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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유재석, 무한도전특집의 피해자

 

<무한도전>이 드디어 200회를 맞이했다. 이번 주에 <무한도전> 200회의 의미를 돌아보는 기사들이 쏟아지다시피 했다. 이렇게 공론장의 관심이 집중된 예능 프로그램은 아마도 전무후무할 것이다. <무한도전>은 이미 전설이며, 그 자체로 역사다.


<무한도전>보다 시청률이 높은 예능 프로그램은 많다. MBC에서만 해도 <세바퀴>의 시청률이 <무한도전>보다 더 높다. 하지만 화제성면에서는 <무한도전>이 압도적이다. 팬들의 뜨거운 사랑도 <무한도전>이 압도적이다. <무한도전>에는 일반적인 예능 프로그램과는 다른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웃음은 기본이다. 시청률이 잘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엔 언제나 웃음이 있다. <무한도전>은 거기에 의미를 더 한다. <무한도전>은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프로그램 곳곳에 그런 시선을 담은 장치가 숨겨져 있어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여드름 브레이크’ 특집 당시에 그들의 동선이 철거와 관련이 깊다는 것이 나중에 알려져 시청자들을 감탄하게 했다. 상금 350만 원이 철거촌의 이주보상비 액수와 같다는 것이 밝혀졌을 때는 탄성이 절로 났다. 2년 전 ‘식목일’ 특집 때는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이 외국에 나가 몸개그나 했다는 맹비난을 언론으로부터 들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이 벌인 몸개그에 자원독점에 대한 비판이 숨겨져 있었다. 항상 이런 식이다.


어린이날 특집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청와대에 간다는 기획이 나온 적이 있었다. 그때 <무한도전>마저 권력에 영합하느냐면서 격렬하게 반대여론이 일어났다. 결국 그 특집은 무산됐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특집의 주제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 대한 배려에 있었다. 같은 한국에 살면서도 차별받으며 이방인처럼 크는 그 아이들을 청와대에서 뛰어놀게 하면서, 그 아이들도 다른 한국인과 평등한 시민임을 알려 주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들이 밝혀지고 감탄하는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 <무한도전>은 레전드가 되었다. <무한도전>처럼 절대적인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없다. <무한도전> 팬들의 열기는 흡사 가수 팬클럽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겁다. 하지만 그것은 ‘오빠’, ‘형’들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아니라, <무한도전>이 보여주고 있는 따뜻한 시선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 사랑이다.


또 <무한도전>에는 도전정신이 있다. 최근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은 어떤 한 가지의 주제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무한도전>은 새로운 것에 무모하게 도전한다.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마다 기존의 틀은 깨진다. 마치 둥지를 부수고 날아오르는 새처럼 그 도전은 아슬아슬하다. 실제로 실패할 때도 많다. 언론이나 시청자로부터 혹평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것, 그것이 <무한도전>의 정신이다. 이 정신이 또한 시청자의 마음을 뜨겁게 한다.


이런 의미들과 함께 최근 <무한도전> 멤버들의 호흡과 상황극 능력은 절정에 달했다. 이들이 모이면 빵빵 터진다. 그런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이는 유재석이다. 상황을 불쑥불쑥 만드는 사람은 박명수다. 이들은 <무한도전>을 레전드로 이끌었고, <무한도전>을 통해 이들도 레전드가 되었다.


- 200회 특집에서 아쉬웠던 유재석 과소비 -


이번 200회 특집에서 <무한도전>은 유재석의 1인7역 코너를 마련했다. 유재석이 멤버들 모두로 분장을 하고 나와 합성을 통해 유재석만으로 <무한도전>을 진행하는 코너였다.



유재석은 과거에 박명수 흉내를 내며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또 가끔 보여주는 정준하 흉내도 대단히 웃긴다. 그에겐 놀라운 관찰력과 표현능력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재능과 오랜 경험, 노력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이번 특집에서 <무한도전>은 유재석의 그런 장점을 극단적으로 밀어부쳤다. 유재석 혼자서 다른 모두를 대신한다는 설정. 시도는 나름 좋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큰웃음 빅재미’는 만들어지지 않았고 유재석의 이미지만 과소비됐다. 화면에 도배된 유재석은 부담스러웠다.


혼자서는 무리였다. 여럿이 하는 상황 속에서 잠깐 잠깐 흉내 내는 것이 훨씬 더 좋았다. 다른 멤버들과 함께 있어야 상호작용이 생기면서 생생한 웃음이 터진다. 혼자 녹화해서 합성편집한 화면에선 그런 생생함이 만들어질 수 없었다. 유재석도 언제나 웃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실망만 남았다.


이런 식으로 유재석을 앞에 내놓고 원맨쇼를 시키는 일이 잦아지면 실망이 쌓일 것이고, 아무리 국민MC 유재석이라고 해도 그 위상을 지키기 힘들어질 것이다. <무한도전>의 웃음은 멤버들간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 어떤 특출난 한 사람의 원맨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 유재석도 박명수도 레전드일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원톱으로 밀면서 그 혼자만으로 화면을 도배하면, 그에게 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독이 될 수밖에 없다. 과도하게 도배된 그 한 사람의 이미지는 결국 지겨워질 것이다.


아무리 원톱에 해당하는 인기를 얻고 있고, 그에 상응하는 능력도 있지만 이렇게 유재석 하나만으로 코너를 채우는 일이 또 반복돼선 안 된다. <무한도전>은 팀으로 있을 때 가장 강하고, 멤버들 개별적으로도 팀 안에 있을 때 가장 생동감이 넘친다. 이 팀워크가 유지될 때에만 <무한도전>은 가장 웃기는 사람들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