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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김수로 물볼기, 변태성과 엽기성이 상상초월

 

<김수로>에서 엽기적인 장면이 나왔다. 아마 우리 TV 사극 사상 길이길이 기억될 장면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물볼기 정밀묘사 장면이었다. 보면서 정말 놀랐다. 이번 주 중에 시간이 되는 대로 지적할 생각이었는데, 마침 화요일에 이 문제가 화제가 됐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놀랐나보다.


이상한 건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하루가 지난 후에 이것이 화제가 됐다는 점이다. 보통 이런 건 바로 그 다음 날 빵 터지는 법인데, 신기하다. <세바퀴>에서 현아가 골반댄스를 췄을 때도 바로 다음 날 터졌고, <추노>에서 이다해가 겁탈을 당했을 때도 그랬다. <전설의 고향>에서 정사씬이 나왔을 때도 바로 다음 날 이슈가 됐었다.


<김수로>의 엽기적인 물볼기만 시차를 두고 화제가 된 것이다. 비난의 열기도 위에 열거한 사건들에 비해 작았다. 보통 이런 사건이 터지면 열화와 같은 비난여론이 발생하는 법인데 이번엔 비교적 작은 비난여론만 있었다.


이것은 두 가지 이유로 생각된다. 첫째, <김수로> 자체가 그다지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난데없는 물볼기 장면으로 피해를 본 가정이 적었다. 둘째, 형식적으로만 보면 물볼기를 맞은 나찰녀는 성적으로 유린당한 것도 아니고 노출을 한 것도 아니었다. 입을 옷 다 입고 볼기를 맞는데 그저 비가 왔을 뿐이다. 그러므로 그다지 선정적인 장면이 아니라는 판단들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이번 물볼기 이슈를 조용한 것으로 만든 결정적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다. 노출도 없었고, 직접적으로 성적인 표현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이번 <김수로>의 물볼기 장면은 이례적일 만큼 엽기적이었다. 최근 엄청난 비난을 받은 <세바퀴>의 골반댄스보다 훨씬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가히 우리 TV 사극 선정성의 신기원이라 할 만한 사건이다.



- 변태성과 엽기성이 상상초월 -


보통 우리 사극은 여주인공의 목욕씬을 보여주며 ‘장사’를 한다. 냇물에서 하거나 목욕통에 물을 받아서 하는데, 보여주는 방식도 매우 전형적이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수준의 선정성이다.


<추노>는 겁탈씬을 과격하게 보여줘서 그 일반적인 수준을 조금 벗어났다. 그래서 큰 화제가 됐다. <전설의 고향>은 정사씬의 신음소리까지 노골적으로 방영했다. 그래서 역시 큰 화제가 됐다. 여기까지는 조금 막 나간 수준의 선정성이다.


<김수로>는 최근 신녀들의 ‘떼목욕’ 장면과 신귀간의 겁탈 장면을 통해 일반적인 수준의 선정성과 조금 막 나가는 수준의 선정성을 모두 보여주며 물볼기 폭탄을 터뜨리기 위한 예열작업을 해왔었다.


그리고 마침내 터진 물볼기 폭탄은 지금까지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엽기적, 변태적, 초 민망한 선정성을 자랑했다.


나풀거리는 옷자락이 물에 젖어 여성의 살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모습은 에로영화에서 남성을 극단적으로 자극하기 위해 동원되는 방법이다. 특히 한 겹 짜리 한복에 물을 뿌려 여성의 나신을 미묘하게 드러내는 건 고전 에로물의 전형적인 자극성 코드였다. 이런 표현이 TV 사극에까지 등장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한복은, 특히 점잖은 계층의 여성 한복은 한 겹이 아니었다. 그런 사실을 무시하고 한 겹만을 입힌 건, 물을 뿌렸을 때 여성의 신체가 가장 자극적으로 드러나는 걸 노렸다고밖에 볼 수 없다.


대놓고 벗은 것보다, 망사 스타킹이나 코르셋 등으로 묘하게 몸을 가렸을 때 더욱 변태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원리를 한복에 적용한 것이다. 그러므로 노출 수위가 낮아서 문제가 없다가 아니라, 그래서 더욱 변태적이었다라고 봐야 한다. 게다가 젖은 엉덩이를 반복해서 보여주며 매를 때리는 느낌을 세밀하게 표현한 것은 더욱 변태적 욕망을 자극하는 방식이었다.


<김수로>의 물볼기 장면이 특히 더 변태적이었던 건 카메라가 물에 젖은 나찰녀의 몸을 클로즈업으로 훑었기 때문이다. 이건 명백한 성적 서비스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 이렇게 노골적이며 동시에 변태적인 선정성은 TV 사극에서 본 적이 없다. 대놓고 겁간하거나 정사를 벌이는 것보다 더욱 은밀한 욕망을 자극하는 방식이었다.



- <세바퀴> 골반댄스보다 충격적인 이유 -


만약 <김수로>가 처음부터 성인사극을 표방했으면 이렇게 엽기적이라며 놀라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수로>는 일반적인 사극을 표방했고, 지금까지 그렇게 전개되어왔다.


그런 속에서 갑자기 변태적인 선정성이 툭 튀어나오니 엽기적이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여태까지 <김수로>를 일반적인 영웅 사극이라고 믿으며 봐왔던 시청자에 대한 테러다. 특히 가족 시청자는 매우 당황했을 것이다.


<세바퀴>는 아줌마들의 성인토크를 표방하는 일종의 장터바닥 버라이어티다. 거기에 아저씨들도 끼어든다. 예로부터 이런 식의 내용에서 성적인 코드는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요소였다. 상업적인 선정성하고는 느낌이 조금 다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리한 선정성이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지만, 어쨌든 <세바퀴>의 시청자는 처음부터 출연자들이 욕망을 드러낼 거라는 걸 예상하고 본다. 그래서 충격이 덜 하다.


반면에 <김수로> 물볼기는 이미 설명한 것처럼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가격이기 때문에 충격이 크다. 이런 표현방식이 크게 비난 받지 않으면 다른 사극이 또 따라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사극 전체가 우스워진다. 이미 여주인공 목욕씬이 보편화된 것으로도 충분하다. 엽기적 ‘여체탐구’까지 봐줄 필요는 없다. 그런 관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김수로>는 좀 더 세게 맞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