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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무한도전, 박명수 길에게 잔인했던 비난

역시 유재석은 대단했다. 이번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에서 고통을 참으며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에서 그의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성실한 노력으로 자신에게 부과된 기술들도 잘 소화해냈다. 이러니 최고의 예능인인 동시에 모범적인 사람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유재석은 사람들이 정색을 하며 순간 어색해지는 상황을 웃음으로 바꿨다. 박명수가 고통을 호소할 때 자연스럽게 그를 빼도록 해주고, 손스타와 노홍철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잠깐 문제가 생겼을 때도 그걸 웃기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해주고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정도의 사람이라면 실생활에서도 사랑받을 것이다.

정준하와 정형돈도 부상을 무릅쓰는 모습, 자신이 그렇게 아픈데도 멤버들을 더 걱정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정형돈은 뇌진탕을 당할 정도로 부상을 당한 그 순간에 자신의 아픔보다 자신 때문에 걱정할 정준하를 더 배려했다. 정준하는 혹시 허리에 큰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프로그램 걱정만 했다.

정준하와 정형돈은 <무한도전>에서 종종 비난을 듣거나 무시당한다. 하지만 이번에 이들이 몸으로 보인 성실함이 앞으로 ‘까임 방지권’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만큼 그들은 멋있었다. 문제는 불성실로 욕을 먹는 사람들이다.


- 박명수와 길, 진흙탕에 빠지다 -

박명수는 레슬링 특집 초기에 찬사를 받았었다. 힘든 기술을 두려움 없이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주에 방영된 마지막 연습편에서 진흙탕에 빠졌다.

몇 차례의 고통을 겪은 후 그는 어려운 기술을 거부했다. 이것은 유재석, 정형돈, 정준하 등이 몸을 던지는 투혼을 보여주는 것과 선명히 대비됐다. 불성실하게 뺀질대는 것으로 비쳤다. 그리하여 비난을 들어야 했다.

노홍철도 몸을 사리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비난을 들었다. 그리고 그 정점에 길이 있다. 길은 레슬링 특집이 방영되는 내내 밉상 1순위로 찍혔다. 형들도 고통을 참으며 몸을 던지는데 혼자서만 유난히 뺀다는 인상 때문이었다. 길은 특히 네티즌으로부터 퇴출 압력까지 받아야 했다.

레슬링 특집은 멤버들이 성실 대 불성실로 확연히 분류되는 효과가 있었다. 몸을 던지는 사람의 투혼이 유난히 돋보이고, 그에 따라 고통을 회피하는 사람도 더 또렷하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성실 라인에 속했던 이들은 키보드 십자포화를 피할 수 없었다.


- 레슬링으로 이들을 비난할 수 없다 -

하지만 이들에게 쏟아진 비난은 부당해보인다. 물론 길이 사람들에게 비난을 듣는 것에는 평소의 이미지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것을 제외하고, 적어도 레슬링 특집에 대해서만은 길을 포함해 누구라도 불성실로 비난하기 힘들다.

레슬링이 너무나 위험한 것이기 때문이다. 위험을 회피하는 것을 비난할 순 없다. 우리가 예능을 보는 것이 누가 다치는 모습을 즐기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사람마다 체질적 조건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웬만한 외상 따위는 금방금방 낫는데 어떤 사람은 평지에서 넘어진 것 때문에 무릎에 심각한 이상이 오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며칠을 새도 괜찮은데 어떤 사람은 하루이틀만 무리해도 몸이 망가진다. 누군가의 몸 안에서 어떤 작용들이 이루어지는지 타인은 절대로 알 수 없다.

레슬링은 그에 적합한 운동능력과 근본적인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 사람이 할 경우 대참사를 일으킬 정도로 위험한 운동이다. 단지 도전정신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몸이 받쳐주지 못할 경우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는 게 맞다. 그러면 안 해야 한다. 억지로 하라고 하는 것은 잔인하다.

못하는 사람한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잘 하는 사람이 대단한 것이다. 유재석 등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못한다고 욕할 일은 아니다. 단지 힘들고 안 힘들고의 차원이 아니라, 억지로 하다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신체가 훼손될 위험이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못하는 사람을 비난할 수 없다. 사람들의 비난 때문에 무리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질 건가?

박명수는 그전부터 약골로 알려져 있었다. 본인이 레슬링을 하겠다고 해도 주위에서 말려야 할 몸이다. 길과 노홍철의 신체적 한계도 본인들만 알 수 있는 일이다. 어떻든간에 레슬링처럼 위험한 건 안 하는 게 당연하다. 프로그램 자체가 이렇게 위험한 일을 연예인들에게 시키면 안 된다. 일단 판이 시작되면 시청자들은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을 비난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위험하다.

따라서 레슬링을 소화해내지 못한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은 부당하다. <무한도전>팀이 흘린 땀에 박수를 쳐주고, 그들의 투혼과 도전정신에 감동하는 것까지만 해야 한다. 공격은 ‘오버’다. 나라도 프로레슬링 기술을 하라고 하면 절대로 못했을 것이다. 불성실 때문이 아니라 몸이 안 따라주기 때문이다. 레슬링 특집 과정에서 소극적인 멤버에게 느꼈던 비호감의 기억은 모두 잊어야 한다. 이들이 그것 때문에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