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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상반기 드라마, 하이킥 추노에서 김탁구까지

 

 올 초에는 <지붕 뚫고 하이킥>이 작년의 돌풍을 이어갔다. 한때 그 존립자체가 위태로웠던 시트콤은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인해 다시 봄날이 온 것 같았다. 정음, 세경, 지훈, 준혁 등의 러브라인이 연일 네티즌을 흥분시켰다. 그리고 3월 말, 경악과 함께 드라마가 끝난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처참한 새드엔딩을 선보였다. 시청자는 절망에 빠졌다. <아이리스>에 이은 새드엔딩 대란이었다. 사상 최악의 결말 중 하나로 기억될 만하다.


뒤이어 MBC는 야심차게 새로운 시트콤인 <볼수록 애교만점>을 선보였다. 하지만 전혀 시청자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시트콤의 부활이 아니라 <지붕 뚫고 하이킥>이라는 개별 작품의 약진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시트콤의 봄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아이리스>와 <지붕 뚫고 하이킥>의 새드엔딩에 상처받은 시청자들을 열광케 한 것이 <추노>였다. 앞의 두 작품이 분노를 부르는 허탈한 새드엔딩이었다면, <추노>는 묵직한 비극을 선보였다. 시청자들은 <추노>를 사랑했다.


 <추노>는 올해 사랑받은 드라마 중 거의 유일하게 남성적인 느낌을 줬다. 최근 한국 드라마는 화사하거나, 여성친화적인 내용일 때만 인기를 얻는 경향이 있다. 무겁거나 어두운 작품은 리모콘 선택권을 가진 여성들의 낙점을 받지 못한다. 모처럼 남성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작품이 성공했다는 점에서 <추노>는 의미가 있었다. 남성이 노출하는 ‘짐승남’ 시대를 상징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추노>는 민중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궁궐 안 권력투쟁에서도 벗어나고 양반들의 이야기와도 상관없는, 최하층 민중들의 이야기. 거기엔 영웅도 없었고 암투도 없었다. 민초들의 질긴 생존의지를 ‘미드’를 방불케 하는 완성도로 만들어내 한국 사극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추노>의 성공과 함께 2010년이 사극의 전성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시트콤에서처럼 사극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명가>, <거상 김만덕>, <철의제왕 김수로> 등이 평범한 전개로 시청자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다. 다만 <동이>가 선전하며 사극의 체면을 세웠다. <동이>는 경쾌함과 화사함, 그리고 장희빈으로 상징되는 통속성의 힘으로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으나, <추노>와 같은 작품적 힘은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샀다.


 올 초 <파스타>는 트렌디드라마의 부활을 예고했다. 한동안 힘을 쓰지 못했던 트렌디드라마는 <파스타>를 통해 ‘붕쉐커플’이라는 2010년 최고의 커플을 배출해내며 그 존재를 과시했다. 일과 로맨스 그리고 독립적인 여성캐릭터가 조화를 이룬 사랑스러운 작품이었다. 하지만 <개인의 취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트렌디드라마의 기세도 한풀 꺾였다. 어쨌든 <검사프린세스>, <부자의 탄생> 등 경쾌한 로맨스물이 기본 이상의 인기를 꾸준히 이어간 상반기였다.


 <신데렐라 언니>는 폭풍처럼 화제를 모으며 웰메이드 드라마의 힘을 보여줬다. 자극적인 소재, 막장적 설정 없이도 깊은 이야기와 공감 가는 캐릭터로 얼마든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전범 같았다. <지붕 뚫고 하이킥>, <추노>, <파스타> 등과 함께 <신데렐라 언니>는 올 상반기 최고의 작품이라 할 만하다.


 상반기에는 또, <인생은 아름다워>와 <개인의 취향>이 동성애 코드를 적극적으로 부각시키며 한국 드라마의 표현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 실망스러운 작품들 -


 <공부의 신>은 일류대 입시를 전면에 내세우며 경쟁시대에 직면한 시청자들을 자극했다. 올 상반기 최악의 추태였다. 이 작품에 이어 <부자의 탄생>, <명가> 등 성공코드를 내세운 드라마들이 나타났다. 이 흐름은 비판적인 것 같으면서도 보수적인 본질을 가지고 있는 강남개발사 <자이언트>로 이어졌다. 성공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세태를 부채질하는 흐름이었다. 여름에 시작된 전쟁드라마들도 보수적인 흐름을 강화했다.


 막장의 위세는 올 상반기에도 변함없었다. 저 악명 높은 <수상한 삼형제>가 최고의 시청률로 막장의 위력을 과시했다. 김건강, 엄청난, 김현찰, 김순경, 전과자, 주범인, 계솔이, 왕재수 등 극단적인 캐릭터들이 벌이는 황당하고 독한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욕하면서도 빠져들었다. 여타 일일드라마, 아침드라마들도 독한 설정과 뻔한 설정으로 인기를 이어갔다. <수상한 삼형제>는 시위대나 철거민들에게 거리를 두고 경찰을 옹호함으로서 드라마의 보수적 흐름에 일조하기도 했다.


 대작들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철의제왕 김수로>, <자이언트> 등이 그렇고 막판에 시작된 <로드넘버원>이라든가 <전우>도 그랬다. 특히 CG를 내세운 작품들이 네티즌의 맹폭을 받았다. 어설프게 규모를 키우려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는 교훈을 남겼다.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치밀한 이야기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우기도 했다.


 상반기 막판엔 <제빵왕 김탁구>가 미니시리즈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맹위를 떨쳤다. <제빵왕 김탁구>는 불륜 같은 통속성에 존속살해, 강간 사주 등의 막장적 요소를 가미한 청춘 명랑 성공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주간 미니시리즈에도 이렇게 막장적 요소가 거침없이 파고들며, 보수적인 전쟁드라마와 시대극이 이어지고, 인기 사극은 이렇다 할 새로움 없이 익숙함만을 보여주는 가운데 상반기가 끝났다. 종합하면 <지붕 뚫고 하이킥>, <추노>, <파스타> 등으로 그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실망으로 끝난 2010년 상반기였다고 하겠다.



- 최고의 남성 스타는 장혁 -

 

 올 상반기 최고의 남성 스타는 단연 <추노>의 ‘짐승남’ 장혁이다. <추노>로 인해 장혁은 짐승복근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다. 그다음으론 <파스타>의 ‘버럭남’ 이선균을 들 수 있겠다. 이선균은 처음에 김수현 작가가 비난했을 정도로 귀에 거슬리는 ‘버럭’을 선보였으나 ‘붕쉐커플’이 진행되며 지상 최강의 로맨틱남으로 변모했다. 나중엔 그의 버럭이 속삭임 같았다.


 그 다음으론 <검사 프린세스>에서 ‘서변앓이’ 열풍을 만들어낸 박시후를 꼽을 수 있다. 그는 <개인의 취향> 이민호와 경쟁하여 패색이 짙었으나 기어이 역전 홈런을 때려냈다. 능력과 행운이 모두 있었던 경우다. <추노>의 ‘미친 존재감’ 성동일도 올 상반기를 달군 스타였다. 그는 네티즌의 경배를 받았다. 한때 주말, 월화, 수목 등 모든 요일의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궁극의 겹치기’ 김갑수도 빼놓을 수 없다. 김갑수는 <신데렐라 언니>의 아버지 역할로 화려하게 겹치기 출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