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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슈퍼스타K 강승윤팬들 못된짓부터 배웠다

<슈퍼스타K>에 출전중인 강승윤의 팬클럽에서 부정투표를 선동해 물의를 빚고 있다. 편법으로 자신들이 응원하는 사람의 순위를 올리려는 것이다. 아직 본격적인 연예인이 되기도 전인데, 팬이라는 사람들이 ‘못된짓’부터 배운 모양새다.

지난 주 <슈퍼스타K>에서 가장 특이한 일 중 하나가 박보람이 떨어지고 강승윤이 합격한 것이었다. 당시 심사위원 점수에서는 강승윤이 317점으로 공동 최하위를 한 반면, 박보람은 358점으로 5위였다. 강승윤을 합격시킨 것이 심사위원은 아니란 소리다.

그렇다면 당락을 결정한 것은 시청자들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부정투표는 거기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다. 모두들 자기 인생을 걸고 경쟁에 나섰는데, 그것이 누군가의 집단적 부정에 의해 좌우된다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못된 짓도 아주 못된 짓이다. 이런 식의 막가파 팬심이 결국 나중에 자신들이 응원하는 사람이 스타가 됐을 때, 음반 사재기 등 집단 순위조작으로 이어질 것이다. 팬덤의 집단행동 때문에 한국의 순위 방송은 웃음거리가 된 지 오래다. 대중음악 시상식도 그런 신세다.

차세대 스타를 만든다는 행사에서조차 ‘구악’의 씨앗이 그대로 자라고 있으니, 독버섯도 이런 독버섯이 없다. 이런 막가파 팬덤은 자신들이 미는 사람에게도 독이 될 것이다.

수많은 대중이 해당 출연자를 ‘빠순이들의 막가파 편법’에 의해 진출한 사람이라고 여길 때, 그의 이미지가 온전할 리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팬들의 집단행동이 또다시 판을 교란하고 있다.

한국 대중음악계가 팬클럽의 패싸움과 괴성 속에 갇힌 지 십여 년 만에 한국 대중음악시장은 완전히 붕괴하고 말았다. 아이돌 이외의 가수들도 괴멸국면이다. 국민은 대중음악계를 떠나갔다. 아무도 모르는 노래가 1위를 돌아가면서 하고, 연말에 상을 받았다.

그랬던 상황이 최근 걸그룹 후크송이 나오면서 살짝 호전됐다. 모처럼 일반 국민들이 최신 유행가요에 귀를 기울이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막가파 팬덤의 물 흐리기가 변함없다면, 소외된 일반 국민은 언제라도 다시 가요판으로부터 등을 돌릴 것이다. 일국의 대중음악계가 끼리끼리 모여 ‘꽥꽥’ 대는 장으로 축소된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누구나 원하는 바가 있다. 누구라도 그것을 이루려 한다. 하지만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 우리 모두는 N분의 1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모두 한 표씩이다. 한 표씩 가진 우리는 모두 절대적으로 평등하다. 바로 그것이 ‘공화국’이고, 평등한 사람들이 바로 ‘시민’이다.

누군가가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고 그 한 표의 한계를 벗어나 전횡을 휘두를 때 공화국의 근간이 무너진다. 그런 사람은 더 이상 시민이 아닌 ‘폭군’이다. 폭군은 공화국의 암적인 존재다.

간단히 말하자면, 시민은 자신이 자유롭기 위해 타인의 자유를 인정하는 사람 그래서 스스로의 자유를 제약하는 사람이며, 폭군은 자기 멋대로 깽판 치는 사람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원리다.

아무리 누군가를 밀고 싶어도 자신에게 부과된 한 표의 제약을 인정해야 한다. 집단적으로 부정투표를 하는 것은 깽판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것이 함께 출전한 다른 경쟁자의 인생을 짓밟는 일이 되는 것은 냉혹하기까지 하다. 시민이 할 짓이 아니며, 사람이 할 짓도 아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 이런 작은 일에서 자신에게 부과된 한 표의 제약을 못 참고 결과를 자기 마음대로 바꾸기 위해 깽판 치는 사람은, 결국 사회에서도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그럼 나라가 썩게 된다. 공화국 운운하는 것이 ‘오버’일 수도 있지만, 이런 차원에서 보면 당연한 우려다. 사고방식의 문제다. 작은 일에서 새는 사고방식은 큰 일에서도 샐 것이다.

국가 차원은 나중 얘기라 하더라도 당장 <슈퍼스타K>가 썩고, 대중가요판이 썩게 생겼다. 부디 팬들이여 ‘폭도질’을 중단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