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에서 지난 주에 이어 비참한 ‘꼽사리’ 방송이 이어졌다. 월드컵을 독점한 SBS의 잔치상에 숟가락 올려놓는 전법이다. 지난 주에도 그랬지만, 정식 중계자와 해설자까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인사하는 장면은 역시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김국진은 ‘좋은 경기 장면을 못 보여드리는 점 정말 죄송하다’며 유감스러워 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유감스러웠다. 독점 때문에 방송편의를 제공받지 못해서인지 <남자의 자격> 월드컵 특집은 아무래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KBS의 SBS를 향한 ‘맛좀봐라’ 억하심정도 어느 정도는 작용한 것 같다. 예능에 억하심정이 들어갔으니 즐거움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가 있나.


그래도 독점창구가 아닌 곳을 통해 월드컵 에피소드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통쾌한 일이었다. 이런 걸 상상해보자. 어느 독재국가가 있었다. 거기에선 국영방송사가 언로를 독점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독립방송사의 해적방송을 들었다. 그 순간 얼마나 통쾌할까? 이건 그 프로그램 자체의 완성도나 재미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딱 그런 종류의 통쾌함이 느껴졌다고 할 수 있겠다.


월드컵을 맞아 말로는 ‘한국, 한국’을 외치면서도 이 축제를 사적으로 독점하려고 하는 몇몇 기업들의 행태는 참으로 안타깝다. 국민의 축제, 국민의 열망보다 특정 기업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고 대놓고 말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남자의 자격>에서 부부젤라 소리에 파묻혀 목소리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이경규의 처지도 참으로 비참해보였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라고 생각했던 월드컵에서 독점에 치어 ‘꼽사리’ 신세가 될 줄 어떻게 알았으랴. 독점에 치인 우리 국민들의 신세도 그렇다. 기업이 주인이 되고 국민은 졸지에 객이 되었다. 이경규도 우리 국민들도 최악의 월드컵을 당했다.


이번 <남자의 자격>에서 특히 안타까웠던 장면은 태극기가 펼쳐지는 대목에서였다. 화면에 두 개의 대형 태극기가 보였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쪽에 대형태극기가 펼쳐지고 있는데, 반대편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국민의 축제가 상업적 경쟁에 의해 얼룩진 현실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도 서울광장이 기업의 영향력 하에 놓이면서 거리응원의 구심이 두 개로 쪼개졌다. 특정 방송사 관할 하에 있어서 함부로 찍지 못한다는 거리응원과 그렇지 않은 거리응원으로 쪼개졌다는 구설도 있다. 이젠 태극기마저 두 개를 봐야 하나?


예로부터 한국인들은 외국에 나가 분열로 망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었다. 그 먼나라에서까지 따로따로 태극기가 펼쳐지는 모습을 보니 그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싫든 좋든 월드컵은 이미 국민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인의 보편적 관심사가 됐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축제에 대한 접근권도 보편적 권리가 되어야 한다. 돈 많은 누군가가 돈으로 독점에서 국민의 접근권을 통제해선 안 된다.



지금의 독점사태로 인해 벌써 SBS가 방영되지 않는 지역의 국민들은 월드컵 접근권을 박탈당했다. 지금처럼 독점이 계속되면 상업적 이윤추구에 의해 월드컵 향유에 드는 비용이 점점 올라갈 것이고 소외되는 국민들도 많아질 것이다. 치솟는 독점비용 때문에 국민에게 전가되는 액수도 점점 커질 것이고, 유출되는 외화도 많아질 것이다.

 

국민들은 경기 막간에 다양한 시각에서의 분석적 해설을 들을 권리도 빼앗겼다. 오직 한 방송사의 광고만 봐야 한다. 과거 월드컵 때는 그래픽을 동원한 상세한 분석을 제공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반전 주요장면 잠깐 보는 것이 다다. 끝없이 이어지는 광고, 광고, 광고. 그 광고비용은 방송사와 피파의 수익으로 빨려 들어가고, 결국 광고주 기업이 국민의 부담으로 떠넘길 것이다. 서울광장에서 자유롭게 응원할 권리도 기업들에게 침식당한 상태다.


예능에 정식 중계팀을 등장시킨 KBS의 억하심정이 비참해보이면서도 이해가 가는 이유다. <남자의 자격>의 ‘꼽사리’ 방송이 프로그램 자체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통쾌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월드컵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국민의 축제, 국민의 관심사에 이렇게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 기업이 돈을 많이 냈다고 해서 국민에게 ‘니들은 내 말을 들어야 해’라고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이미 남과 북이 갈린 나라에서 또 한번 갈가리 찢겨선 안 된다. 이 방송사 따로, 저 방송사 따로, 저마다 한국의 이름으로 배타적 이익을 좇는 나라가 돼선 안 된다. 기업의 관할권 때문에 거리응원이 이리저리 찢겨서도 안 된다.

모든 방송사와 기업들이 2010년 독점 사태에 자극받아 이익 챙기기 경쟁에 박차를 가한다면 앞으로 정말 황당한 꼴들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지금 분명한 여론이 조성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독점의 영역이 성큼성큼 늘어나다간 결국 국민이 비참한 ‘꼽사리’신세가 될 것이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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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용과 2010.06.21 08:50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내용과 전혀 다른 제목때문에..... 제목만 보고 득달같이 달려드는 하이에나들이 있을것 같군요...ㅎㅎ

    • 재.워.주실 오빠 모셔요.1시간에!3 만원, 긴밤은 6 만원입니다 2010.06.21 19:49  수정/삭제 댓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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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선진국의 시각에서 보면 똑같은 경기 화면을

    공중파의 모든 채널에서 방송하는 게 정말 말도안되게 느껴지겠죠

    한국인들의 사고방식이 '아주 이상한 악습'에 오랫동안 길들여져있었고

    익숙해져있으니 올림픽이나, 월드컵이란 이벤트를

    한 방송국에서만 송출하는 것이 독점으로 보이겠지요.

    중요한 것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어디에도 똑같은 화면을

    세뇌시키듯 방송하는 것이야 말로 역으로 독재국가에서나 나올법한 행동이죠

    참고로 일본에서는 지상파 방송국이 순차적으로 나눠서 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번 독점사건으로 한국인들이 획일화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성숙해져나가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진국 일본처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자구요

    • 흠... 2010.06.21 09:59  수정/삭제 댓글주소

      공감합니다.

      이제껏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이 방송되면 모든 방송사가 똑같은 방송만 내보냈지요.

      마치 이런 상황이 있었으니 시청자들 모두 획일화된 정서를 가지라고 강요하는 것 처럼요.

      하지만 한 방송사가 독점 방송을 내보내 단점도 있었지만 시청자가 채널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도 주어졌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 100이면 100 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방송을 즐기는 것도 아니고, 즐긴다고 해도 정도껏 해야죠. 좋은 것도 반복하면 지겹습니다.

    • agassi 2010.06.23 13:19  수정/삭제 댓글주소

      맞숨다.
      한방송국잘못도 있지만,
      KBS, MBC 모두에게 잘못이 있는겁니다.
      욕심들 때문에...

  3. 예능을 보면서... 2010.06.21 09:05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이렇게 안스럽다는 생각이 든건 처음...

    만원짜리 한장을 가지고 진수성찬을 차리려고 하는 발버둥이 참 안타깝게 보이더군요.

    옆방송국에 <태극기 휘날리며>는 백만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막상 밥상 위에는 꼴랑 돼지불고기 하나 올려 놓은 것 같던데...

    아무튼 이번 월드컵을 통해

    직접적인 월드컵중계뿐 아니라 월드컵을 소재로한 예능프로까지도...

    각 방송국의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또 다른 계기가 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4. 국민들의 반응도 상당히 잘못되어있죠

    한 방송국의 독점을 반대하면서 3사에서 동시중계하기를 바라니까요

    그게 공중파 독점아닌가요?

    그동안 얼마나 당연시 여기고 뿌리깊이 고정관념으로 박혀있는지

    독점을 반대하는 논리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게

    해설 선택의 자유라는 겁니다

    맙소사 '해설 선택의 자유'라니요ㅋㅋ

    차라리 드라마도 주연배우선택의 자유라고

    배우만 다르게 해서 똑같은 드라마를 3사 동시 방영하는 게 나을지도

    이런 비이성적인 논리가 당연시되게 통용되고 기사에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정말 우물안 개구리가 아닌가 생각듭니다

  5. 또낚시냐?.....거지가?

  6. 단독중계는 전 괜찮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다른 프로에 대한 아량은 좀 있어야할듯...

  7. 전지현 2010.06.21 09:37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독점하면 선진국이고 3사가 다 방송하면 후진국인건가요???

    저도 단독중계 별로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만.... 그래도 각 방송국에서 번갈아가면서 방송을 한다거나 하면 좋을것 같아요.

    아니면 생방송 중계 이후에는 경기화면을 일부가 아닌 전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뉴스도 특집프로도 너무 같은 장면만 나오니까.... 박지성선수 풍차 돌리기만 백번 본듯해요..^^

    아무튼 최대한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월드컵 올림픽 방송들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16강 화이팅!!!

  8. 낚시질로 2010.06.21 09:38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1원짜리 광고수익 먹어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9. 월드컵 응원 문화는 기업이나 방송사가 아이디어를 낸것이 아닙니다.
    2002년 당시만해도 순수 응원 집단이었던 붉은 악마의 응원에 국민들이 동참하면서 시작되었던 것이 전 국민적 거리응원으로 발전했죠.
    붉은 악마는 거리응원이든 비더레즈 티셔츠든 자신들 소유가 아니라고 분명 밝혔습니다만
    응원 문화를 이끈것만은 분명합니다. 2002년 전부터 그들이 응원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우리들은 봐왔으니까요.

    어쨌든 이 거리응원이 기업 방송사가 마치 자신들 소유인양 이러는 상황이 너무싫습니다.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시작됐던 길거리 응원에 상업성을 배제시키자는데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김수로씨가 유행시켰던 꼭지점댄스를 할때마다 사용료 내야 했다면 그렇게 유행하지 못했을겁니다.

    다른나라도 독점 방송은 해도 타방송사에서 중계만 안할 뿐 다른 자료는 얼마든지 공유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한심합니다. 이런 분위기에 무슨 16강을 위한 한마음이 되겠습니까

  10. 왜 이리 되었나? 2010.06.21 09:4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대통령 때문이라는말..안하고 넘어갈수가 없다..

  11. 좋은글 써놓고, 왜 제목을 저렇게 하셔서 불필요한 하이에나들을 끌어들이나요^^
    좋은 글의 향기는 무미건조한 제목으로 가려도 멀리멀리 퍼지는 법입니다. 굳이 저런제목으로 자극을 줄 필요는 없어보이네요.

  12. 비참한건 시청자 2010.06.21 11:31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정권빨아주기에 혈안이 되어 고통스런 민생은 외면하며
    시청류 3배인상을 추진하는 캐백수의 진실은 도외시한체
    그저 공동중계타령하는거 참 보기 싫네요..

    소송까지 불사하는 마당에 그렇게 숟가락 얹으며
    비참해지는 이유가 뭘까요?
    캐백수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이익집단일뿐입니다
    엄연히 마봉춘이 개발한 이경규가 간다라는 컨텐츠를
    그걸 이경규옹 데리고 갔다가 홀랑 빨아먹는거 보세요

    그런건 두둔하는게 아닙니다
    공동중계를 비난하는건 각자의 자유지만
    이런 식의 비난은 아닙니다..

    걱정마세요.. 조만간 시청류 3배로 오르면 캐백수는 돈폭탄 맞고
    임금과 수당 잔치에 그깟 코딱지 묻은 광고수익 포기해도 되니까요..
    그때도 캐백수가 공동중계에 매달릴까요? 후후..
    시청료 3배인상만 되면 그깟 월드컵 안하고
    정권빨아주기만 해도 됩니다..

  13. 단독중계는 단독중계일뿐인데..

    중계권을 가졌으면 중계만 하면 될일인데.. 왜 다른 방송에서 그것도 한참뒤의 녹방을 막는지 모르겠네요.. 응원도 제대로 못하게 만들고..

    이러한 것을 보기는 싫으네요

  14. 기업들 광고한다고 비판하면서, 본인 블로그엔 깨알같은 광고배너들이 달려 있군여 ㅋㅋㅋㅋ 블로그에 광고판이나 치우고 이런 소릴하시던지... 다른사람 돈버는건 배아프고, 본인 돈버는건 열심히 벌면 그걸로 땡이요?

  15. 타방송사 직원인가..난 지금이 시청자입장으론 더좋은데..굳이 3개방송국에서 똑같은 중계할필요있나..무슨 축구를 중계 누가하느냐에따라 선택을 한다고..그거야 부수적인거지..본질은 축구그자체아닌가..이렇게 전경기 중계해주는게 참 잘한다고 생각한다.세 방송국에서 중계할때 언제 전경기 중계해준적있나..

  16. 국가대표 경기만큼은 공동중계로 방송질 경쟁을 시키는게 좋을 듯

    타국 경기야 한 주관 방송사에서 해도 되지만.

  17. 본문과 전혀 다른 제목에 낚였네..

  18. 월드컵 자체가 FIFA의 상업성으로 움직이는 축제고,
    월드컵 선수들 자체가 몸값올리기 위해 뛰는 것이고,

    모든것이 돈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월드컵입니다.

    월드컵을 유치하는 국가 자체가 흑자를 보기 위해 관광수입을 위해,

    월드컵을 개최하는것입니다......

    상업성자체가 싫다면 월드컵 자체를 하지 말아야죠......
    FIFA의 돈독이야 유명하죠..

    그래도 월드컵이 유지되는것은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보기 때문인것이고요....

  19. 나한나 2010.06.23 14:15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구구절절 맞는말 이네요
    외국에선 지금 16강 올라가 길거리에서 젊은 학생들이
    날리도 아니었습니다,경적울리고 차에서 함성지르고,
    아무도 막지못햇지만,정말 뿌듯한 하루 였습니다,
    그런데 한국방송의 씁쓸함이란..
    좀 그렇네요..

  20. 저 제목과 내용과 맞나?? 오해하기 쉽게 제목으로 유인하네..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