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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대물 고현정, 연기대상 2연패하나

고현정의 폭풍 카리스마다. 고현정이 아니었으면 <대물>에 이렇게까지 힘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고현정도 <대물>이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폭풍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 없었을 것이다.

배우와 작품이 가장 행복하게 만난 경우다. 고현정이 <선덕여왕>에 이어 또다시 자신의 카리스마를 극대화해 줄 작품을 만난 것이고, 결국 대박이 터졌다.

물론 <도망자>도 배우와 작품이 행복하게 만난 경우에 속한다. <도망자>는 비의 매력을 100% 보여주고 있고, 비도 <도망자>를 100% 살려주고 있다. 이 작품이 방영되고 나서 비의 연기가 어색하다는 기사들이 나왔었지만, 비는 그런 기사들과 상관없이 나무랄 데 없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도망자>의 탐정 캐릭터를 소화할 배우로 비 이상의 사람을 떠올리기 힘들다.

하지만 <도망자>와 같은 만화적 과장 코믹 설정과 빠르고 복잡한(자막) 전개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시청률에 한계가 있다. 시청률을 결정하는 것은 주부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도망자>는 작품과 배우가 행복하게 만났지만 불행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물론 앞으로 좀 더 드라마성이 강화된 전개가 이어진다면 결과가 좋아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대물>은 주부들에게 주목도가 높은 고현정이 나서서 몰입하기 좋은 전통적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서민의 울화를 건드리는 서민 판타지다. 고현정이 가공할 카리스마로 서민의 가슴을 빵빵 터뜨려준다.

<대물>에서 처음 가슴을 친 장면은 2회 국회 앞에서 고현정이 절규하는 모습이었다. 그때 고현정은 “왜 구해주지 못했습니까! 우린 대체 누굴 믿고 살아야 합니까! 내 아이에게 이 나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라고 절규했다.

이것은 국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켜켜이 쌓인 서민의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포효였다. 이 순간 <대물>이 심상치 않는 작품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워낙 극적으로 잘 구성했고, 또 그것을 잘 표현해낸 작품과 고현정의 승리다.


이런 식의 서민 판타지 영웅은 곧잘 등장한다. 평범한 아가씨가 시장이 되어 부패한 기득권 구조에 맞선다는 <시티홀>이 대표적이다. <대물>에서 고현정이 하는 같은 것과 같은 성격의 대사를 거기에선 김선아가 했었다. 하지만 고현정처럼 시원하게 빵빵 터뜨린다는 느낌이 없었다.

최근 2% 부족했던 사극 <동이>도 그렇다. <동이>에선 한효주가 천민 출신 아가씨로 국왕의 후궁이 되어 부패 기득권 집단에 맞서는 캐릭터를 보여줬다. 한효주도 악의 무리들을 꾸짖고 천민의 한을 풀어주는 대사들을 했다. 하지만 역시 빵 터지는 통쾌한 느낌이 없었다.

김선아나 한효주는 서민의 울화를 뚫어주기에는 뭔가 카리스마가 부족한 면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고현정은 다르다. 그녀가 절규할 때마다 절절하고 통쾌하다.

3회에서 대통령과 만난 장면에서도 그녀의 위력이 잘 나타났다. 그때 고현정이 한 말은 국민을 지켜줄 수 있는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평범한 내용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것이 고현정의 입을 통해 나오자 ‘아주 특별한’ 공감이 만들어졌다.

고현정은 권상우도 살려주고 있다. 권상우는 <대물>에서 하늘이 내린 배역을 맡았다. 기득권 세력에 맞서는 ‘꼴통 검사’ 역할이다. 고현정과 함께 판타지의 양대 축인 것이다. 비호감의 늪에 빠져있던 그에겐 정말 하늘이 내린 역할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얼마 전 있었던 뺑소니 사건이 문제다. 권상우가 ‘원칙의 꼴통’ 역할을 하면 할수록 그 사건이 떠올려지며 비웃음이 생겨날 수 있었다. 몰입이 깨지는 것이다. 하지만 고현정이 워낙 강하게 작품에 몰입을 시켜주고 있어서 권상우까지 수혜를 입는다. 시청자가 반감 없이 캐릭터에 몰입할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순수한 분노와 열정’으로 기득권에 부딪히며 서민의 맺힌 속을 빵빵 터뜨려주는 아줌마. 지금까지 작품은 그것을 극적으로 구성했고 고현정은 정말 생생하게 표현해냈다. 발군의 카리스마다. 이대로라면 연기대상 2연패까지도 점쳐진다. 물론 그것은 작가교체로 홍역을 겪고 있는 작품이 얼마나 지금의 힘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린 문제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