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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타블로사태 열등감 폭발인가

 

타블로 사태가 이렇게 커진 건 대중의 열등감 때문이라는 식의 이른바 전문가 인터뷰가 몇 번 나왔었다. 어떤 사람은 그런 말을 했다가 악플에 조금 시달리기도 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타블로 사태의 원인을 대중의 열등감 폭발이라고 할 수 있나?


그건 말이 안 된다. 이번 일은 열등감 폭발이라기보다, ‘국민의 공분에 하필 타블로가 걸렸다’라고 봐야 한다. 여기서 이번 일이라 함은, 이 세상에 수많은 사건사고가 있는데 유독 타블로 사건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매달린 일을 말한다.


이것은 대중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분노가 터졌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엔 사회지도층이나 부유층의 도덕적 해이가 원래부터 문제를 일으켰었다. 원정출산, 국적, 병역문제, 외국인 학교라는 특별한 코스를 통하는 행위, 대단히 많은 돈이 들어가는 명문대 프리미엄으로 특별대우를 받는 것, 외국 국적을 따고도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 등등이 그렇다.


이것은 솔선수범하며 더 큰 책무를 져야 할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이 거꾸로 국민이 지는 책임을 회피하며 누릴 것만 누린다는 공분을 낳았다. 이런 것에 분노하지 않는 국민이라면, 그것이 오히려 열등한 경우일 것이다.


타블로 사건에는 국적, 병역, 해외 명문대 등의 이슈가 얽혀있어서 대중의 분노를 촉발시킬 사회적 폭발력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것이다.


이것은 사실관계와 상관없는 일이다. 사안의 구도상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었고, 그 가능성이 현실화됐다. 어차피 이번 일의 사실관계는 모른다. 밝혀지길 바란다. 중요한 건 이번 일이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를 고칠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애초에 타블로가 ‘해외 명문대를 나온 천재 청년’으로 소개되지 않았다면 학력논란이 생겼을까? 학력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면 위조를 했건 안 했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고 논란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병이다. 사람을 볼 때 무조건 학력, 학벌을 먼저 보려 한다. 간판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다. 연예인도 꼭 명문대 얼짱, 일류대 출신 재원, 이런 식으로 소개하는 것이 한국 대중매체의 악습이다. 도대체 연예인으로서의 능력과 출신 대학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하지만 예능프로그램에서조차 출연자들의 학벌이 강조되는 것이 일상적 풍경이다.


이렇게 학력, 학벌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풍조에선 계속해서 관련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람을 그 자신의 능력으로만 보고, 간판을 무시하는 관행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간판이 무시되는 풍토에선 설사 누가 간판위조를 했다 해도 지금처럼 수많은 대중이 그것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공분을 초래하는 사회지도층, 부유층의 도덕적 해이도 사라져야 한다. 국적, 병역 등의 의혹 자체가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유럽의 지도층들이 존경받는 것은 그들이 최전선에서 싸웠기 때문이다. 한국은 뒤로 숨기만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선 분노가 축적될 수밖에 없고, 또 어딘가에서 대중적 폭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만약 조선 사대부들이 자기 자식들에게 명나라, 청나라 국적을 따게 하고 국난시에 후방에만 있게 했다면 후대의 비웃음을 샀을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그렇다. 후대가 우리를 비웃을 것이다.


하필이면 공분의 표적이 된 타블로는 불운하다. 부조리로 인해 불신의 사회가 돼버린 곳에서 형성된 비극이다. 이 사태가 어느 한 개인에 대한 증오로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보다는 대중매체와 사회의 잘못된 풍토를 고치는데 에너지가 집중되길 바란다.


대중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타블로 가족의 사생활을 파헤치고 그 정보를 게시하는 것도 그다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특히 직접 전화를 하고, 심지어 폭언까지 한다면 그건 정말 큰 잘못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타블로 측에 도덕적 해이가 있다는 말이 아니다. 난 타블로의 사적인 정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이번 사건의 구도, 주요 키워드들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 문제와 맞닿아 있고 그래서 사람들이 크게 분노한다는 뜻이다. 이것을 열등감이라든가 단순한 악플러로 매도하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것과 같다. 그런 소모적인 논란을 우리 사회를 고치는 계기로 바꾸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