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감동의 계절에 <남자의 자격>이 정점을 찍었다. 합창단 특집이 마침내 본 대회에 출전한 마지막편을 방영한 것이다. 이번 마지막편은 명실상부한 클라이맥스였다. 합창단의 공연에서나, 감동의 크기에서나 단연 최고였다. 감동과 눈물, 그리고 행복이 그 여운으로 남았다.

출연자들은 합창대회장에 간 이후 툭하면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때부터 이들이 정신적으로 상당히 고조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본 공연이 끝난 후 너나할 것 없이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출연자들이 이렇게 깊게 몰입한 것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들이 만약 그렇게 깊이 몰입하지 않았다면 그런 정도의 감정 고조가 없었을 것이고, 보는 사람들의 감동도 덜했을 것이다.

방송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경규마저도 잔뜩 떨다가 마침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이번 합창단 특집의 ‘진정성’을 웅변했다. 수많은 공연을 경험하며 건조해졌다는 박칼린도 뜨거운 눈물을 흘려 감동을 더 했다.

대단히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한 것은 아니다. 대단히 공익적인 일을 한 것도 아니다. 엄청난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펼쳐 보인 것도 아니다.

그저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합창을 연습해 대회에 출전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폭풍 같은 감동과 폭풍 같은 행복을 전해줬다. 이번에 방영된 <남자의 자격>은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를 높였다.


- 믿음과 조화의 하모니, 그것은 얼마나 행복한가 -

이들이 한 것은 합창이다. 그것은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서로를 믿으며 서로와 조화를 이루어나가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하나의 하모니가 이루어졌을 때, 너무나 아름다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조화를 이루어나가는 과정, 서로와 유대를 맺어나가는 과정, 그렇게 해서 이루어낸 성취가 모두를 행복하게 했다. 일차적으로 당사자들이 누구보다도 행복했을 것이다. 이들이 얼마나 비상한 행복을 느꼈는지는, 합창대회장에 도착한 이후에 이들이 보인 감정의 고조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 행복은 시청자들에게도 전염됐다. 그래서 별로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가능했던 것이다. 너무나 행복했던 한여름밤의 꿈.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은 함께 꿈을 꿨다.

1등을 하건, 2등을 하건, 그런 것과 상관없이 무언가에 최선을 다해 도전하며, 타인과 유대를 나누고, 조화롭게 하나를 성취해가는 아름다운 세상. <남자의 자격>은 그런 세상의 의미를 일깨워줬다.


- 선우 배다해가 서로 싸웠다면 -

요즘 <슈퍼스타K>가 냉정한 독기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독설이 난무하고, 사생활이 까발려지고, 무참히 짓밟히며 배제당하는 모습이 흥미를 자아내기는 한다. 하지만 거기엔 행복이 없다.

독기나 노출 등으로 사람들을 자극해야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정설처럼 통하는 시대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은 그런 자극성 없이도 조화와 도전으로 얻어진 따뜻함과 행복으로도 얼마든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선우와 배다해 사이에 살 떨리는 경쟁이 전개되고, 팬들 사이에 상호비방이 난무하고, 둘 중 하나가 설움 속에 탈락한 것이 아니다. 둘은 경쟁이 아닌 ‘하모니’를 이뤘다. 그런 세상은 정말 몰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이 함께 거기에 깊이 몰입한 것이다. 싸우는 구도였다면 <슈퍼스타K>처럼 흥미는 있었을지 몰라도 행복은 없었을 것이다.

영화 <아바타>에서는 지구 기업의 세상과 외계인의 세상이 대비된다. 한쪽은 이전투구의 세상이고 한쪽은 조화로운 공동체였다. 극 중 주인공과 수많은 관객들은 공동체를 응원했다. <슈퍼스타K>의 세상과 이번 합창단 특집의 세상도 그런 대비를 보였다.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우리 현실이 합창단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경쟁보다는 우애가, 배제보다는 조화가 넘치는 사회. 그러면 마치 합창단이 그렇게 몰입했듯이, 우리도 우리 사회에 몰입하며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불행히도 현실에선 경쟁, 자살, 우울증, 증오폭력이 판을 치기 때문에 합창단의 하모니가 더욱 아름다웠다. 음악적 완성도와 상관없이,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합창단이 들려준 것은 천상의 소리였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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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어제 가족들과 함께 잠깐 봤는데, 눈물짓는 참가자들을 보니 저도 막 눈물이 흐러드라고요-_-;;;
    말씀처럼 세상이 좀 화합하며 끈끈한 애정이 넘쳐흘러보길 기원해봅니다.

  2. 사주카페 2010.09.27 09:2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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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다음은 오케스트라 특집?

  4. 추천글 2010.09.27 09:3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찌라시냄새 물씬 풍기는 다음블로그에서 좀체 찾기 힘든 명문입니다.
    글 참 잘 쓰시네요..
    공감글,진심으로 잘 읽었습니다.

  5. 폭풍감동 2010.09.27 09:47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간만에 챙겨본 예능이네요

  6. 진정성 2010.09.27 09:50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남자의 자격과 무한도전이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진정성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억지춘향식의 눈물이 아닌 그냥 보고만 있어도 눈물로 정화가 되는 프로그램.

    예능이라는 한계를 뛰어 넘는 프로그램이라 더 가치가 있어 보이네요.

  7. 이히히 2010.09.27 10:3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글 잘적으시네 ㅎㅎ

  8. 완전 최고였어요.. ㅎㅎ

  9. 정말 어제 보면서 울었어요ㅠ.ㅠ 넘 감동적이었어요..

  10. 들꽃향기 2010.09.27 11:31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완전공감합니다!!!!

    합창이란 의미를 제대로 잘 표현하실 것 같아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들 이번 합창같은 아름다운 의미를 찾게 되면 참 좋겠습니다

  11. 남격을사랑하게됐어 2010.09.27 11:48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글 제목이 저에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네요
    우연히, 일요일 어느날 재방으로 보게된 남격하모니 오디션장면,
    생전 처음보는 푸른 와이셔츠차림의 박칼린감독~!!!!
    바로 티비 앞에 주저앉았고, 나는 서두원씨도 배다해양도, 신보라양도 처음으로 거기서 알게되었고...남격이라는 프로가 있다는것도 그 때 알았고,
    그 후 남격하모니편을 보려고 일요일은 남격시간엔 반드시 집에 있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말 좋아하지도 않던 예능을 기다렸다가 챙겨보기까지하였고...,다운받아서 몆번을 보았고,
    그렇게 남격하모니 보는 내내 너무 웃겼고, 재미있었고,너무 울었고...
    그렇게 진짜 재미와 웃음과 감격까지 느끼면서 너무 너무 행복하였다는...
    정말 폭풍감동 폭풍행복였네여~^^
    박칼린감독님 사랑합니다~!!
    남격합창단원들 모두~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이말도 너무 좋아하게 되었구요~!!!^^

  12. 민트레빗 2010.09.28 01:1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아...조심스럽게 건의 한가지 해봅니다...ㅎㅎㅎ하모니 시즌2를 보고싶지만 사실 내년이나 내후년에나 제작 될 수 있을 것같다는 조심스런 반응이니....그러니..이번 2010년 KBS 연예대상에 축하무대 서게하는 방법은 어떨까요??ㅎ물론 연말이라 뮤지컬이나 콘서트, 공연, 시합 등으로 다들 조금은 바쁘실지도 모르지만요...ㅠㅠㅎ그들이 뭉쳐서 연습하는 것을 한주 정도로 방송하여 서로 다시 뭉쳐서 조우하고 뭉치는 모습만 다시봐도 기분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왠지...남자의 자격 12월 초까지만 시청률 지금이대로 유지하면 왠지.......이경규씨 대상 후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ㅎㅎ조심스레 의견 남깁니다^^

  13. 전 이상하게 저렇게 자기들이 먼저 나서서
    울어,,감동이잖아,,여기가 포인트잖아,,
    이렇게 재촉해대는 영화나 드라마,,이젠 예능까지 (1박 2일이,,그 대표적인 예,,)에는 왜 이렇게 몰입이 안될까요?

    그런 신파는 정말 내가 다 민망해져서,,
    전 엽기적인 그녀나,,뭐 여타의 잘 나가다가 뒤에서 한번씩 억지 눈물 쥐어짜기 시작하면 그냥 딱 보기가 싫어지더라구요.

    나도 그냥 내 뇌가 있고 감정이 있으니,
    내 맘대로 감동하고 스스로 느끼고 싶은데,,
    예를들어 "시"나 "렛미인"같은,,
    그냥,,느껴지잖아요,,
    그들은 한번도 울지도 않고 우리에게 울라고 강요하지도 않지만,
    그냥,, 그 사람들이 말하려고 하는것들,,그 진심들,,그 아름다움들,,
    그런거 그냥 전해지잖아요.
    그래서 영화가 끝나는 내내 가슴으로 울고, 시간이 지나도 이렇게 잊혀지지 않고,,,

    근데 왜 저 피디들은 시청자들을 무뇌아 취급하면서 몇번씩 똑같은 되도 않는 밋밋한 자막으로 감정을 주입하려하는지,,
    왜 kbs예능은 시청자수준을 뭐 초등이나 시골 어르신들에 국한시키는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폭풍감동과 폭풍 행복을 느끼셨다니,,뭐,,할말은 없습니다만,,,

    그래서 전 무도의 그 행간속의 감동과 유머가 좋은건지도,,,
    적어도 내 뇌가,,그리고 내 가슴이 저절로도 뛰고 활동하는구나를 느낄수있거든요.


    참,,크라잉넛에 대한 글도 잘 읽었습니다.
    저도 10년도 넘어 옛날 드럭에서 그들의 공연을 본적 있는데,,
    어떤 아이돌 무대보다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할거라 님의 글에 많은 공감을 보냅니다.

    그리고 어제 놀러와의 송창식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런 감동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전 참고로 송창식, 김수철, 김창완,,이 세분은 시대를 너무 앞서간 천재뮤지션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의 장기하나 브로콜리같은 인디 음악에 비교해도 전혀 올드하지 않은,,
    이 분들이 다시 홍대나 지산에서 젊은애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을 상상만해도 흐뭇하네요,,
    이승철이나 부활같은 이들은 지산이나 홍대신에선 그닥 환영받을수없겠지만,

    저 세분은 정말,,지금의 젊은이들에게도 충분한 흥분과 즐거움을 줄수있는
    한국에서 진짜 몇 안되는 진정한 락과 포크와 펑크의 지존들이신데,,

    산울림은 작년인가 지산에 섰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머지 두분도 아직도 홍대 클럽신에서도 충분히 먹힐수있을것같은데,,,
    부디 이렇게 조용히 묻혀지내지 마시고,,
    멋드러진 노익장 발휘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음,,얘기하다보니 또 길어졌네요.

  14. 한나나 2010.10.02 07:2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왜 남자&하모니에 대한 하기자님 기사가 없나햇네요,
    내가 못봣나요?^^
    폭풍 행복이란 말이 더 맞는듯 하군요,

  15. 사㎓랑▤해β요б <좋은 글 감사합니다.<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평생 건강정보 : 내 병은 내가 고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