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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섣부른 타블로 옹호는 독

대통령이 타블로 걱정을 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젊은 친구가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부당한 인터넷 마녀사냥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써야한다”라 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그 다음엔 국정감사에서 타블로가 언급됐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국회의원이 방통위에게 미리미리 개입할 여지가 없었느냐고 물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힘 있는 분’들이 ‘네티즌의 난동’을 우려하면 점점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 영역은 줄어들 겁니다.

김주하 앵커 논란도 있었죠. 어떤 네티즌이 자신에게 ‘무뇌’라고 했다며 심각하게 법적 대응을 생각한다고 해서 생긴 논란이었습니다. 그녀는 ‘이번 모 가수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느낀 점이 많다’고 했습니다.

아마 타블로가 공격당한 사태를 가리킨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을 지켜보며 네티즌의 인신공격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얘기겠지요. 물론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든가, 반복되는 인신공격 혹은 집단공격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맞겠지만 무뇌 정도의 말에 법적인 대응이 나오는 건 ‘오버’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식으로 누가 안 좋은 말 한 마디했다고 곧바로 법에 호소하고, 기관이 개입하고, 그런 풍토가 되면 네티즌의 언로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타블로 본인은 자신이 당한 불행한 사건이 이런 흐름의 계기가 되길 원할까요? 자유분방한 힙합 창작자로서, 그런 걸 원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특히 권력층에 속한 분들은, 정말로 타블로를 염려한다면 그를 언급하는 것을 그만 둬야 합니다. 대통령이 타블로를 걱정했다는 기사엔 반발하는 댓글이 수천 개가 달렸습니다. 국정감사 기사에도 천 개가 넘는 비난 댓글이 달렸습니다. 타블로를 위하는 길이 아닙니다.

타블로 사태에는 특권층에 대한 불신, 분노가 깔려 있습니다. 특권층에 대한 분노가 왜 하필 타블로에게 향했느냐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이 있지만 어쨌든 그렇게 된 구도입니다. 이런 구도에서 권력층이 나서서 타블로를 옹호해봐야 그의 처지를 더 옹색하게 만들 뿐입니다.

한 마디로, 걱정한다면서 타블로를 ‘두 번 죽이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아도 타블로를 미워하던 사람들의 미움을 더 키우는 길이기도 합니다. 권력층이 나설수록 타블로가 최상위층에 속한 ‘그들’의 일원으로 느껴지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설령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치권에서 자꾸 나서는 것 자체가 연예인으로서의 타블로의 입지를 좁히는 것입니다. 절대로 타블로를 위하는 길이 될 수 없습니다.

지금의 ‘네티즌 때리기’는, 평소 네티즌의 자유분방한 비난 비판 행위에 불편함을 느꼈던 힘 있는 분들이 타블로 사건을 계기로 네티즌 여론을 조금이나마 누르려는 것처럼 보이는 구도입니다.

그런 구도에선 타블로는 그저 이용되는 희생양일 수밖에 없습니다. 네티즌의 문제를 증명하는 증거품의 역할을 하면서 본인의 연예인으로서의 입지는 훼손당하는 것이지요. 참 딱한 구도입니다.

정말 타블로를 걱정한다면 이런 구도는 피해야겠죠. 그러려면 힘 있는 분들, 명망 있는 분들이 네티즌을 공격하며 타블로를 언급하는 일을 하면 안됩니다. 그것은 타블로와 네티즌 사이를 이간질하는 일이 될 겁니다. 그저 입 하나 달린 비평가들이야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겠지만, 힘 있고 명망 있는 분들은 조심해주는 것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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