말건 그것은 자유이나, 거기에 연예인들을 그렇게 끌어들인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었다.


정치행위도 좋지만 정도는 지켜야 한다. 그것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거나 억울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정치는 우리 국민들을 위해 하는 것이다. 그런 일을 하는 분들이 남의 인생을 망가뜨릴 만한 일을 그렇게 쉽게 해선 안 된다.


선거 때마다 연예인들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지난 대선 때도 연예인 지지선언 해프닝이 있었다. 연예인들의 선언명단이 발표됐는데 해당 연예인들이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며 부정한 사건이었다. 이번엔 지방선거 국면이어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사실이건 아니건 의혹을 남기는 사건이다. 이런 의혹을 받기 싫다면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스스로 결단해서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 이외의 연예인은 그냥 놔두면 된다. 그들을 동원대상으로 보고, 손쉽게 이용할 자원으로만 본다면 비슷한 사건과 의혹이 계속될 것이다. 그 소동 속에서 억울하게 비호감으로 찍히는 연예인들도 반드시 나올 것이다. 또 하나의 인권유린이다. 인권을 유린하는 정치를 정치라 할 수 있는가? 그러니 제발, 연예인들을 그냥 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